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성남고 학생들 "점심시간 70분이 천국"

"학교급식요? 저, 집 밥 끊은 지 3년 됐어요, 학교 밥이 너무 맛있어서…ㅋㅋ." "꼭 점수를 줘야 한다면 5점 만점 다 주고 싶지만, 1점은 남겨놓고 싶어요." 성남고 3학년 정수민 양이 "3년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며 '학교급식'을 평가했다. "학교 밥이 맛있어 몸무게가 너무 늘었다"며 "전교생이 나서 과감하게 탄수화물 줄이기 운동을 해야 한다"고 웃었다.

21일 세종시 성남고 점심시간. 4교시 마치는 종이 울리자 3학년 학생들이 먼저 식당으로 몰려들었다. 길게 줄을 선 아이들이 식단을 살피더니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날 점심 식사는 보리밥 총각김치 설렁탕 가지볶음 삼치김치조림 깻잎고추군만두 배추겉절이다. 학생들은 후식으로 체리와 우리밀구쁘통을 먹었다. 총 9가지 식단을 제공한 셈이다. 안내판을 살펴본 아이들은 "앗싸~! 내일은 평양냉면에 새우튀김이다!" 며 입맛을 다셨다.

세종시 성남고 학생들이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 전호성 기자


식당 벽에 걸어 논 안내판에는 당일식단 3끼와 다음날 식단 3끼 메뉴가 적혀있다. 원산지표시, 알레르기정보, 주간영양표시제 염분지수 등 먹거리와 건강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적어 놨다.

메뉴를 공개하는 것은 식당 안내판뿐만이 아니다. 학교안내사이트에 매일 식단과 영양 상태를 고려해 학부모들이 볼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학교에서 먹은 비슷한 메뉴를 집에서 피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유단희 성남고 영양교사는 "학교에서 먹은 음식을 피해 집에서는 기호에 따라 영양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숙사 생활을 하는 아이들은 주말에 집에 가는 시간 빼고 대부분 학교에서 식사를 해결한다. 성남고 박백범 교장은 "급식이 질릴 만도 한데 아이들은 밖에 나갔다가도 식사 때가 되면 학교로 들어온다"고 말했다. 세끼 모두 학교급식을 먹는 게 질리지 않느냐는 질문에 "솔직히 집 밥이나 시내 식당보다 학교 밥이 맛있다"고 대답했다.

다양한 식단구성을 하는 학교 노력이 아이들한테도 전해졌을까. 학교급식에 대한 학생들의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아이들 스스로 학교에 대한 자부심도 높다는 게 교사들의 설명이다. 올해 지역 대학과 방송사가 주최한 요리대회에서 농림부 장관상인 요리부문 대상을 받았다. 대상을 수상한 정수빈, 이지원 학생은 "대학진학을 앞둔 전국 고3친구들을 위해 '점수에 연연하지 말고 오늘도 수고 했어'라는 말을 음식으로 전하고 싶었다"며 "요리 주제를 '점수에 연어하지마! 오늘도 수고했소고기!'로 정했다"며 웃었다.

세종 성남고 급식

◆식재료 '2700원짜리 학교급식' 비밀은 '정성' = 식재료 '2700원짜리 학교급식'의 비밀은 이 학교 영양교사가 쥐고 있다. 세종시 관내 초중고는 무상급식이다. 따라서 1인 예산은 모든 학교가 똑같다. 성남고 학생 1인당 식품비는 2700원, 인건비와 운영비를 합쳐서 4900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식재료비가 2700원짜리 밥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침식사로 250명, 점심은 600여명, 저녁은 350명이 학교급식을 먹는다. 하루 1000여명이 학교급식을 먹는 셈이다.

간혹 싸구려 식재료를 사용하는 것 아니냐며 의문을 제기하는 학부모도 있다. 그러나 이는 기우에 불과하다. 학교에 공급하는 식재료 대부분은 세종교육청에서 철저히 관리해 공급한다. 주로 세종시 인근 농민들이 생산한 로컬푸드를 이용한다. 그렇다면 같은 재료로 학생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성남고 비결은 무엇일까. 학생들의 급식만족도를 높이는 비결을 묻자 영양교사는 "정성과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식단짜기"라고 설명했다.

교육부가 조사한 학생 식생활 행태를 보면 아침식사 결식율은 심각한 상태다. 중고교생들 아침식사 결식률은 남학생 34.6%, 여학생 34.5%에 달한다. 하루 1회 이상 외식률도 남학생 54.3%, 여학생 51.5%에 달해 성남고 학생들과 대조를 보였다.

성남고 점심시간은 70분이다. 아이들은 이 시간을 최대한 즐긴다. 동아리 활동을 하거나 밀린 이야기를 나눈다. 하루 세끼를 학교에서 먹는다는 권가현 양은 "점심시간 70분은 우리들에게 천국"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박백범 교장은 식사하는 아이들을 살핀다. 혹시 혼자 밥을 먹거나 소통을 잘 못하는 아이들을 꼼꼼하게 챙긴다. 박 교장은 "학교급식이 학교생활 연장선"이라며 "학교밥상이 교육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중요하고 크다"고 설명했다.

◆식중독 사고 '0'= 우선, 성남고가 가장 신경 쓰는 분야는 식중독 사고다. 식중독 사고를 막기 위한 조치는 교육부 지침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다. 조리실에는 어느 누구도 출입을 할 수 없다. 남는 음식은 전량 폐기처분한다는 원칙을 고수한다. 타 학교에서 주로 사용하는 반조리된 재료는 사용하지 않는다. 이런 원칙은 학생들이 하루 세끼를 먹는 집단급식에서 단 한건의 식중독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

22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박찬대(더불어민주당. 인천연수구 갑)의원이 교육부 학교급식 식중독 발생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연평균 2390명의 학생들이 식중독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등학교에서 학교급식 식중독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중·고교 중 고등학교의 식중독 발생 비중은 2015년 23개교(60.5%), 2016년 28개교(77.7%), 2017년 18개교(66.6%)로 과반이 넘었다.

유단희 성남고 영양교사는 "소독이나 조리방법 등 교육부가 제시한 원칙을 철저히 지키는 게 식중독 사고를 예방하는 지름길"이라고 설명했다.

성남고가 가장 신경 쓰는 대목은 균형 잡힌 영양식단이다. 청소년기는 급격한 신체적 정신적 성장과 성숙단계로, 전 생애주기 열량과 영양소의 필요량이 가장 많기 때문에 적절한 영양관리가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성남고 학교급식은 학부모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놨다.

매일 자원봉사를 하러 학교를 방문하는 학부모들도 학교급식을 먹는다.

이날 도서관 자원봉사를 나온 김진형(50. 고3 학부모)씨는 "큰 아이도 이 학교를 졸업했고, 둘째도 성남고에 다닌다. 성남고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급식에 대한 무한 신뢰와 믿음 때문"이라며 "솔직히 집에서는 학교밥상 같은 메뉴나 영양균형을 맞추지 못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100점 만점에 90점을 주고 싶다"며 웃었다.

한편 개학이 시작된 지난 20일부터 학교급식소와 식재료 공급업체 등을 지방식약청, 교육청, 지방자치단체, 소비자식품위생감시원이 합동으로 현장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급식 식중독 예방을 위해 식재료, 조리식품의 위생적 보관, 개인위생보관, 급식소 위생관리가 필요하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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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성 김규철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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