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참여 기관 72곳 , 예정 포함하면 109곳

기업지배구조개선·배당확대 요구 증가 예상

올해는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기관투자가는 지난해 보다 세 배 이상 늘었다. 또 한국형 주주행동주의 펀드가 탄생하는 등 행동하는 주주들의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기 시작한 한 해로 평가된다. 올해 7월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선언한 국민연금은 2019년부터 본격적인 주주활동을 펼칠 방침임을 밝혔고 대다수 기관투자자들도 이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기관투자자들의 주주활동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또 국내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기대하고 투자에 나서는 외국계 기관투자자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 도입 선언 후 증가 = 31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30일까지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기관투자가는 총 72곳이다. 참여하겠다고 도입의사를 밝히고 준비중인 기관37곳을 포함하면 109곳이다. 올해 새로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기관투자가는 54곳으로 지난해 말까지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곳보다 세 배 이상 늘었다.

현재 도입을 완료한 기관을 업권별로 보면 자산운용사가 27개사로 가장 많다. 이어 PEF운용사가 26개사로 많았다. 이밖에 은행과 연기금 각 1개, 보험사, 증권사, 투자자문사 각 2개, 서비스기관 3개, 기타 8개 등이다.

많은 기관투자자들의 스튜어드십코드 참여는 국민연금 영향이 컸다.

국민연금은 오랜 논쟁 끝에 지난 7월 말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선언했다. 국민연금은 "기금의 장기수익 제고와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의 투명성·독립성 제고를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다"며 "최대 쟁점이었던 '경영참여 주주권'은 자본시장법 개정 등 제반 여건이 마련된 뒤 시행하되, 기업가치 훼손 심각할 경우 기금운용위 의결을 거쳐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은 내년부터는 경영진의 횡령, 배임, 사익편취나 계열사 부당지원 등을 '중점관리 사안'으로 정하고 이사진 및 경영진 면담, 비공개 서한 발송 등을 통해 개선을 촉구할 방침이다. 또 과도한 영향력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 후, 위탁운용사에 의결권행사 위임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 투자일임업자의 의결권 위임행사를 허용하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 절차가 진행 중인데 위임에 따른 위탁운용사의 영업상 이해상충 문제를 해소하고 수탁자 책임의 충실한 이행 차원에서 코드 도입 및 이행여부에 대해 가점을 부여할 방침이다.

국민연금은 "의결권행사 위임시에는 이해상충 등 문제를 감안하여 '의결권행사 위임 가이드라인' 등을 수립, 시행하고, 위탁운용사의 의결권행사가 국민연금의 수익 제고 등에 반할 경우 의결권을 회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개별운용사의 코드 내용, 의결권행사 세부기준 등에 대해서는 자율성을 보장하고, 대형운용사에 가점우선 부여, 중소 자산운용사에는 유예기간 적용 등 검토 등 중소자산운용사의 여건도 고려하며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험·증권·은행 활발한 참여 필요 = 그러나 전문가들은 국내 스튜어드십코드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기관투자가들의 참여가 더 많아져야 한다며 특히 보험사나 증권사, 은행의 참여를 촉구했다. 현재까지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보험사는 KB생명보험과 KB손해보험, 증권사는 KB증권과 IBK투자증권 등 2곳뿐이며 은행은 KB국민은행 1곳뿐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관계자는 "보험사나 증권, 은행 등도 고객들의 자산을 운용하는 자산 소유자인데 주주의 역할을 다 하지 않은 것은 많은 문제가 있다"며 "수탁자로서의 자기 역할을 다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배당 등 주주친화정책 강화 = 기관투자자들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의 저평가)의 원인으로 꼽히는 낮은 배당성향 등을 해소하는 데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실제 올해는 배당 측면에서 그동안 주주들에게 무관심하던 국내 기업들이 주주친화정책을 강화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증권가 전문가들은 한국이 올해 연간 배당금 30조원 시대에 진입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아직도 국내 기업의 배당성향은 낮은 수준이다. 이 낮은 점을 고려할 때 주주친화정책이 더 강화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중원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의 저가 평가 원인은 글로벌 주요지수 중 가장 낮은 배당성향 및 신흥국 대비 낮은 이익증가율이 원인"이라며 "코스피 배당성향이 30%로 높아지면 코스피 적정가치는 현재 주가 대비 약 9.4% 상향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성부 펀드 한진칼 2대 주주 등극 = 올해 11월에는 한국형 행동주의 사모펀드(PEF) 운용사로 알려진 KCGI를 최대주주로 두고 있는 유한회사 그레이스홀딩스가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 9%를 매입해 2대 주주로 등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강성부펀드의 한진칼 지분매입을 한국형 행동주의의 서막이라고 평가하며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주주친화 정책이 가시화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향후 한진칼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에서는 지배주주가 보유한 지분에 비해 과도하게 주주권을 행사하고 일감몰아주기, 승계이슈 등 지배주주의 이익이 회사의 이익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고질적인 문제였다"며 "국내 주주행동주의 펀드가 활성화되면 배당확대, 이사회의 독립성 제고 등 지주회사 지배구조 개선효과가 크게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주주행동주의 펀드들이 제안하는 요구 내용은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방법으로 주로 지배구조 개선, 배당 확대 및 자사주 매입, 사업전략 및 구조 조정 방안 등이어야 한다"며 "특히 유휴자산매각을 독려하고, 확보한 자금을 주주환원이나 재무구조 개선에 사용할 것"을 제시했다.

[2018 증시 결산 연재기사]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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