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신뢰 상실, 투자자보호 외면 사건 속출

금융위기 10년 째인 2018년. 올해 금융투자업계에는 유난히도 많은 사건사고들이 일어났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이슈는 국내 주식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켰고 삼성증권 유령주식 배당사고라는 초유의 사건은 연이어 터진 골드만삭스의 무차입공매도 사고로 인해 공매도 폐지여론으로 확대됐다.

28일 금융소비자 연맹은 올해 금융가 최악의 뉴스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을 꼽았다.

삼바 분식회계 사건은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4월 특별감리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의혹이 불거졌다. 금감원이 특별감리를 벌인지 1년 7개월 만에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달 14일 삼성바이오가 고의적으로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결론을 내렸다. 2015년 삼성바이오가 지배력 변경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회계원칙에 맞지 않게 회계처리기준을 자의적으로 해석·적용하면서 이를 고의로 위반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은 단순히 회사의 문제로 그치지 않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의혹으로 번지면서 파장이 커졌다.

이어 한국거래소는 증선위가 징계를 내린 직후 삼바의 거래를 정지시켰지만 며칠 후에 열린 기업심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삼성바이오의 계속성, 재무안정성을 고려해 상장 유지를 결정, 거래를 재개시켰다. 이에 금융투자업계 일각과 시민단체들은 한국거래소가 기업심사위원회를 단 한 차례 열어 개선기간 조차 부여하지 않고 상장유지 결정을 내린 것은 지나치게 성급했다며 삼성바이오를 상장시킨 거래소가 원죄를 '물타기' 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거래소 상장을 앞두고 4조5000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회계분식을 저질렀음에도 '투자자 보호'라는 명분 아래 자본시장 질서를 근본부터 뒤흔든 범죄 행위에 면죄부를 줬다는 지적이다. 반복되는 재벌 봐주기 솜방망이 판정, 향후 증시, 금융시장의 투명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삼성증권의 유령주식 배당사고도 주식시장을 뒤흔든 큰 사건으로 꼽힌다.

지난 4월 6일 삼성증권은 직원들이 보유한 우리사주에 배당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현금 대신 주식을 잘못 입금했다. 주당 1000원을 자사주 1000주로 잘못 입고하며, 총 28억1000만주가 직원들에게 잘못 입고된 것이다. 이 중 총 501만주가 매도 주문 체결이 되면서 이날 오전 삼성증권 주가가 최대 11.7% 급락했다. 국내 주식시장 매매시스템의 허술함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으로 평가된다. 금융위원회는 삼성증권에 6개월간 업무 일부정지, 구성훈 대표 직무정지 3개월, 1억4400만원의 과태료 부과 등을 의결했다. 구성훈 전 삼성증권 대표는 당시 배당오류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이어 골드만삭스증권 공매도 미결제 사고가 터졌다.

골드만삭스 서울지점은 지난 5월 30일 런던 골드만삭스 인터내셔널로부터 주식 공매도 주문을 위탁받아 체결하는 과정에서 20개 종목(138만7968주, 약 60억원)의 결제를 이행하지 못했다. 골드만삭스 인터내셔널이 일부 주식에 대해 주식 대차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매도 주문을 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달 말 골드만삭스인터내셔널(GSI)에 75억48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매도 징계 사상 최대 규모다.

잇따른 주식입고 사고 발생에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선 공매도 폐지 여론도 확산됐다. 증권사의 무차입 공매도가 손쉽게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이 사건과 관련한 이슈들은 내년에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분식회계, 공매도 관련 문제등은 자본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고 금융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하지만 투자자들과 시민단체, 금융투자업계, 금융당국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18 증시 결산 연재기사]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김영숙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