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무죄 야당유죄' 논란도 불거져

50명이 넘는 국회의원들이 검찰과 법원의 손에 넘겨졌다. 시민단체와 여야가 경쟁적으로 국회의원의 행위를 사법부 판단으로 확인해보자고 나선 것이다. 국회의원들의 자정능력 부재와 시민단체의 적극적인 고발 관행이 만들어낸 결과로 풀이된다. 10명 중 1명 이상이 검찰 수사와 재판 대상에 올라있어 입법권이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도 나온다.

18일 국회 등에 따르면 검찰수사와 재판에 들어가 있는 51명의 국회의원 중 1심이상 유죄로 나온 7명의 의원들은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아 배지를 잃어버릴 가능성이 높다. 7명 모두 한국당 의원이거나 한국당에서 나온 무소속 의원들이다. 최종심판을 기다리고 있는 이우현·최경환 의원은 선고 일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완영 의원과 황영철 의원은 오는 19일과 20일에 2심 선고가 내려질 예정이다. 검찰 구형은 모두 1심 선고와 동일하거나 더 가중됐다. 홍일표, 엄용수, 이정현 의원 역시 1심에서 벌금형, 징역형이 나와 의원직 유지를 확신하기 어렵다.

기자회견장 들어오는 최교일 의원 | 자유한국당 최교일 의원이 1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자신의 스트립바 출입 의혹을 관련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회견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최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자신과 관련된 의혹을 모두 부인하고 제보자의 실명과 관련 자료를 밝히면서 제보자가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김재원 의원은 공직선거법 위반과 화이트리스트 작성 의혹에 대해 무죄를 받았으나 검찰이 항소해 2심이 진행되고 있다.

검찰의 기소 후 1심 재판 중인 심기준, 이규희, 이현재, 원유철, 홍문종, 권성동, 염동열 의원 역시 1심에서 '무죄'를 자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검찰고발로 아직 기소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의원들이 무려 37명에 달한다.

◆시민단체들의 고발전 = 진보진영과 보수진영 시민단체들의 고발이 많아지는 분위기다. 법 위반 의혹과 혐의가 나올 때마다 시민단체들이 전면에 나섰다.

하승수 녹색당 공동대표가 주도하는 시민단체인 세금도둑 잡아라 등은 세금으로 지급되는 정책연구비를 불법으로 유용한 혐의로 무려 10명에 대해 검찰에 고발하거나 수사를 의뢰했다. '정치하는 엄마들'은 정부 보조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유치원 3법에 반대하는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의 쪼개기 후원금을 받은 혐의로 7명의 여야 의원들을 무더기로 검찰에 고발조치했다.

북한 인사의 통행을 막기 위한 한국당 지도부의 통일대교 점거를 놓고도 인천의 시민단체가 나서 교통방해,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장을 접수했으며 서영교 의원의 재판청탁 의혹에 대한 직권남용, 김영란법 위반 혐의 고발, 김정호 의원의 공항갑질에 대한 업무방해, 항공법 위반 혐의 고발, 박범계 의원의 불법자금 수수방조 조장 혐의 고발, 오제세 의원의 불법정치후원금 수수 혐의, 김성태 의원의 KT 부정취업 청탁 압력혐의, 손혜원 의원의 명예훼손,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 등도 모두 시민단체에 의해 이뤄진 것이다. 장제원 의원이 경찰의 압수수색에 반발해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이라는 발언을 문제삼은 시민의 고발까지 합하면 대부분의 검찰고발사건이 시민들의 손에 의해 이뤄졌다고 할 수 있다.


◆여야간 정쟁 대리전으로 활용 = '검찰고발'은 여야간 정쟁의 대리형태로 이뤄지기도 했다. 야당은 조해주 중앙선관위 위원 이름을 대선백서에서 뺀 일을 두고 민주당 윤호중 의원(사무총장)에 대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제기했다. 신창현 의원에 대해서는 '신규 택지 등 국가기밀 불법유출 혐의'로 고발했다.

김태우 폭로건과 관련해서는 김현미 의원(국토부장관)을 '직권남용 및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넘기기도 했다.

여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딸 가족에 대해 이민 의혹을 제기한 곽상도 한국당 의원에 대해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 및 개인정보법 위반' 혐의를 제기했고 심재철 의원에 대해서는 '정부 비공개 예산자료 무단열람 및 유출'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형평성 논란 = 일각에서는 선거법 위반과 관련해 여당은 무죄, 야당은 유죄로 나오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이 있다. 실제로 여당 의원 16명이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됐으나 '의원직 상실'에 해당되는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은 한 명도 없었다.

반면 선거법 위반으로 이군현 최명길 박준영 송기석 권석창 윤종오 등 야당의원들이 대법원 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했고 이우현 최경환 의원 등 2, 3심을 진행하고 있는 의원들이 모두 야당소속이다.

사법부와 검찰의 판단을 기다리는 의원들이 법사위와 사개특위에 들어가 있는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법사위에는 이완영, 이은재, 장제원 의원이 소속돼 있으며 사개특위엔 박범계, 곽상도 의원들이 포함돼 있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회의원들이 법적 심판을 기다리는 것은 입법활동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시민단체의 적극적인 고발고소는 적절하지만 국회의 정쟁적인 검찰고발은 스스로 대화와 타협을 경직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 스스로 이를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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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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