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수 교수 "이슬람 문화 알자" … 100여명 진지하게 강의 듣고 '중동 이해'

올해로 7년째를 맞은 '병영독서활성화 지원사업'이 2018 책의 해를 맞아 더욱 뜻깊게 진행되고 있다. 병영독서활성화 지원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사랑의책나누기운동본부가 주관하며 국방부가 후원하는 사업으로 군 장병들의 독서와 토론을 체계적으로 지원, 장병들 간 소통하는 병영문화를 형성하고자 한다.

2018년 병영독서활성화 지원사업은 260개 부대에서 1820회 진행되는 병사 대상 독서코칭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군간부 인문독서강좌' '소통과 나눔 북토크' '동아리 독서코칭' '신병독서지원 프로그램', 코칭도서 지원 등 다양한 사업으로 구성된다. 내일신문은 2018년 병영독서활성화 지원사업 현장을 취재, 책과 토론, 소통이 있는 병영 현장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지난 23일 육군 부사관학교 간부 100여명을 대상으로 군간부 인문독서강좌가 진행됐다.


"세계 최대 여론조사 기관의 지난해 통계에 따르면 현재 이슬람 인구는 17억5100만명에 이릅니다. 이슬람 국가로 유엔(UN)에 가입한 정회원국은 57개국입니다. 지구촌의 4분의 1에 이르는 이 세계 최대 단일 문화권은 월스트리트의 금융 자본을 움직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대외무역 의존도가 높은 나라입니다. 언제까지 지구촌 4분의 1에 해당하는 시장을 오류 속에서 적대적으로 이해해야 할까요. 그런 상황에서 글로벌 전략은 어쩌면 허구가 아닐까요."

이희수 한양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지난 23일 육군 부사관학교 간부 100여명을 대상으로 한 군간부 인문독서강좌를 이렇게 시작했다. 이슬람 문화에 대한 권위자인 이 교수는 이날 '트럼프시대 중동 격변과 이슬람 문화의 이해'를 주제로 강의했다.

지난 23일 육군 부사관학교 간부 100여명이 군간부 인문독서강좌를 경청하고 있다. 사진 이의종

◆이슬람에 대한 고정관념 깨기 = 이 교수는 자칫 어려울 수도 있는 이슬람 문화권을 강의하면서 우리가 갖고 있는 이슬람 문화에 대한 고정관념, 혹은 편견을 깨는 데 중점을 뒀다. 예컨대 이 교수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는 2030년에는 밀 수출국이 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비가 오지 않아 물이 비싼 사우디아라비아는 바닷물을 끓여 각 가정에 공급하며 이를 재처리해 농업용수로 사용한다. 이 교수의 생생한 강의에 육군 간부들은 수첩을 꺼내 메모를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했다.

이어 이 교수는 "우리에게 처음으로 세계에 대해 눈을 뜨게 한 세계사는 서양사"라면서 "지금도 역사 교육은 서양사 동양사 한국사가 100%이며 라틴아메리카 동남아 역사는 배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양을 버리자는 얘기가 아니라 서양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이슬람의 문화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게 21세기 최고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의 강의에 집중한 육군 간부들은 강의가 끝난 이후에도 다양한 질문을 쏟아냈다. "아랍 문화권에서는 아라비아숫자는 쓰지 않는 것 같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여성의 지위가 낮은 것처럼 보도되는데 실제는 어떠한가"와 같은 질문이었다. 이에 이 교수는 "우리가 아라비아숫자로 알고 있는 것은 사실 인도 숫자"라고 답을 했다. 또 "사우디아라비아가 반인권적인 것은 사실이며 젊은 왕세자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나가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간부 인문독서강좌를 들은 간부들이 밝게 웃고 있다. 사진 이의종


◆"인문학은 물음표에서 출발" = 이 교수의 강의에 육군 간부들은 호평을 보냈다. 이인석 대위는 "지적 자극을 얻는 시간이었다"면서 "이슬람 문화권에 대한 선입견에서 벗어나고 중동 정세를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철흥 중위는 "'중동'이라고 하면 위험하다는 것만 떠올랐는데 이 교수의 강의에서 '신의 평화가 그대에게'라는 뜻의 인사말이나 생활 모습 등을 알게 됐다"면서 "중동 문화를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또 간부들은 이처럼 인문학을 다루는 강좌가 군에서 간부로서 역할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의견을 밝혔다. 김영배 원사는 "군인은 최종적으로는 생명을 빼앗는 행위를 해야 한다"면서 "군인이 사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들을 많이 갖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채우진 중사는 "인문학은 물음표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하는데 인문학에 관심을 갖는 것은 상대방이 왜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는지 배려하고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서 "간부가 되고 싶어 하는 후보생들을 교육하는 담임교관으로서 작은 질문도 소홀히 다루지 않고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 성실하게 답변하겠다는 다짐을 한 번 더 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육군 부사관학교는 올해 병영독서활성화 지원사업의 하나인 군간부 인문독서강좌를 △학교 간부 대상 10회차 △초급 간부 대상 3회차 △주임원사·행정보급관 대상 6회차 시행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지난 10일에는 '필사로 새겨보는 독서의 힘'을 주제로 강의를 개설했다. 육군 부사관학교는 학교 교육생과 간부들의 인문학적 소양 함양을 위해 인문학 강의를 계획,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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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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