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만나 산업계 고충 전하고 싶지만 기회 없어 … 국회 '이념적 장벽' 때문에 규제해제 어려워

국민연금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기업 자율성 침해 우려 … 황 대표, 중간층 돌아올 컬러 보여줘야

홍일표 위원장은 | 홍일표 위원장은 1956년 충남 홍성 출신이다. 인천 미추홀구갑을 지역구로 둔 3선 의원이다. 당 정책위 부의장과 인천시 당 위원장, 대변인 등 주요당직을 거쳤다. 1981년 23회 사법시험을 거쳐 판사로 재직하다가 인천시 정무부시장을 거쳐 정치권에 입문했다. 사진 이의종

자유한국당 홍일표(사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은 우리 경제에 대한 강한 위기감을 토로했다. 문재인정부의 에너지정책과 52시간 근로시간 도입, 최저임금 인상 등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했다. 인터뷰는 지난 7일 국회 산자위원장실에서 1시간 동안 이뤄졌다.

■ 경제위기 경고등이 곳곳에서 켜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리 경제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모든 경제지표, 성장률과 투자, 고용, 소비 전부 하강곡선이다. 수출 실적이 지난해 12월부터 감소세로 돌아섰고, 반도체 경기도 꺾였다. 미·중 무역갈등이 타결된다고해도 수출이 향후 200억달러 이상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로선 큰 타격이다. 내수에 있어서도 대기업은 버틸 여력이 있지만 중소기업은 52시간제 도입으로 어려운 형편이다. 중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최저임금 여파로 많은 이들이 폐업했고, 거기서 일했던 저소득층은 실직했다. 결과적으로 소득양극화가 심해졌다. 1분위 소득이 17%p 줄었고, 그중 근로소득은 36%p 이상 감소했다. 이런 것들은 굉장한 경제 위기의 징표라고 보여진다. 정부가 위기라고 느끼고 비상한 대책 강구해야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다. 경기에는 사이클이 있어서 침체도 있지만 상승도 있는 법인데, 자칫 장기 저성장 국면으로 돌입하면서 성장으로 돌아설 모멘텀 자체를 잃을까 걱정이다. 우리 경제가 복원력을 상실할 수 있을만큼 위기라는 얘기다.

■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으로서 산업계 목소리를 자주 들을텐데.

산업계가 정치권에 계속 요구하는건 기업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 뿐이다. 규제를 해제해주거나 완화해주고 또는 대통령 공약사항인 소위 경제민주화를 위한 상법개정안 등에 신중을 기해 달라는 것이다. 문제는 국회다. 예를 들어 박근혜정부 때도 원격의료 등을 허용해서 의료를 산업화하는 방안들, 그렇게해서 러시아와 동남아 부자들을 끌어오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의료의 공공성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정치권내 이념적 장벽에 막혀서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다. 금융산업도 마찬가지다. 이념적 장벽은 여당일 때나, 야당일 때나 변함이 없다.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한쪽이 반대하면 어느 것도 안된다.

■ 야당출신이지만, 청와대 또는 정부를 만나 산업계의 고충을 전달하고 있는가.

쉽지 않다. 장관은 만날 수 있지만 장관도 청와대라는 한계에 부딪할 수밖에 없다.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도 과거 국회 산자위원장을 역임했기 때문에 한번 만나서 산업계의 고충을 전달하고 싶지만, 그럴 기회가 없다. 정무수석도 마찬가지다. 청와대와 만나 허심탄회하게 토의를 하고싶은데 전혀 안된다. 듣기로는 한국당 지도부나 원내지도부도 마찬가지라더라.

■ 청와대가 산업계를 직접 만나기도 하던데.

문재인 대통령이 산업계를 두루 만나기는 하는데, 만나고나서 변하는 게 없다는 게 산업계 불만이더라. 산업계의 고충을 해결해주겠다고 하면서도 결국 '정부 정책은 유지돼야 한다'는 식으로 나오니, 이게 진정한 소통인가 의문을 표시하는 것 같다.

■ 국민연금이 대한항공 지주사인 한진칼을 상대로 경영참여를 결정했다. 이른바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인데. 산업계 고민은 무엇인가.

국회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포럼 대표를 오랫동안 지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것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친화적인 경영을 해야한다는 생각이고, 기업이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스튜어드십코드도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지금 나오는 스튜어드십코드는 그런 방향성이나 가치를 제시하는게 아니고, 기업의 갑질이 문제되니까, 우리(국민연금)가 (경영에) 들어가겠다는 말만 한다. 기업으로선 굉장히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국민연금은 친정부적 인사가 경영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정부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그래서 연금사회주의로 갈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는 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굉장히 침해할 수 있다. 굉장히 부적절하다.

■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가 탄력적 근로제 단위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는 방안을 놓고 파행을 겪은 끝에 합의에 실패했다. 공이 국회로 넘어왔는데.

