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경쟁 속 성적·입시 스트레스, 사회양극화, 또래 관계 실패가 배경

주춤했던 아동·청소년(학생) 자살률이 2016년부터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관련 기관 분석 자료에 따르면 자살 전 단계로 분류되는 자해 역시 늘어나는 추세다. 이렇게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아이들이 늘고 있음에도 정부와 시도교육청, 관련부처의 대응은 미약하거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홍현주 한림대 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아동청소년들이 자살이나 자해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이유는 자신의 이야기에 다른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홍현주 한림대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사진 이의종

사춘기 아이들의 고민이나 주장을 무시하거나 외면할 경우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진실성이 없는 어른들의 형식적인 대화도 아이들과 벽을 높일 뿐이다.

홍 소장은 "성적과 입시스트레스, 가정불화, 소득격차에 따른 자존감 상실 등 성장기 극복하기 힘든 교육환경이 아이들을 위기상황으로 내몰고 있다"며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아이들을 위한 전문상담 인력을 학교와 지역사회, 병원에 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빈곤한 예산, 겉도는 자살예방정책 = 한국의 자살관련 예방정책은 여러 부처와 기관에서 추진중이다. 하지만 턱없이 부족한 예산과 전문인력 부족으로 허덕이고 있다. 이는 청소년정책 전문가들의 주장과도 일치하는 대목이다. 국회 교문위 한 의원은 "학생 청소년 자살률을 낮추기 위한 국회차원의 법안 개정이 시급하다"며 "한국 노인자살률이 OECD 1위를 달리다 보니 투표권이 없는 아이들은 정책 수립 단계에서 뒤로 밀린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자살관련 1년 예산은 고작 150억원 정도이다. 일본의 3000억 규모의 예산과 비교도 되지 않는다. 더욱이 150억원의 대부분은 노인자살을 예방하는데 사용하고 있다.

자살을 생각하거나 자해 경험이 있는 아동 청소년은 매년 늘어나는 추세지만 예산은 못미치고 있는 셈이다. 통계청의 2016년 사망원인 자료에 따르면, 아동청소년 자살사망률은 4.9명으로 전년대비 0.7명(16.7%)이나 늘었다. 자살 가능성이 높은 자해 경험 아동청소년은 2017년 12월 샤이니 종현이 사망 이후 급증하고 있다.

사회양극화에 따른 영향도 고스란히 아동 청소년들에게 돌아간다. 가정과 학교에서 나타나는 갈등은 '탈학교' 상황으로 이어지기 쉽다. 따라서 청소년 자살예방 활동과 관련, '공공서비스 체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학교 상담교사나 위(Wee)센터, 정신복지센터가 청소년 관련 기관으로 분류되지만, 자살예방 전문성을 갖추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홍 교수는 "청소년 기관들의 활동과 업무는 이미 포화상태다. 여기에 자살상담 역량까지 강요하는 것은 무리"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살은 단순한 생활 상담이 아닌, 가정문제, 개인문제, 학교문제 등 복합적 상황에서 나타나기 때문에 대처능력을 갖춰야만 전문상담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교육부의 경우 '학생정서행동특성검사'를 통해 위기학생들을 찾아내 치유와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일종의 '정신건강 선별평가'인 셈이다.

하지만, 지속적인 상담과 치료로 이어질 가능성은 매우 적다. 예산부족과 전문성을 갖춘 전문상담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고위험군 아이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치유, 치료로 연결하지 못할 경우 극단적인 상황으로 이어진다.

 

지난 7월20일 제 1기 지켜줌인 대학생 서포터즈가 서포터즈 활동 에 대한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 중앙자살예방센터 제공

 


한림대 정신건강 연구소는 △학교에서 위험을 감지했음에도 부모가 거부한 경우 △위 센터에 연결했지만 상담이나 서비스가 부족한 경우 △치유와 치료를 위한 기관을 찾지 못한 경우 △자살에 대한 위험성이나 인지 부족 등으로 분류했다.

홍 교수는 "사망 청소년의 부모나 교사들을 통해 얻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40% 정도는 부모나 학교가 감지한 것으로 나타난다"며 하지만 결국 상담이나 예방 등 개입할 기회를 놓쳤다"고 설명했다.

자살을 예방하는 데 가장 어려운 점은 부모가 치료를 반대하는 경우다. 학교에서 초기 발견, 상담을 거쳐 아이 스스로 치료를 원하는데도 부모가 반대한다. "내 자식을 정신질환자로 내몰 수 없다"는 게 이유다. 졸업 후 사회생활을 하는데 꼬리표처럼 따라 다녀 정신건강과 치료가 쉽지 않다는 게 병원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직접적인 자살 자해 표현 규제해야 = 따라서 자살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는 아이를 이해하는 '부모교육'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대구시교육청이 추진하는 지역종합병원 Wee센터 상담과 치료 효과에 전국 시도교육청이 관심을 보이고 있어 약간의 희망으로 다가온다. 아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담을 그릇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에 시도교육감들이 침묵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부모 동의 없이 치료가 가능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전문 상담기관이나 인력이 없다는 것도 문제로 나타났다. 서울을 제외한 지역은 고위험군 아이들을 치료할 소아청소년과나 정신과가 부족하다. 학교나 교육청 위센터에서 보듬고 있는 경우가 허다한 이유다.

한편 홍 교수는 자살와 자해를 부추기는 청소년 유해물에 대한 잠금장치를 만들어 규제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홍 교수는 "모든 온라인 상 매체들을 규제하고 예술작품들까지 통제하는 것은 실무적으로 어렵기도 하고 자유로운 예술활동에 대한 억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자살이나 자해를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영상물, 사진, 노래 등은 통제를 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청소년은 특히 자극이 심한 시각적인 매체에 더 반응을 강하게 하기 때문에 통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공공에서 심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홍 교수는 "청소년들이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풀어갈 수 있는 건강한 청소년문화를 추구할 수 있도록 열린 공간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홍교수는 "학교를 지식 습득하는 공간에서 상대방을 이해하고 사회의 다양성을 익히는 장으로 만들어가야 한다"며 "이를 위해 학부모, 학교, 지역사회가 연결된 '위기학생을 위한 예방협력체계'를 갖추고 코디역할을 하는 컨트롤타워 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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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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