트럼프 "비핵화 20%가 되돌릴 수 없는 시점" … 폼페이오 "완전한 비핵화 전엔 제재완화 없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이 대북제재 완화의 구체적 조건과 시점을 놓고 미묘하게 엇갈리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두 사람 모두 비핵화의 구체적 성과 없이 제재를 완화하지는 않을 것이며 따라서 당분간 제재는 계속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나 폼페이오 장관이 '선 완전한 비핵화-후 제재완화'라는 미국의 기존 원칙을 재확인한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핵무기가 더이상 (위협) 요인이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을 때'라는 답을 내놨다.

미국 CBS 방송은 14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제재 문제와 관련해 같은 입장일까. 그런 것 같지 않다"고 자문자답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싱가포르에서 북미정상회담 직후 한 기자회견에서 제재해제 시점에 대한 질문을 받자 "핵무기가 더이상 하나의 요인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 때 제재는 해제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그런 시점이 빨리 오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비핵화 완료 시점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15년 이론'은 믿지 않는다며 "(비핵화가) 20%에 이르면 되돌릴 수 없는 시점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비핵화가 완성되기 전이라도 어느 정도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면 제재 해제 등 단계별 보상도 가능하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CBS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은 핵무기가 더이상 위협요인이 아니게 될 때 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고 얘기하면서 비핵화 과정이 20% 완료됐을 때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했다"고 풀이했다.

반면 폼페이오 장관은 방한 중이던 14일(한국시간)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을 한 뒤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완전한 비핵화 전에 경제적 지원과 재정적 지원을 해 준 과거의 실수는 다시 없을 것"이라고 말해 '완전한 비핵화 → 제재해제'의 순서를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만났을 때도 '순서'가 이번에는 다르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그것이 중요하다"며 "북한이 완전히 비핵화한 것이 증명될 때까지 유엔 대북제재의 완화는 일어날 수 없다. 우리는 완전한 비핵화를 하려고 하는데, 오직 그 때 가서야만 제재가 완화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의 빅뱅식 일괄타결 프로세스에서 물러나 북한이 요구해온 '단계적·동시적 조치' 주장을 어느 정도 받아들인 듯 한 흐름에 대한 미국내 비판여론이 일자 폼페이오 장관이 '선 비핵화-후 보상' 원칙을 재확인하며 진화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북한 측은 이번 정상회담 결과와 관련,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북미 정상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비핵화를 이룩해나가는 과정에서 "단계별, 동시 행동 원칙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대하여 인식을 같이했다"며 양측이 '단계적 동시 행동' 원칙에 동의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CBS방송은 "북한이 폼페이오 장관보다 트럼프 대통령과 보조를 맞춘 듯 한 모양새"라며 "트럼프 대통령이나 북한이 암시한 것과 달리 폼페이오 장관은 단계별 제재완화 가능성을 일축, 이 점에서 양보하지 않으려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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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한면택 특파원 · 김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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