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보고서 발표, 우려 표명 … "고용안정에 부정적 영향"

한국은행이 정부의 최저임금정책에 잇따라 쓴소리를 내놓고 있다. 올해 최저임금 대폭인상에다 내년에도 두자릿수 인상을 앞두고 있어 고용시장에 미칠 파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나온 통화당국의 지적이어서 예사롭지 않다.

한은은 다음주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한 보고서를 발표한다. 지난 주 '최저임금이 고용 및 물가상승에 미치는 영향'을 제출한 데 이어 이를 보강한 후속판의 성격이다.

물가와 금융안정을 담당하는 중앙은행이 보고서를 통해 우회적이나마 정부의 영역인 고용 및 임금정책에 적극적으로 입장을 낸 적이 없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한은의 최저임금에 대한 입장은 지난주 나온 보고서에서 엿볼 수 있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부교수 등이 집필한 보고서의 핵심은 '최저임금을 급격히 인상할 경우 고용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내용이다. 보고서는 "최저임금 인상은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성과 노동시간 및 급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거시경제적으로는 물가를 상승시킬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그러면서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제도를 보완하면서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주열 총재도 최저임금 대폭 인상에 대한 우려를 몇차례 드러냈다. 이 총재는 지난 8월 금통위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최저임금도 비용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최근 잇따라 내놓은 보고서는 이 총재를 비롯해 중앙은행이 가지는 최저임금 정책에 대한 본격적인 견제의 성격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한은의 이러한 지적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비용이 상승하면 고용이 줄어든다'는 경제학원론에나 나오는 수준으로 정부정책에 대한 견제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은 내부에서도 '최저임금 인상률'과 '고용률 또는 고용효과'의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계량화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은의 한 고위관계자는 "최저임금과 고용의 연관성에 대한 공신력있는 연구결과는 필요하고, 한은이 지금도 하고 있는 과제"라며 "다만 올해와 내년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된 이후 고용이 실제 어떻게 변동했는지를 면밀하게 살펴봐야 상관관계를 계량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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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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