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숙 변호사 법무법인 산우

A남과 B녀는 몇 개월의 짧은 연애 후 바로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 직후 아이가 생겼고, B는 육아와 살림을 전담하고 A는 부친이 운영하는 가업을 맡았다. 그러나 A는 사업이 바쁘다는 핑계로 잦은 출장과 외박 등으로 가정에 소홀했다. 이러한 결혼생활이 4년을 넘어가자 외로움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한 B는 A를 상대로 이혼과 재산분할 청구소송을 했다.

우리 법원은 5년 이상의 혼인기간이 있는 경우 전업주부로 살았더라도 자녀 양육과 가사노동으로 재산의 유지와 형성에 기여한 바가 있다고 보아 재산분할에서 기여도를 충분히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혼인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경우에는 어떠할까?

재산분할은 부부간의 관계를 정리하는 청산적 요소를 주된 내용으로 하되, 부양적 요소를 보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즉, 혼인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아서 재산형성에 기여한 바가 적더라도 이혼 후 생계의 유지가 곤란하고 아이를 양육하기 어려운 사정이 인정되면 재산분할에서 그 사정을 참작하여 분배하고 있다.

위 사례에서 A와 B는 함께 살고 있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었지만, 갚아야할 아파트 담보 대출금이 있었다. A가 결혼 전부터 보유하고 있던 집에서 살았으므로 해당 부동산은 A의 특유재산으로 인정했으나, 결혼 기간 4년 동안 주택 담보 대출에 대한 이자를 부담한 부분에서 B의 기여도를 인정받아 B에게 15%의 재산분할을 했다.

법원은 아이를 양육하여야 하는 B에게 부양적 요소를 상당부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B는 아이의 친권과 양육권을 모두 가지고 A로부터 월 70만원의 양육비를 지급받기로 하고 이혼소송을 종료했다.

재산분할은 공식처럼 일률적으로 계산되는 것이 아니라 부부의 여러 가지 여건과 재산형성 과정 등이 고려되어 개별적으로 모두 다르게 계산된다. 그러므로 혼인기간이 짧은 전업주부의 경우에도 재산분할 청구가 가능하다.

힘든 결혼생활을 경험한 사람들은 이혼만 하면 더 이상 마음고생이 없이 홀가분해질 것 같다고 말하지만, 이혼소송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서로 상대방의 잘못만을 탓하며 싸우기 때문이다. 이혼의 원인이 전적으로 상대방에게 있다고, 그래서 희생하며 살아온 나만이 피해자라고. 사랑의 감정은 분노와 배신의 감정으로 변하고,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원수가 돼서 갈라서게 된다. 왜 우리는 쿨하게 이혼할 수 없을까. 이혼이 이제는 더 이상 흠이 아닌 시대가 됐다.

임경숙 변호사 법무법인 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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