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 80여명과 함께 책읽기 중요성 토의 … 적극적 정책 지원 필요

올해로 7년째를 맞은 '병영독서활성화 지원사업'이 2018 책의 해를 맞아 더욱 뜻깊게 진행되고 있다. 병영독서활성화 지원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사랑의책나누기운동본부가 주관하며 국방부가 후원하는 사업으로 군 장병들의 독서와 토론을 체계적으로 지원, 장병들 간 소통하는 병영문화를 형성하고자 한다. 2018년 병영독서활성화 지원사업은 260개 부대에서 1820회 진행되는 병사 대상 독서코칭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군간부 인문독서강좌' '소통과 나눔 북토크' '동아리 독서코칭' '신병독서지원 프로그램', 코칭도서 지원 등 다양한 사업으로 구성된다. 내일신문은 2018년 병영독서활성화 지원사업 현장을 취재, 책과 토론, 소통이 있는 병영 현장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군사조직의 사회화는 지금 기업조직의 후퇴로 커지는 빈자리를 채워야 하는 국가의 짐을 덜어주는 이상적인 모델입니다. 군은 이제 지역사회의 공동체적인 협력주체이자, 우리나라 사회적 경제의 플랫폼으로 거듭나면서 미래 사회의 생존 실험조직으로서의 과감한 지성적 변신을 밀도 있게 추진할 때입니다. 이제 20년을 돌아보는 병영 독서운동은 윤택한 복무정서의 병영생활 반려자에서, 국가 미래의 힘찬 기운을 조성하고 이끄는 국민지성의 견인차로의 위치이동을 내외에 알리고 있습니다." (엄길청 경기대 교수)

"인구 감소 추세로 입대 자원이 감소하고 있습니다. 복무기간은 단축되고 있고, 입대하는 병사들은 고학력자들입니다. 대학에 복학 또는 취업을 앞둔 병사가 대부분입니다. 제대 후에는 취업난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군에 입대하는 병사들의 군 복무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져야 병사 개인과 군 조직의 전투력도 강해질 수 있습니다. 선진 정예강군 육성이라는 국방 정책의 목표와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병사의 이해가 일치하는 방향에서 미래 병영이 재설계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19일 열린 '2018 병영독서 토론회' 참가자들. 사진 이의종


◆'장병이 주인공'인 토론회 = 19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2018 병영독서 토론회(토론회)'에서의 발언들이다. '4차 산업혁명과 병영독서'라는 주제 아래 '새로운 병영, 청년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질문한 이 자리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변화한 군의 역할과 병영독서의 중요성에서부터 병영독서활성화를 위한 구체적 방안에 이르기까지 병영독서를 둘러싼 다양한 현안들이 논의됐다.

토론회는 정병국 바른미래당 의원,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하고 사랑의책나누기운동본부가 주관하며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방부가 후원했다. 정 의원, 우 의원은 물론 안규백 국방위원장(더불어민주당), 이경직 문체부 과장, 노채정 중령(국방부 정신전력문화정책과) 등이 함께 해 자리를 빛냈다. 육군 28사단, 3사단 장병 80여명과 문체부·사랑의책나누기운동본부의 병영독서활성화 지원사업 중 하나인 독서코칭 프로그램 강사 40여명도 함께 했다.

19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2018 병영독서 토론회'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사진 이의종


발제와 토론에는 엄 교수, 백 대표 외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김재윤 법률공간 펼침 상임고문(전 국회 국방위원), 김남규 전 국방부 병영문화혁신TF 팀장, 김정진 서원대 교수, 이철환 작가가 참여했다. 발제자와 토론자 중심으로 의견을 나누는 여타 토론회와는 달리 참석한 장병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펼쳐 '장병들이 주인공'인 토론회가 연출됐다. 특히 안 위원장은 토론회에 참석하러 온 군복무 중인 아들을 우연히 만나는 훈훈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병영독서, 예산 늘어야 = 토론회에서는 병영독서의 중요성과 확대의 필요성이 강조됐다. 정 의원은 "윤일병 사건이 난 이후 독서를 한 부대가 분위기가 좋고 사건사고가 없다는 평이 있었다"면서 "이후 병영독서활성화 사업이 확대돼 260부대에서 시행하고 있는데 이를 전체 군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정 독서코칭 프로그램 강사는 "다가올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기술만이 아니라 인간의 고유성, 차별성이 강조돼야 한다"면서 "독서코칭 프로그램을 통해 장병들은 사회의 변화를 읽어낼 수 있으며 보다 많은 부대에 독서코칭 프로그램을 접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희영 독서코칭 프로그램 강사는 "병영독서에서 빼놓지 않아야 할 것은 장병들간의 '관계'"라면서 "독서를 통해 장병들이 더욱 친밀하게 관계를 맺을 수 있고 비독자도 독서를 좋아하는 다른 장병을 따라 책을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병영도서관, 자료구입비 확대 등 보다 적극적 병영독서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정 의원은 "2006년 도서관법을 개정하면서 대대급 이상에는 병영도서관을 둬야 한다고 해 일거에 1800개의 도서관이 생겼지만 1개관당 장서 수는 3000권에 불과하다"면서 "100개의 격오지 부대에 컨테이너 도서관이 설치돼 있는데 격오지 부대 전체에 다 놓으려면 1600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28사단은 사단도서관 어플 아이디어를 발표했다. 사진 이의종


◆저녁 점호 시간 활용해 독서 = 병영독서에 관심을 기울이는 군의 변화 사례들도 논의됐다. 육군 1107대대는 취침 전 생활관 내의 정리정돈 상태 등을 당직사관이 점검하는 저녁 점호 시간을 독서 시간으로 활용해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28사단의 한 장병은 '사단도서관'이라는 어플 아이디어를 제시해 박수를 받았다. 사단도서관에는 책과 대대도서관 검색, 온라인 서평게시판 기능이 탑재됐다. 또 오프라인에서는 가상현실(VR) 기능을 적용한 순환버스를 운영해 전쟁기념관 등을 가상으로 둘러볼 수 있도록 하고 순환버스 시간표를 어플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체계를 갖췄다.

군이라는 한정된 조건 속에서 병영독서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제안들도 적극적으로 제시됐다. 김 전 팀장은 지정 토론에서 "1800개 도서관에 전담인력이 64명이라고 하는데 민간 사서를 확충해야겠지만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 "그 기간 동안 자치회나 동아리를 만들어 병영도서관을 운영하면서 기간 군 장병 스스로 병영도서관을 운영할 수 있는 체계를 갖췄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병들도 평소 생활 속에서 느끼던 독서 활성화 방안을 허심탄회하게 발언했다. 장민수 3사단 상병은 "병사들이 책을 별로 안 좋아하고 창의성 부족으로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말하기 어려워 한다"면서 "연구자들이 독서법 연구를 많이 하고 이를 위한 예산 지원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3사단의 한 장병은 "비독자의 독자화가 핵심"이라면서 "진중문고를 모르는 장병들이 많은데 좋은 책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도록 진중문고를 행정반에 전시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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