경사노위에서는 6개월안을 논의했는데, 사실 산업계에서는 1년안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40∼50년간 68시간제를 해왔다. 그러다가 52시간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적어도 5년 이상의 유예기간이나 관찰기간이 필요하다. 1년만에 시행하는 건 지나치게 과격한 제도변경이다. 기업들에게 최대한 융통성을 주는게 필요하다. 기업은 산업 종류에 따라 다양하지 않나. 밤새 연구개발해야하는 업종이 있고, 계절적 수요에 따라 특정계절에만 일하고 수요가 없을 땐 쉬는 업종도 있다. 기업들이 총량 52시간을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하려면 단위기간을 1년으로 해주는게 맞다.

■ 지난주에는 미세먼지가 엿새동안 한반도를 점령하면서 에너지생산 정책에 대한 논란이 거셌다.

미세먼지는 탈원전과 당연히 관련있다고 본다. 원전의 미세먼지 발생 비율은 석탄발전의 60분의 1, LNG발전의 30분의 1에 불과하다는 통계가 있다. 하지만 문재인정부의 에너지정책은 원전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확충하겠다는거다. 그런데 원전을 일단 줄여놓고 보니까 그 공백을 석탄으로 채울 수밖에 없는거다. 재생에너지는 빨리 늘어나지 않으니까. 그러다보니 미세먼지가 더 많이 발생하지 않나 생각한다. 앞으로 에너지정책은 석탄은 줄이고 원전은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탈원전은 비현실적이다. 불가능하다. 일단 우리의 산업구조상 안된다. 우리는 제조업이 강한 나라다. 삼성전자의 기흥·화성·평택 반도체라인에서 전기를 1년에 무려 1조 4000억원어치를 쓴다. 재생에너지는 절대 저렴하지 않다. 태양광은 보조금 없이는 안된다. 석탄발전을 줄이면 LNG로 가야하는데 비용이 많이 든다. 결국 전기료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 비교적 저렴한 전기료는 우리 산업의 큰 경쟁력이었는데, 그 경쟁력을 잃게되는 꼴이다.

■ 최저임금 인상도 그 폭 때문에 논란이 크다. 산업계 불만도 많은데.

최저임금을 매년 5∼6%씩 올리다가 1년에 15%씩 2년간 30%를 올린 것 아니냐. 때마침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의 경기가 좋지 않았다. 자신이 사업을 통해 얻는 소득이 종업원 월급보다 적어져서 사업을 못할 지경이 됐다. 자영업자들로부터 '차라리 내가 알바로 취업하는게 낫다'는 말까지 나오는 형편이다. 우리가 주장하는건 최저임금 적용을 업종별, 지역별, 숙련도별로 차별화하자는 것이다. 가장 필요한건 업종별 차등화다. 자영업이 집중된 음식업이나 소매업, 도매업, 숙박업 등은 최저임금 인상률을 반만 적용한다든가 했으면 그쪽(자영업자)에서도 '우리를 배려하는구나' 생각했을텐데 수많은 제안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밀어붙이기만 하니까 실망이 크고 저항도 생기는 것이다.

■ 일명 김용균법(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으로 인해 엉뚱하게 피해를 입는 민간업체가 나온다고 하던데.

법으로 인해 민간발전 정비업체에 속한 근로자를 전부 공공기관에서 고용하게 된다. 이렇게되면 근로자를 뺏긴 민간발전 정비업체는 사업 자체를 할 수 없게된다. 사업이 망하게 됐다. 공정거래법상 사업방해에 해당될 수 있지만, 정부가 나서서하니까 업체측에서는 말도 못하는 형편이다. 너무 과격한 정책으로 보여진다.

■ 황교안 체제가 임시지도부격인 비대위 체제를 거쳐 출범했다. 바람이 있다면.

황 대표는 정치인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까지 (정치인으로서) 컬러라든가, 보여준게 뚜렷하지 않다. 갈 길이 멀다. 다만 당이 가야할 길은 극단적인 입장보다는 보다 많은 중간층 국민이 우리 쪽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그런 컬러를 보여줘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몸집이 커질 수 있고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다. 사실 탄핵도 당이 너무 극단적으로 갔기 때문이다. 특정세력 위주의 극단적 방향으로 치달았기 때문에 잘못됐던 것이다.

■ 황 대표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5.18과 탄핵에 대한 발언 때문에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황 대표가 가장 먼저 외친게 통합이다. 통합을 신경 쓰다보니까, 한쪽 편에 서지 않으려하고 그러다보니 아직까지 확실한 얘기를 못하는게 아닌가싶다. 그러나 언제까지 그렇게 갈 수는 없다. 5.18 문제에 대해선 좀 더 과감하고 단호한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 탄핵도 마찬가지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채워지기를 바란다.

■ 내년 총선이 한국당 회생의 분수령이 될텐데. 수도권은 어떤가.

우리 당은 과거 너무 TK(대구·경북)와 PK(부산·경남) 위주로 운영돼왔다. 구성원도 편중됐다. 이래서는 전국 승리가 어렵다. 수도권을 뺏기면 어떻게 승리라고 할 수 있겠나. 수도권에서 이길 수 있는 당 운영이 필요하다, 이렇게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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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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