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정권 시절 홀대 받아

내년 남북공동기념식 희망

관련자 추가 서훈 시급해

"문재인 대통령 말처럼 학생독립운동 기념식이 동창회만도 못했어요."

윤준식(79·사진) 부회장은 광주학생독립운동동지회의 산 증인이다. 동지회는 광주학생독립운동에 직접 참여했던 사람들이 만든 모임이다. 윤 부회장은 1986년부터 후손 중 유일하게 동지회 이사를 지내면서 회원들의 생활을 지근거리에서 봤다. 사실상 집사역할을 했다. 모임에 나가서 사회를 보고 회원들의 뒷바라지를 했다.

그는 동지회 회원들을 '불운한 세대'라고 표현한다. 20대초에 퇴학을 당하거나 옥고를 치른 뒤 대부분 비참하게 살았다. 동지회 회원 중 해방이후 사회주의 행적 때문에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윤 부회장은 "앞장서서 독립운동을 열심히 했던 사람들인데 좌익활동 때문에 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했다"면서 "추가 서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부회장은 또 "내년이 학생독립운동 90주년인 만큼 북한 학생들과 타 지역 학생들이 참여하는 공동 기념식이 열리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윤 부회장은 1960년대 4.19혁명과 5.16군사쿠데타가 일어난 격동의 세월에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다녔다. 4학년 때는 한일협정 반대시위에 참여했다가 붙잡혀 서대문형무소에서 한 달 간 감옥살이를 했다. 부친인 윤양하씨는 1929년 광주농업학교 4학년에 재학할 당시 항일시위에 참여했다가 1931년 6월 대구복심법원에서 징역 1년형을 받았다. 부친은 1990년 이 같은 공적이 확인돼 애족장을 받았다. 윤 부회장은 33년 동안 광주에서 고등학교 교사를 지내다 2000년 퇴직했다.

■동지회는 어떤 단체인가.

동지회는 1960년대 초에 구성된 것으로 알고 있다. 동지회 가입자격은 학생독립운동으로 퇴학당했거나 옥고를 치른 사람들에 한했다. 단 본인이 가입을 희망해야 한다.

그동안 독립운동을 했던 분들이 군사정권 시절에는 은거생활을 하다시피 했다. 사단법인 광주학생독립운동동지회는 독립운동을 한 분들이 살아계실 때 만든 단체다. 당사자들은 모두 돌아가셨지만 동지회는 보통명사가 아니라 고유명사다. 전국에서 하나만 있는 단체다. 후손모임도 동지회에 포함된다.

당시 광주학생독립운동을 주도했던 장재성씨가 만든 성진회가 해산된 이후 각 학교별로 독서회가 만들어졌다. 광주학생독립운동은 독서회가 실질적으로 주도했다. 대구복심법원에 간 사람들은 주동자들이다. 학교 대표는 애국장을 받고 다른 분들은 애족장을 받았다.

이 분들은 불운한 세대다. 20대에 독립운동을 하다가 전부 퇴학당하거나 구속당했다. 그 때는 시골에서 고보에 2~3명 보낼 때라 고향에서는 미국 유학 간 것보다 귀한 존재였다. 하지만 퇴학을 당하고 난 뒤에는 다들 어렵게 살았다.

해방이후 사회주의 활동을 한 사람들이 많았다. 이들은 해방 이전에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치열하게 살았지만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했다.

동지회 회원들은 매년 11월 3일이 되면 학생회관 건물 지하에서 모였다. 찾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서 상당 기간은 동지회 회원끼리 밥 먹고 끝났다. 군사정부 시절에는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사실상 버림 받은 존재였다.

■회원 227명 중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은 사람은 69명에 불과하다.

해방 전에는 좌익이나 우익이나 독립운동을 같이 했다. 동지회 회원 중에서 해방 이후 사회주의 활동을 했던 사람들이 독립유공자에서 제외됐다. 가족들이 신청을 해야 하는데 형편이 어렵거나 후손이 없는 사람들은 신청을 하지 못해 유공자가 안 된 사람들도 많다.

이명박·박근혜정부에서는 학생독립운동을 탐탁하지 않게 생각했다. 문재인정부가 들어서면서 올해 처음으로 정부 주관 기념식으로 격상됐다. 지난해에는 보훈처 차장이 참석했다. 올해에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참석했다.

광주전남은 반성해야 한다. 대구 2.28학생운동은 대구시민들이 나서서 선양하자고 했다. 그런데 광주는 학생독립운동을 홀대했다.

■정부의 포상기준이 올해 6월 바뀌었다.

상당히 기대가 크다. 최근 광주보훈청장을 만났는데 정부가 포상기준 변경에 관해 발표는 했지만 아직 세부지침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해방 이후 사회주의 활동을 한 사람도 여러 가지 객관적인 자료가 없는 상황이어서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당시 학생독립운동을 주도한 장재성씨는 포상기준이 바뀌어도 독립유공자가 되기 어렵다고 들었다.

주위에 독립유공자가 되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얼마 전에 광주학생독립운동 기념관 학예사에게 독립유공자가 되지 못한 회원들에 대한 자료조사를 요청했다. 동지회원들은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아야 한다. 다만 퇴학당한 사람들이 대통령 표창을 받으면 다른 사람들의 훈격을 높여줘야 한다.

■학생독립운동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할 일은.

정부가 주관하는 국가기념식을 절실히 원했다. 광주시장이 기념식에 참석한 것이 3년 정도밖에 안됐다. 교육감도 10년 전부터 참석했다. 그런데 문재인정부에서 올해 정부 주관 기념식으로 격상시켰다. 고마운 일이다.

일단 기념관도 보훈처 소속 기념사업회로 독립시켜야 한다. 흩어져 있는 자료를 한 곳으로 모으고 추가 서훈 문제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위해서도 기념사업회가 필요하다.

또 광주학생독립운동과 5.18광주항쟁을 뮤지컬로 만들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2019년은 광주학생독립운동 90주년이다. 내년에는 북한학생들을 초대해 남북이 합동으로 광주학생독립운동 기념식을 열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전국 학교의 학생대표들도 참석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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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범택 기자 durumi@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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