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유례 없다"

녹음·녹화로 대신해야

정부의 검찰개혁방안 중에 핵심내용이 빠졌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피의자신문조서(피신조서) 문제다. 금태섭 의원은 20일 "전세계 선진국 중에는 우리처럼 수백페이지짜리 조서를 작성하고, 여러 시간에 걸쳐서 읽어보고 한장한장 일일이 도장을 찍게 하고, 거기에 등장하는 이런저런 뉘앙스때문에 재판과정에서 해석과 반박을 거치는 곳은 없다"고 지적했다.

피신조서의 핵심적인 문제는 강압수사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헌법 제12조 제2항은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는다'고 규정했지만, 현실은 다르다.

검찰은 피신조서에 자백을 담기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고 성완종 의원은 죽기 직전 "검찰이 가족의 횡령·배임 내지 분식회계 혐의를 가지고 MB정부의 자원외교 비리와 딜(deal)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수빈 전 검사는 2017년 논문에서 "타건 압박수사는 명백한 범죄행위"라고 지적했다. 최근 사법농단사태로 참고인 조사를 받은 판사들도 '검찰이 피의자 전환을 거론하며 압박했다'고 밝힐 정도다.

검찰이 자백을 받기 위해 압박하는 이유는 검찰조서의 특별한 지위 때문이다. 형사소송법 제312조에 의해 법정에서 피고인이 내용을 부인하더라도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반면 경찰조서는 피고인이 부인하면 증거능력이 없다. 조서를 증거로 인정하는 선진국도 드물지만, 검·경간 차별을 두는 나라는 없다는 게 전문가 지적이다. 경찰과 검찰에서 이중조사를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검찰조서의 특별한 지위는 일제 강점기 시절 도입됐다. 일본 제국주의는 강압통치 수단을 만들기 위해 피신조서에 특별한 지위를 부여했다.

일제는 독립투사를 체포해 고문을 통해 자백을 받아내고, 이를 조서에 담으면 유죄의 증거로 인정했다. 이른바 조서재판이 시작된 것이다.

조서재판은 해방후 독재정권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일제 순사의 악독함 때문에 경찰조서는 법정에서 부인하면 증거능력이 없어졌지만, 검찰의 그것은 그대로 이어졌다.

이 때문에 무수한 민주화운동 참여자들이 고문과 폭행 속에 자백을 강요당했고, 그 자백이 담긴 조서를 근거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모두 조서의 특별한 지위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제는 바꿀 때가 됐다고 검찰개혁의 출발은 검찰조서의 증거능력을 제한하는 일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다수다. 금태섭 의원은 20일 "디지털 시대가 된 지가 언젠데 왜 이런 관행이 아직 계속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조서를 없애고, 대신 녹음이나 녹화를 증거로 제출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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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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