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양당-군소 3당, 밥그릇싸움으로 번져

정개특위 6개월 연장, 상반기 중 논란 지속

'불신 국회' 의원증원 동의얻기가 최대 과제

국회의원 선출방식과 규모를 정하는 대수술이 총선을 1년여 앞두고 가능할까.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가능하다'는 의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가능해야 한다'는 다소 '당위적 명제'에 가까워 보인다.

정의당 소속 심상정 국회 정치개혁 특위 위원장은 "개헌보다도 어려운 게 선거제도 개혁"이라면서 "매번 정개특위가 구성이 돼서 시도를 했지만 결국은 거대 정당의 당리당략 앞에서 좌초됐다"고 말했다.

◆"되겠어?" = 지난 11월7일 기자간담회에서 심 위원장은"제가 정개특위장 된 이후 첫 질문이 '되겠어?', 국민 불신이 이렇게 큰데 되겠어?' 이런 말씀"이라며 "그동안의 국민들의 신임을 정치권이 거듭 배신해왔기 때문에 국회가 뭘 한다고 해도 국민들 믿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국민의 불신은 정도를 통해서 정면으로 문제를 해결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2월13일 기자간담회에서도 "제가 정개특위 위원장 되고나서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될까, 선거제도 개혁 될까' 이 질문"이라며 "분명히 말씀드린다. 선거제도 개혁이 시민들의 삶을 괴롭히는 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불공정을 해결하는 정치변화 첫걸음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안 되는 이유 = 의석수 확대가 불가피한 선거구제 개편이 어려운 이유는 많고도 많다. 국회에 대한 불신이 어느 때보다 강하다. 심 의원장은 "공공기관 신뢰도 조사에서 국회가 1.8%로 신뢰도 꼴찌를 했다"며 "사실상 국회가 불신임을 받은 상황"으로 "촛불이 이제는 청와대를 지나서 국회를 향하고 있다"고 했다.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동력이 없다. 동력은 국민의 압박이다. 국민의 압박만이 기득권 반발을 약화시켜 '명분'과 '원칙'을 수용하게 할 수 있다.

그러나 국회는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정쟁과 막말, 줄서기, 당내분열, 민생법안 외면 등으로 민생고에 허덕이는 유권자를 멀어지게 만들었다. 특수활동비, 업무추진비, 특정업무경비 등 세금을 사용한 행태는 예산심사권을 국회에 줘도 되는지를 의심케했다. 시계추처럼 선거때만 유권자를 의식하고 그 이후엔 정당 이익만 따라가는 모습으로는 '의원직 확대'를 전제로 한 선거구제 개편의 정당성을 설득해내기가 어렵다.

선거제 개편을 나눠먹기로 인식하게 만든 것도 국회다. 군소 야 3당이 비례성을 높이는 연동형비례대표제에 미온적인 거대 양당을 '기득권 수호자'로 공략했고 거대 양당 역시 "군소 야 3당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비례제 확대를 주장한다"며 '이해집단'으로 몰아세웠다.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 성격이 강한 연동형비례대표제의 동거가 가능하냐는 얘기가 적지 않은 것도 해소해야 할 대목이다.

민주연구원에서 관련 보고서가 나왔고 일부 교수는 민주당으로부터 '대통령제와 연동형비례대표제의 양립 불가'에 대한 칼럼을 요구받기도 했다. 연동형비례대표제가 과반의석 확보를 어렵게 만들어 대통령제를 선호하는 국민정서와 배치된다는 주장이다. 자신들이 뽑은 대통령이 국정을 강력하게 밀고 나가는 것을 막는 '과반정당이 나오기 어려운 국회'상황과는 화학적으로 결합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의원수 확대 이유는 = 의원정수 확대가 '최대쟁점'으로 부상해 있지만 '의원수를 늘려야 할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의원정수 확대 없이는 선거구제 개편을 할 수 없다는 명제는 사실과 다르다.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초과의석'이 생겨 불가피하게 국회의원수가 늘어날 것처럼 얘기하지만 여기엔 '지역구를 줄이지 않는다'는 전제를 담아뒀다. 현역의원의 기득권인 '지역구'를 건들지 않고 비례대표수를 늘리다보니 '의원정수 확대'가 필요한 것이다.

'비례대표'를 늘리면 뭐가 나아지느냐는 것에 대한 답도 없다. 의원 일각에서 비례대표을 없애자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로 비례대표 무용론마저 적지 않다. 이상돈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직능대표성을 강화해 국회의원이 특정집단을 대표하면 사실상 로비스트가 되기 쉽다"고 했다.

공천권자에 줄을 잘 서서 비례대표 앞순위를 받아놓고는 국회에 입성하면 재선을 위한 지역구 다지기와 당 주류 눈치보기, 이익집단 편들어주기에 급급한 모습들을 보여온 결과다.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 = 심상정 위원장은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라고 했다.

여야는 '내년 1월'을 선거구제 개편의 1차 마지노선으로 잡았다. 선거구제 개편안 여야 합의는 총선 13개월 전인 3월 15일까지, 국회 통과는 총선 1년 전인 4월 15일까지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2, 3차 마지노선 일정이 잡혀있다고 할 수 있다.

정계특위가 6월말까지 연장돼 4차 마지노선은 '2020년 6월말'이 될 전망이다. 이후에 추가로 논의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내년 상반기엔 계속 '선거구제 개편'얘기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기사]
현역 유리 '기울어진 운동장', 이번엔 고칠까

[2019년 정국 관전포인트 연재기사]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박준규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