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대응능력 키울 '수상안전체험관' 필요 … 이동식 수영장으로 '생존수영' 확대

"한국사회는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관련 정책 분야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아이들의 생명을 지킬 실행력은 아직도 미약한 상태입니다" "사고에 대비, 위기대응 능력을 키울 전문교원을 양성 배치하고 부족한 인프라를 확충해야 합니다"

김병우 충북교육감이 "더 이상 사고로 아이를 잃어서는 안된다"며 충북교육청 안전망 구축에 대한 설계도를 풀어놨다. 김 교육감은 한 해 평균 초중고생 576명이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을 접하고 어른들의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이는 매년 세월호 같은 사고가 터지고 있다는 계산이다. "국가가 이 아이들의 생명을 지켜주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사진 충북교육청 제공

통계청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에서 목숨을 잃은 초중고생은 총 2882명에 달한다. 이중 고교생이 1234명으로 가장 많다. 이런 추세라면 문재인정부 5년 동안 초중고학생 약 3000여명이 목숨을 잃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더 답답한 것은 왜 죽었는지 학교나 정부가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부모들은 국가를 믿고 아이들을 학교에 맡기지만 정작 공교육은 소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자책했다.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는지, 화재사고인지, 익사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부처나 기관이 없다는 것에 더 분노가 치민다고 설명했다. 사망원인을 정확하게 모르니 대안을 세울 수도, 대책을 마련할 수 도 없다는 게 더 안타까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충북교육청은 사고로 한 아이도 잃지 않겠다는 각오다. 농·산촌 학교가 많지만, 상황에 맞는 안전교육 매뉴얼을 마련해 가동하고 있다. 이론수업에 그치지 않고 실전 같은 교육훈련을 반복한다. 안전교육은 '몸에 익숙하게 될 때까지'가 최상책임을 강조했다. 학교의 역량만으로는 아이들의 목숨을 지킬 수가 없다고 판단, 지자체, 경찰, 소방, 가스안전공사, 지역대학교 등과 손을 잡았다. 학교시설을 점점하고 학생들의 위기능력을 키우기 위해 체험중심으로 안전교육을 강화했다. '충북학교안전교육지원센터'를 통해 재난부터 직업, 폭력, 약물사이버 등 VR 가상체험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태풍 대비 학교 공사현장 점검하는 김병우 교육감


충북교육청은 교원 안전교육과 수학여행 컨설팅, 교통안전 캠페인 등 매월 4일을 안전점검의 날로 정하고 도내 안전문화 확산을 주도하고 있다. 결과 지난해 전국에서 재난안전훈련 우수기관에, 올해는 최우수 기관에 선정됐다.

외적인 안전사고 대비뿐 아니라, 심리적 위기를 겪는 학생들을 위한 사고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정신과 전문의와 임상심리전문가를 배치한 '마음건강증진센터'에는 9월말 기준 전문의 상담 370여건을 진행했다. 630여건에 달하는 심층 심리평가도 마친 상태다. 결과 증진센터를 찾은 상담원 중 80%는 병의원의 치료로 연계되도록 조치했다. 충북지역 다문화지원센터 역시 다문화자녀와 탈북자 자녀들이 학교와 일상생활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생존수업 실습, 과자봉지 안고 누워 뜨기. 사진 충북교육청 제공


◆전국 유일 바다 없는 충북, 해양사고 대비 강화 = 충청북도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바다와 맞닿은 지역이 없는 해양고립지역이다. 그럼에도 해양을 찾는 학생, 청소년들이 많고, 각종 수난사고로 이어져 대안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김병우 교육감은 실전 같은 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바다가 없는 충북지역 학생과 청소년들을 위해 '종합수상안전체험관'이 필요하다"며 중앙정부 설득에 나섰다. 조류, 파도, 수온, 날씨 등 강이나 바다와 똑같은 상황을 설정하고 훈련할 수 있는 체험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놀이나 해양레포츠, 낚시 등 바다를 찾았다가 사고로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의 예방정책은 항상 낙제점수다.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5년(2002~2006년)동안, 익사로 목숨을 잃은 국민은 3133명이나 된다. 연 평균 650여명이 넘는 숫자다. 세월호 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은 선박사고로 분류되는 바람에 익사자 숫자에 잡히지도 않았다.

생물다양성 탐구대회


◆익사 대비 전국 공통 매뉴얼 시급=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은 학생 청소년들의 위기상황 대처능력을 키우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익사 예방책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행자부와 시도교육청은 '생존수영 강화'에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런 주문도 일선 학교에서는 언감생심이다. 언론과 시도교육청들은 수영장 부족 탓으로 돌렸다. 충북교육청은 지난해 7월 '초등학생 생존수영교육 진흥조례'를 공포하고, 지원을 위한 정책기반을 구축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였다. 결과 올해 3~6학년까지 5만8000여명이 생존수영을 배울 수 있는 기반을 구축했다.

전국 교육청 산하 학교수영장은 146개로, 이중 전국 초등학교가 보유한 수영장은 76개뿐이다. 아이들 생존수영을 위해 지자체가 보유한 공공수영장을 활용해야 하지만 녹녹치가 않다. 충북 초교 한 교장은 "도시 수영장이 너무 멀어 오다가다 길거리에 시간을 다 허비한다"며 "학생 안전문제나 위생 등을 걱정하는 부모들이 많아 외부로 나가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나마 대도시 중심으로 수영장이 있어 사실상 농산어촌 학생들은 그림의 떡이다.

가장 안타까운 점은 위기상황에 따른 공통 매뉴얼이 없다는 점이다. 올해 교육부는 전국 시도교육청을 대상으로 생존수영 시범사업을 펼쳤다. 충북교육청이 가장 먼저 나섰다. 학생 수가 적거나 이동거리가 먼 농촌과 산촌 학교에 '찾아가는 생존수영교실'을 열었다. 결과는 '대박'으로 이어졌다. 학부모들도 생존수영 교육에 참여하면서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공통분모를 만들어갔다.

올해 시범사업에서 대안으로 제시된 수영장이 야외에 설치할 수 있는 '조립식 수영장'이다. 지난해 대구에서 최초로 시범운영을 하면서 안전하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설치 장소에 따라 수질관리나 교육환경이 대형 실내수영장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교육부는 올해 농산어촌 학교를 대상으로 교육격차 해소 차원에서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충북교육청은 올해 평가를 통해 내년에는 조립식 수영장을 이용한 생존수영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김 교육감은 조립식 생존수영 훈련장은 부족한 수영장을 대신할 '신의 한 수'였다고 말했다.

충북교육청은 생존수영교육 활성화를 위해 정규교육과정(체육, 창의적체험활동)안에 수영실기교육 10시간 이상을 편성·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 교육감은 "아이들이 익사나 각종 사고로 생명을 잃지 않도록 공교육이 나서 위기대응능력을 높이고, 안전을 위한 다양한 제도와 정책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며 "생명소중 사상을 지역사회, 학부모들과 함께 공유하고 실천해 나갈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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