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칠 선생 후손 이야기

많은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부모·조부모의 희생으로 대한민국이 세워졌다는 자긍심을 갖고 살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이들의 어려운 처지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안산시가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제작한 '청소년을 위한 안산의 독립운동 이야기'에 소개된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증언은 이런 현실을 잘 보여준다. 이 책에 소개된 독립운동가 홍순칠 선생의 손녀 홍묘순, 홍혜수 두 자매의 증언에 따르면 홍순칠 선생은 와리의 대지주였지만 3.1운동 주동자로 감옥살이를 한 후유증으로 1932년 세상을 떠났다. 유족들은 일본경찰의 감시를 받는 것도 힘들었지만 "너희 집안 때문에 우리도 피해를 봤다"며 마을사람들마저 등을 돌리자 결국 안산을 떠나야 했다. 안산에 남아 있던 친척들은 홍순칠 선생의 땅을 다 팔았다. 그보다 손녀들이 가장 가슴 아파한 일은 할아버지 산소를 찾아볼 수 없게 된 일이다. 올림픽기념관 뒷산에 있던 할아버지 산소를 아무도 관리하지 않은 탓에 신도시가 개발되면서 무연고 무덤으로 처리돼 와동 공동묘지에 묻힌 것. 손녀들은 할아버지 무덤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는 부담감에 자비로 와동 체육공원에 공적비를 세웠다. 홍묘순·홍혜수씨는 "시가 임시로 공원 땅을 조금 내줘서 공적비를 세울 수 있었지만 언제라도 사정이 생기면 옮겨야 하는 처지"라며 "옛날에 그 공원도 할아버지 땅이었는데 그 생각만 하면 눈물이 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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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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