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선거법 개정 등 공약실행 실패 … 공수처법 등 개혁법안 좌초

인사검증 실패·정책 실패에 '대리전' … 당 안팎 비판 점점 강해져

올해는 어느 때보다 여당에게 혹독하고 가혹한 한 해였다. 비판과 발목잡기의 출처는 내부와 외부를 가리지 않았다. 악재들만 있었다. 여소야대, 다당제, 선진화법은 손발을 묶어놨다. 지지층의 비판과 압박도 만만치 않았다. 해결기미가 보이지 않는 민생고와 이에 따른 대통령 지지율 하락은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 평양 선언으로도 막아내지 못했다. 회의장 밖으로 종종 새어나온 야전사령관 홍영표 여당 원내대표의 격한 역정은 현실에 대한 답답함의 다른 목소리로 들렸다.

◆소수 여당의 비애 = 2016년 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가장 많은 의석을 확보하는 데에 성공했다. 그러나 과반을 얻지는 못했다. 당시엔 야당이었다. 2017년 대선 승리의 좋은 자양분이 됐다. 문제는 여당이 된 이후에 불거졌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여당은 계속 수세였다. 여야가 1대 1로 협상하던 때와는 달랐다. 교섭단체가 여당-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에서 여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2월), 여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평화와 정의의 모임(4월), 여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7월) 등 3~4개였다. 여당이 주도하는 진보진영보다는 보수진영에 무게중심이 옮겨가 있는 형국이었고 특히 올해 하반기부터는 바른미래당도 정부와 여당을 강력하게 비판하며 보수색채를 강하게 드러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원내대표간 회의를 하면 진보-보수가 따로 없더라"면서 "그냥 여당대 야당이었다"고 말했다. 교섭단체가 3개 이면 1대 2, 4개이면 1대 3으로 홀로 맞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얘기였다.

국회 선진화법은 진보진영 연대로 과반을 확보해도 각종 법안 통과를 어렵게 만들었다. 2012년에 만든 선진화법은 상임위에서 과반으로 법안을 밀어붙여 통과시켜도 본회의 상정을 차단할 수 있는 길을 터줬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원천적으로 차단한 것이다. 교섭단체간 합의가 안 된 법안의 본회의 상정이나 통과를 막아 상임위에서 교섭단체의 의견일치를 강제했다. 여당이 민주평화당, 정의당, 무소속까지 모아 과반을 겨우 확보하더라도 할 수 있는 것은 상임위를 넘어 본회의까지 끌고온 법안이나 예산안, 임명동의안 통과 정도다.

여당이 자유한국당과 손잡고 2019년도 예산안을 통과시킨 것이 이례적으로 느껴질 정도다.

◆막히고 또 막히고 = 3중막에 막힌 올 국회에서 여당의 문재인정부 지원실적이 좋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이 내놓은 개혁법안들이 대부분 좌초됐고 정부가 제시한 법안들도 실행되지 못하고 있다.

개헌이 물건너갔고 선거법 개편도 실패했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도입, 검경수사권 조정, 법원 개혁 등 사법개혁과제가 진척이 안 되고 있다. 경제민주화 정책을 강화한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의 험로가 예상된다. 정부 보조금의 사적유용을 차단하기 위한 유치원 3법이 좌초위기에서 겨우 330일 이후에나 처리할 수 있는 신속안건으로 지정됐다.

올해 정부가 제출한 법안 271개 중 106개 처리하는 데 그쳤다. 처리율이 40%에도 미치지 못했다.

◆여권 소통 문제 불거져 = '임기초반 허니문 기간'이 사라지고 촛불의 기운이 사그라들자 곧바로 보수진영의 반발이 거세졌고 여당 지지층의 붕괴가 시작됐다.

문재인정부의 대표 정책인 한반도평화프로세스와 소득주도성장에 맹공이 이어졌다.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이 제법 올라섰다.

노동조합, 자영업자, 20대 남성 등 지지층들이 반기를 들기 시작했다. 내부 균열 조짐이 명확해졌다. 최저임금 인상, 탄력근무제, 52시간 근로 등으로 자영업자와 노조의 반발이 나왔고 고질적인 청년실업과 각종 낙하산인사, 취업비리 등은 청년들의 마음을 돌아서게 만들었다. 당 내부에서 비주류 중심으로 당청관계에 대핸 비판이 새어나온다.

문 대통령과 여당과의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작지 않다. "대통령이 여당 의원과 소통하지 않는다", "지역민심을 잘 아는 의원들의 의견이 대통령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청와대 참모들이 대통령의 귀를 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27일 문 대통령이 민주당 소속 전현 국회의장을 청와대로 불러 만난 것은 이같은 비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의 소통이 중요한 이유는 '3중막'에 막힌 국회를 풀 수 있는 열쇠를 대통령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로부터 협상권을 전폭적으로 넘겨받지 않은 상태에서 다수 야당을 상대해야 했던 홍 원내대표의 협상권이 매우 미약했다는 게 보수진영의 평가였다. 청와대가 모든 권한을 갖고 있는 '청와대 정부'라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에서 민주당은 청와대의 인사검증 실패, 정책 실패를 막고 예산안, 법안을 통과시키는 대리전에 허덕여야만 했다.

◆더 어려운 2019년 = 문재인정부 집권 3년차엔 나아질 것 같지 않은 기존의 악재에 총선전까지 더해져 여당이더 수세에 몰릴 전망이다. 청와대는 성과를 내야 하는 급박함에 몰려 있지만 '정권심판론'으로 총선을 치러야 하는 야당은 더욱 비협조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도 그렇고 민주당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경제상황에 대해서 굉장히 우려를 많이 한다"며 "한국경제가 구조조정을 해야되는 단계에 와있고. 대내외적으로 미중 통상 마찰도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대내외적인 경제 환경을 우리가 뚫고 나가야 하는데 그런데 있어서 정말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내년에는 일자리도 늘어나고 우리 경기가 밑바닥에서부터 살아나는 것을 위해서 집권여당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밝은 포부'를 말하는 그의 얼굴이 다소 어두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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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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