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생 5만명 '피해당했다' 응답 … 언어폭력>집단따돌림>스토킹 순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이 지난해보다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교육부가 조사한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 학교폭력 피해응답률 1.3%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0.4%p 증가했다. 전국 초중고생 5만여명이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응답한 것이다. 지난해보다 1만 3000명이 늘어난 수치다.

피해내용은 언어폭력(34.7%), 집단따돌림(17.2%), 스토킹(11.8%), 사이버 괴롭힘(10.8%)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초등학생 피해응답률 증가(0.7%p)가 중·고등학생(각 0.2%p, 0.1%p 증가)보다 더 높았다.


피해유형별로 보면 학생 1000명당 피해응답 건수는 언어폭력(8.7건), 집단따돌림(4.3건), 스토킹(3.0건)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유형별 비율은 언어폭력(34.7%), 집단따돌림(17.2%), 스토킹(11.8%) 등의 순이며, 특히 사이버 괴롭힘(10.8%) 비율이 신체폭행(10.0%)보다 높았다. 학교급별 공통으로 언어폭력, 집단따돌림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중·고등학교의 사이버 괴롭힘 비중(약 15%)도 초등학교(9.2%)에 비해 6%p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80.9%가 피해사실을 '주위에 알리거나 신고했다'고 답했다. 가족 44.5%, 교사 19.3% 등으로 지난해보다 신고율이 증가했다. 그러나, 학교폭력을 목격하고도 신고하지 않거나 '모른 척 했다'(30.5%)는 방관 응답도 증가했다.

지난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심의건수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교는 50.5%, 중학교 32.3%, 고등학교 21.8%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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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조사는 올해 5월 한달동안 초4~고3 재학생 399만명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온라인조사)

◆ 사회양극화 등 학폭 원인 철저히 분석해야= 학교폭력 증가원인을 분석한 민간전문 기관은 처벌위주 정책과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시도교육청과 단위학교에 원인이 있다고 진단했다.

2012년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폭예방법)이 처벌 위주의 강력한 형태로 개정됐다. 모든 학폭은 학교폭력자치위원회(학폭위)에서 처리하도록 강화됐다. 작은 폭력행위도 모두 생활기록부에 기록하도록 했다. 교사는 학폭 발생 시 낄 틈이 없게 됐다. 대신 변호사가 개입하면서 학교는 학교폭력 '소송전'에 휘말리게 됐다. 결과는 더욱 악화되었고 '학폭위'에는 제 기능을 잃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교육부는 학교폭력을 사전에 막는 예방적 기능에 무게를 두고 정책을 세우고 있다. 위기학생(학교부적응학생) 발생원인과 치유 및 치료, 진로를 묶는 정책을 민간전문기관과 손잡고 융합형으로 추진해 나가겠다는 의지다. 문제는 타 부처와 지자체, 예산을 쥐고 있는 관계부처의 관심과 의지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에서 학교폭력을 잡고 교사와 학부모들의 신뢰관계를 회복하려면 다음 달 초 열릴 예정인 대통령 주재 '사회전략회의'에서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사회양극화에 따른 교육격차가 더욱 벌어지면서 학업중단자 증가와 위기학생으로 전락하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처벌보다 예방에 무게중심 실어야 = 이번 조사에서 처벌보다 예방 교육과 프로그램이 학교폭력을 낮췄다는 사례도 나와 관심을 끌었다. 대구교육청이 운영한 '친한친구교실'은 학교폭력 예방과 긍정적 관계형성에 큰 성과를 끌어냈다. 그 결과 지난 5년간 피해응답률(1차)이 전국 평균에 비해 가장 낮았다. '친한친구교실'은 교육부가 추진하는 어울림교실, 어깨동무학교, 학교내 대안교실 등 학교폭력 예방 모델이 됐다. 대구지역 학교폭력 피해응답률은 2014년 0.5%에서 지난해 0.2%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대구교육청 학교생활문화과 담당 장학관은 "처벌보다 아이 눈높이에 맞는 프로그램 운영 등으로 예방효과를 높이고 학폭발생시 처벌중심이 아닌 치유와 사과, 화해를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부모교육'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정인순 교육부 학생지원국장은 "이번 1차 조사결과를 반영해 오는 31일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효과적인 '학교 안팎 청소년 폭력 예방 보완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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