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야당의원 접촉해보니 선거법 등 3법에 부정적 의원 상당수

통일부장관, 미국과 정반대로 간다는 인사 … 부적절 후보 많아

총선, 당 공천 연령 ↓… 아래로부터 공천 늘리돼 전략공천 활용

나경원(사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0일이면 취임 100일을 맞는다. 18일 오후 국회 한국당 원내대표실에서 진행된 인터뷰도 취임 100일을 맞아 계획한 것이다. 인사를 나눈 뒤 100일에 대한 회고를 물으려는 찰라, 나 원내대표 입에선 여야 4당이 추진 중인 패스트트랙에 대한 성토가 쏟아졌다. 나 원내대표의 요즘 심경을 짐작케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 1963년 서울출생이다. 서울 동작구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서울여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판사와 변호사를 거쳐 2004년 17대 국회에 입성한 뒤 4선 의원을 지내고 있다. 당 원내부대표와 대변인, 쇄신특위 위원, 최고위원, 공천개혁특위위원장, 서울시당위원장, 인재영입위원장 등 주요 당직을 두루 거쳤다. 사진 이의종


■ 어제 여야 4당이 선거법 개정안에 많이 접근한 것 같다. 지난 100일간…

(선거법 개정안은) 정말 명분이 없는 제도다. 진짜 부끄러운 제도다. 국민이 내 표가 도대체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는 제도다. 심상정 정개특위위원장이 '국민은 알 필요가 없다'고 했다던데, 국민도 알 수 없는 제도를 내놓고 그걸 패스트트랙을 한다? 이건 날치기트랙일 뿐이다. 선거법은 옛날 동물국회라고 비판받던 시절에도 여야가 반드시 합의로 바꿨다. 단 한 번도 물리력을 동원한 적이 없다. 의회민주주의를 깡그리 무시하는 처사다. 그리고 이건(선거제 개정안) 희대의 밀실야합, 희대의 권력거래다. (민주당이) 공수처와 검경수사권 받고 (다른 야당은) 의석 몇자리 받고. 끼리끼리 나눠먹는 제도다.

■ 일부 다른 야당에서는 선거제 등 패스트트랙 추진을 놓고 내부균열 가능성이 엿보이던데.

한 분씩 얘기들어보면 선거법에 부정적인 분, 어떤 분은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어떤 분은 검경수사권 조정에 부정적이다. 이야기 들어보면 그렇다. 특히 바른미래당은 그들이 그동안 지향했던 정치지향점에 비춰봤을 때, 검경수사권 조정과 공수처에 덜렁 합의한다면 정체성이 상당히 흔들릴 수 있다. 바른미래당의 양식 있고 상식 있는 의원들은 동의하기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

■ 다른 야당의원들을 만나본건가.

이런저런 방법을 통해 접촉했다. (여야 4당의 협상안에 반대하는) 그런 분이 상당수 있다.

■ 여야 4당이 선거제 등을 패스스트랙에 태운다면 한국당의 대응은. 의원직총사퇴 얘기까지 나왔는데.

명백한 국회법 위반이라고 본다. '비상한 대응'을 할 수 밖에 없지 않나 생각한다. 의원직 총사퇴부터 시작해서 여러가지 안이 나오는데 강구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수단을 고민하고 있다.

■ 내주부터 문재인정부 2기 장관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린다. 일부 후보들에 대한 문제점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인사청문회 할 때마다 야당으로서도 곤혹스럽다. (후보자들이) 이런저런 흠이 있을 수 있다는 열린 자세로 봐도, 참 장관 자리에 적절치 않은 분들이 많다. 검증이 제대로 이뤄졌나 의심스럽다. 국토부장관 후보자가 3주택자라는게 적절한가. 주택정책을 해야하는 분이. 집주인의 동의도 없이 농촌에 위장전입해서 농지를 매입한 후보자도 있죠. 통일부장관은 북미회담 결렬 이후 남북관계를 어떻게 전환할거냐, 궁극적으로 비핵화를 이루고 평화를 구축하는데 어떤 식으로 접근할거냐, 정말 예민한 시기인데 어떻게 보면 미국과 정반대로 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인사다. 참 이해가 안되는 인사다. 이밖에도 부적절한 인사가 더 많다는 생각이다.

