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2~3월 이후 당권 향배가 방아쇠될 듯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 '이대로는 안된다' 팽배

손학규 김무성 유승민 안철수 행보에 관심 집중

이학재 의원의 바른미래당 탈당과 자유한국당 복당이 정계개편의 신호탄일까. 추가적인 이탈이 없는 것만으로 '찻잔속의 태풍'으로 치부하기엔 분위기가 만만치 않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내부에서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의원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정계개편이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시동을 걸기 위한 예열작업엔 들어갔다고 할 수 있다.

27일 보수진영의 모 의원은 "정계개편은 이제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됐다"면서 "의원들의 마음은 이미 총선으로 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의 모습대로 간다면 내후년 4월의 21대 총선은 보수진영의 필패가 명확하다"면서 "살기 위해서라도 변화를 시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


◆2021년 총선 상황은? = 한국갤럽이 12월 전국 성인남녀 3007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39%였다. 자유한국당이 18%로 뒤를 이었고 정의당이 10%, 바른미래당이 5%였다.(신뢰수준 95%, 오차범위 ±1.5%p)

민주당 지지율이 지난 6월 54%에서 반년 만에 15%p 하락했다. 같은 기간 한국당 지지율은 12%에서 6%p 올랐다.

이달 18~20일까지 전국 성인남녀 1002명에게 '만일 내일이 국회의원 선거일이면 귀하는 어느 정당에 투표할 것 같은가'라고 묻자 39%가 민주당을 지목했다. 21%는 한국당, 12%는 정의당이었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을 찍겠다는 대답은 각각 7%, 2%였다. (신뢰수준 95%, 오차범위 ±3.1%p)

손잡은 문희상 국회의장과 3당 원내대표 |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3당 원내대표들이 26일 국회의장실에서 열린 국회의장-원내대표 회동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바른미래당 김관영,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문희상 국회의장,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같은 질문을 던졌던 11월 20~22일에 비해 민주당은 4%p 낮아졌고 한국당은 5%p 상승했다. 정의당과 바른미래당은 각각 1%p씩 빠졌다. 그래프의 모양만 보면 여당 지지율과 예상득표율은 다소 떨어지는 모습이고 반대로 한국당은 회복하는 듯했다.

그러나 총선을 전망하는 여론분석 전문가들의 생각은 '현재와 같은 상황이 2021년 4월까지 지속된다'는 전제로 '민주당 완승, 한국당 완패'를 예상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총선은 기호 1번과 2번을 갖는 거대 양당의 경쟁에 쏠리고 소선거구제는 한 표라도 많이 획득한 후보가 당선된다는 점 때문이다. 투표를 가정한 여당에 대한 지지율은 한국당을 크게 앞서 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44%대 23%), 인천·경기(41%대 23%), 호남(50%대 4%), 충청(36%대 20%)뿐만 아니라 부산·울산·경남(36%대 29%)에서도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 한국당의 아성인 대구·경북에서만 한국당이 34%로 23%인 민주당을 눌렀다. 한국당 등 보수진영은 '영남의 자민련'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민주평화당에 붙었던 '호남의 자민련' 평가가 한국당에 전가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이런 불안감은 이미 올 6월의 지방선거 판도에서 확인된 바 있다. 대구 경북을 제외한 지역의 광역단체장, 광역의회, 기초단체장, 기초의회가 민주당의 파란색으로 도배됐다. 빨간색의 한국당은 'TK(대구 경북)섬'에 갇힌 모양새였다. 지방의회와 단체장의 영향력이 적지 않은 총선과 대선이 한국당에 불리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공천권 쥔 당권은 어디로 = 정계개편의 방아쇠는 내년 2월말, 3월초로 예상되는 한국당 당대표 선거 결과다. 친박·잔류파와 복당파의 대결이었던 원내대표 선거에서 김무성 의원의 복당파가 완패한 이후 당권의 향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당권경쟁자의 면면을 보면 신선함이나 강력한 세력을 바탕으로 한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다. '인물 부재론' '대안 부재론' 등이 나오는 이유다. 원내에서는 5선의 심재철, 4선의 정우택, 정진석, 주호영, 신상진 의원, 재선의 김진태 의원이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르고 있다. 원외에서는 김태호 전 경남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홍준표 전 대표, 황교안 전 국무총리 등이 거론된다. 친박, 비박 또는 잔류, 복당파의 지지를 등에 업고 당권을 쥐어야 하는 상황이다. 전당대회에서 승리한 쪽에서 총선 공천권을 완전 장악할 가능성이 높다. 26일 한국당 의원총회 이후 김용태 사무총장은 "구체적인 공천방법론은 차기 지도부가 구체적으로 만드는 게 맞다고 판단해서 비대위에서 준비했던 공천방안은 차기 지도부에 가감없이 전달하는 것으로 했고 의원들이 동의했다"고 밝혔다.

정파의 골이 깊어진 상황에서 공천권을 장악하는 당권이 결정되면 반대쪽에서 탈당이나 창당을 시도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흔들리는 바른미래당 = 바른미래당은 정계개편에 가장 적극적이다. 바른미래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후 한국당에서 탈당한 의원들과 안철수 전 대표, 김한길 전 대표의 민주당 탈당에 동조해 국민의당에 합류한 의원들 중 바른정당과의 합당에 찬성한 의원들이 어색하게 결합해 있다. 정체성이 엇갈려 화학적 마찰을 빚어온 것을 보고 두 세력간의 이혼은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게다가 '바른미래당' 간판을 걸고 차기 총선에 나갈 경우 기름을 안고 불속에 들어가는 것과 다름없다는 게 내부 평가다.

따라서 한국당이 갈라질 경우 한국당 성향의 유승민계 바른미래당 소속 의원들이 정계개편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이 가운데 바른미래당에 남아있는 구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은 이혼했던 민주통합당과 '재결합' 하는 방안까지 비공식 통로로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른미래당 모 의원은 "자유한국당과 손잡을 수 없는 상황이므로 민주통합당과의 재결합도 검토하는 방안 중 하나"라고 말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좀더 큰 '빅텐트'를 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 뿐만 아니라 민주당과 한국당 일부 의원들까지 아울러 중간지대에서 끌어모아 '개혁중도세력'을 만들겠다는 포부다. 안철수 전 대표는 독일에 머물면서 전면에 나서지 않는 대신 손 대표를 지원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안 전 대표가 손 대표 단식기간 중 안부전화를 하고 지지자들에게 손편지를 보내 정치적 존재감을 드러낸 만큼 정계개편 과정에서도 구경만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한길 전 대표와 김종인 전 대표의 재등장을 예상하는 시각도 있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각 당의 요구에 따라 정계개편이 시작될 것이며 시작점은 2~3월 한국당 전당대회가 되겠지만 실제 활발하게 진행되는 시점은 내년 후반기가 될 것"이라면서 "한국당의 강력한 리더가 없다는 점과 현재의 모습으로는 총선에서 이길 수 없다는 점에서 이합집산이 이뤄질 것이며 이 과정에서 총선을 겨냥해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도 불가피하게 선택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9년 정국 관전포인트 연재기사]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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