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엔 "진정한 용기·혁신은 내부 향해야"

이달 중 사립유치원 비리 추가폭로 예고

"이견은 민주정당 반증 … 윽박질러선 안돼"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서울 강북구을)의 집무실 안에는 다소 긴 문구를 넣은 액자가 걸려 있다. "역사 잊은 지혜는 잔꾀로 흐르고 민심 잃은 정치는 술수로 흐른다." 1988년에 해금된 '벽초 임꺽정' 광고문구였다. 박 의원이 재벌대기업이나 사립유치원 같은 공룡을 물맷돌 하나로 맞선 모습과 겹쳐졌다.

지난달 29일 의원회관에서 만난 박 의원은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강조했다.

■ 민주노동당 출신이다.

마음에 빚이 있다. 민주노동당 창당멤버였다. 1센티미터라도 세상을 변화시키는 데 기여한다고 하면 다른 (정당) 선택을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도전과 실험이다. 민주당에서 진보적 가치를 실현해 내는 것, 민주당을 국민들에게 가까이 가도록 만드는 것, 먹고 사는 문제에 천착하는 것이다.

■ 지난해 사립유치원 비리를 잡았다. 표 떨어진다는 얘기도 많지 않았나.

역사적으로도 노무현대통령은 바보 같은 부산출마로 더 큰 민심을 이끌어냈다. (사립유치원 비리폭로건은) 주판알 튕겨보면 시끄럽고 귀찮고 표에도 도움이 안되는 일이었다. 손해 보더라도 하자는 생각이었다. 정치는 당장 손해보더라도 나중엔 더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다.

■ 유치원법 2월 처리 가능할까.

걸림돌은 없다. 법안을 통과시키기로 했던 정당들끼리 일정을 단축하려는 거다. 이찬열 (교육)위원장이 결단하면 가능하다.

패스트트랙기간 330일이 지난 후 표결할 때를 생각하면 (21대) 총선을 앞두고 표심을 걱정한 의원들의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걱정이 있다. 한유총의 지역활동은 더욱 강화될 것이고 자유한국당의 행태도 예측 불허다.

■ 사립유치원 회계부정 사례를 추가공개하겠다고 했는데.

지난해에 공개한 비리 사례 5000여건은 감사를 절반도 하지 않았고 대충대충 한 결과였다. 사립유치원 문제가 불거지자 각 교육청에서 더 강하게 감사를 진행했다. 이 자료를 분석해 내놓을 생각이다.

여러 제보들이 올라왔다. 식료품을 매입하는 사람이 과일을 갑자기 평상시의 3배를 산다는 것인데 그동안에 정량대로 안 줬다는 얘기다. 닭 3마리로 250명을 먹이고 수박 한통으로 100명을 먹인다는 얘기도 있었다. 유치원을 마치 개인영업시설로 생각하고 이윤을 빼먹으려는 생각은 이제 그만둬야 한다. 한유총 주장은 장사를 보장해달라는 것인데 국민에겐 황당한 일인데 국가에겐 굴욕적인 일이다. 이제 유치원을 국가가 법인화해 직접 운영해야 한다.

■ 정무위에서는 현대차, 삼성 등을 상대로 맞서기도 하지 않았나. 강자만 선택하는 이유는.

정무위에서 쫓겨난 게 그것 때문이었나 생각하기도 한다. 가장 큰 기득권, 이익집단, 가장 강력한 로비집단인 재벌에 맞서서 '규칙 지켜!, 질서 지켜!, 법 준수해!' 하며 상식을 들이대는 것이 어렵더라. 평판이 (나쁜 쪽으로) 달라진다. "박 의원, 이제 큰 정치해야지. 언제까지 그렇게 재벌만 괴롭힐 거야" 같이 나를 생각해주는 듯한 얘기도 많이 들었다. 손해를 보더라도 할 것은 하자는 생각이다.

■ 재벌이나 유치원 3법이라는 거대세력과 맞서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두 주제는 다른 상임위 소관이고 다른 주제이지만 상식이라는 코드에서 통한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고 세금 쓰는 곳에 감사 있고 허투루 쓰면 처벌이 있고. 국민들은 상식으로 생각하는 것을 유린당하는 것을 바로잡는 게 정치다. 상식과 먹고사는 문제를 제대로 바로 세워주고 원칙대로 가게 하는 게 진보다.

■ 민주당 70년대생 모임은 어떤 의미가 있나.

정동영 의원이 정풍운동을 하면서 권노갑, 동교동계 등 시퍼렇게 살아있는 대통령 측근들에게 물러나라고 한게 40대 후반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3당 합당에 반대하고 나선게 40대 중반이다. 내 나이다.

진정한 용기는 내부를 향해야 한다. 진정한 혁신은 내 안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 민주당이 변화가 필요할 때인가.

대선때 부르짖고 약속했던 것에 비춰 봐도 부족하고 국민들 성에 안찬다. 자기 스스로의 문제라서 안 풀리는 것이다. 과감하게 얘기해야 한다.

민주정당에서 이견이 나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견이 없으면 죽어있는 것이다. 다른 목소리에 윽박지르는 것을 용납해선 안된다. 이견들로 내놓고 조정해 나가는 게 필요하다. 그게 안되면 외부에서 클릭을 조정하려고 한다. 충격도 크다. 내부적으로 조정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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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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