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소환제 적용되는 지자체장과 형평성 문제

"양당체제, 선거에 의한 심판론 작동 어려워"

영국, 수당스캔들 불거져 '의원소환제' 도입

"윤리심사 강화해 자정제도 실효성 높여야"

국회의원들의 잇단 망언과 재판거래, 이해상충, 특수활동비·의정활동비 등 세금 남용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손도 못대고 있다. '제 식구 감싸기' '공범의식'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들이 자정을 거부하면 방법이 없다. 게다가 '국민대표'인 국회의원은 현행법을 위반했더라도 최종심에서 유죄판결을 받거나 스스로 그만둘 때까지는 국회의원직과 비서진을 유지하고 세비와 활동비를 챙길 수 있는 특권도 가지고 있다.

13일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국회는 자정능력이 없다"며 "국민들이 뽑은 국회의원을 스스로 심판할 수 있는 길이 없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를 견제하는 장치가 없다는 얘기다.

여야4당, 5.18 비하 의원 3인 징계안 제출 |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왼쪽부터), 민주평화당 김정현 대변인,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 정의당 김종철 대변인이 12일 오전 여야 4당 공동으로 5.18 민주화운동을 비하한 자유한국당 김진태, 이종명, 김순례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헌법 제 65조엔 국회의 탄핵권한을 명시했다. 국회가 국민의 이름으로 '대통령, 국무총리, 구무위원, 행정각부의 장, 헌법재판소 재판관, 법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 감사원장, 감사위원,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이 직무수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했다.

국회의원 자격을 '국민의 이름으로' 회수할 방법은 없다. 권한을 위임한 국민이 직접 철회할 수 있는 국민소환제(리콜, Recall)는 헌법과 법률에 명시돼 있지 않다.

◆영국이 국민소환제를 도입한 이유는 = 최근 국민소환제 요구는 '국회 불신'이 임계치에 근접했고 '자정능력이 없다'는 경고의 목소리로 해석된다. 입법조사처 김선화 입법조사관(법학박사)은 '국민소환제 도입 쟁점' 보고서에서 "불신의 대상이 된 정치인에 대해 국민이 신임을 철회하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국민소환제 도입을 찬성하는 목소리가 높다"며 "국민소환제를 도입하려는 진의는 국회의원의 윤리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조사관은 "의회주의의 모국이라 불리는 영국에서 국민소환법을 제정한 것은 2009년 하원의원의 지출스캔들 때문이었다"며 "의원수당을 남용한 의회에 대해 여론이 악화된 사건을 계기로 의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의원윤리를 강화하고자 하는 데에 목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국민소환제가 '헌법상 자유 위임원리와의 충돌' '헌법상 무죄추정원칙과의 충돌' '신임투표로의 남용시 위헌소지' '소환사유와 절차에 따른 악용 가능성' 등의 쟁점이 적지 않아 주요 선진 민주국가 중 국민소환제를 도입한 국가가 매우 드물다는 점과 그런데도 영국이 '수당 남용 스캔들'을 계기로 의원소환제를 도입키로 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양당체제가 국회 자정을 막는다? = 국민이 선거를 통해 심판할 수 있는 길도 사실상 막혀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양당제가 유권자들이 '적격자'에 표를 던지는 게 아니라 '덜 부적격자'를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다는 얘기다.

김만흠 원장은 "국민들이 선거로 잘못 뽑은 대표를 갈아치울 수 있어야 하는 데 현재의 양당구조에서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선거를 통한 국민심판이 사실상 어려운 구조"라면서 "국회의원을 통제하고 견제할 만한 장치가 없다"고 했다. 의정활동이 만족스럽지 않았던 유력정당의 후보가 재출마했을 경우 여당이나 제1야당이 지역발전에 기여할 가능성이 높고 군소정당 후보를 지지하면 사표로 전락할 수 있어 불가피하게 재신임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국회의원만의 특권 = 국회의원들이 견제장치없이 특권만 누리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가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 국무총리, 법관 등은 탄핵으로 심판이 가능하고 선출직인 지방자치단체장도 주민소환제로 유권자의 의지로 위임한 자리를 빼앗을 수 있지만 국회의원만 예외다. 또 국회의원은 구속돼 국민대표의 역할을 못하더라도 세비를 모두 챙기고 보좌진 을 유지할 수 있다. 이 비용만 연간 6억원이 넘는다. 모두 세금으로 지급된다. 지방자치단체장은 '지방공무원 보수규정'에 따라 구금상태인 경우엔 연봉월액의 40%(구금 3개월까지), 20%(구금 4개월부터)만 지급하고 있다.

국회의원들에 대한 견제장치에 대한 요구가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자정능력을 갖추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국회 운영위 제도개선소위에서 국회 징계규정을 논의하면서 국민소환제를 같이 검토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김선화 입법조사관은 "국회가 스스로 의원자격심사나 윤리심사제도를 강화해 자정제도에 대한 실효성을 높이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면서 "대의기관의 자율적인 자정제도가 제대로 작용되기도 전에 직접 주권자가 신임을 철회하는 방식으로 대의기관의 책임성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정능력 잃은 국회 연재기사]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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