■ 인사청문회에서 자격시비가 일더라도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해버리면 끝인게 현실이다. 이미 문재인정부 들어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았는데도 임명이 강행된 장관급 인사가 8명에 달하는데.

인사청문회 제도 자체의 한계다. 사실 이런 식의 청문회를 계속하는게 맞는지 요즘은 굉장히 회의적이다. 우리가 늘 여러 문제를 제기하지만 그리고나면 끝이잖아. 개선도 없고. 인사청문회 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 생각한다.

■ 5.18 폄훼 논란에 연관된 의원들에 대한 당내 징계가 늦춰지면서 당이 징계에 미온적인게 아닌가하는 비판이 나온다.

(이종명 의원은) 의원총회를 열어 징계문제를 확정해야 하는 절차가 남아있다. (김순례·김진태 의원에 대해선) 아직 징계절차가 마무리 안된 것도 있으니, 그것과 비슷한 시기에 정리하는게 맞지 않을까 한다. 같이 하려고 한다.

■ 당 지도부가 4.3 재보선을 의식해 5.18 징계를 늦춘다는 지적도 있다.

사실 여러가지 절차상 문제가 있다. 당 윤리위원장이 사퇴했기 때문에 다시 선임해야하고. 어차피 재보선 이후가 돼야 (징계논의가) 될 거 같다.

■ 한국당 몫 5.18 진상조사위원에 대한 청와대의 재추천 요구가 나온지 한참 지났다.

야당 몫의 (5.18) 진상조사위원이나 원자력안전위원회 비상임위원을 (정부가) 거부하는 것은 정말 정치사에 유례가 없는 일이다. 각종 위원회에 야당 추천 몫을 두는 것은 국민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결과를 만들자는 뜻인데, 자격이 미달된다며 거부하는 것은 납득이 안된다. 청와대가 우리와 기싸움이라도 하겠다는건지. 새 비서실장(노영민)이 들어온 다음에 어떻게 이렇게 정치를 하는지 모르겠다. 권력을 가졌다고 해서 어떻게 권력 전부를 가지려고 하나. 야당에게 조금의 틈도 안 주고 권력 100%를 가지려는 것인가.

■ 청와대가 5.18 진상조사위원 거부를 사전에 연락하지 않은 채 일방발표한 것 때문에 불만이던데.

전혀 안했다. 우리한테 아무런 의견도 내지 않고, 발표했다. 여권의 정치를 보면 야당을 국정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야당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가겠다는 신호를 너무 강력하게 보낸다. 노영민 비서실장이 오고나서 좀 유연하게 해줄거라고 생각했는데 거꾸로 가서 깜짝 놀랐다.

■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보수통합 문제가 거론된다.

당연히 필요하다. 다만, 인위적으로 당 대 당 통합하는 것보다는 우리 당 스스로가 좀더 신뢰받는 정당 대안세력으로서 모습이 갖춰지면 자연스럽게 우리 당 중심으로 통합된다고 생각한다.

■ 통합 대상은 어디까지인가. 바른미래당부터 대한애국당까지 다양한데.

헌법가치가 너무 몰각(무시)되고 있다. 헌법가치의 핵심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인데, 이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생각이 확실한 분들이라면 누구나 같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당이든, 헌법가치에 충실한 정당이라면 같이 할 수 있다.

■ 내년 총선은 한국당 입장에서는 정권을 되찾아 올 수 있느냐를 가늠해볼 수 있는 중대한 기로로 보인다. 총선의 열쇳말은 뭐가 될까.

정권심판이 될 것이다. 사실 경제가 더 어려워질 것 같다. 무디스나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모두 우리 경제가 어려워진다고 예측했다. 실물에서 봐도 그렇고. 미래 먹거리산업도 마땅치 않다. 사실 가장 큰 건 삼성전자 반도체도 (다른 나라에) 추격 당하고 있고. 경제에 좋을 게 없다. 여당도 더 이상 이래서는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쉽지 않다. 근본적으로 여당이 반기업정서를 내포한 경제정책을 그대로 유지하고, 소득주도성장이란 큰 틀을 그대로 갖고 간다면 무엇으로 포장해도 경제가 나아질 게 없다고 본다. 자연스럽게 정권심판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안보도 그렇다. 우리쪽은 북한과 뭔가 하려고 하겠지만 미국은 크게 변할 게 없다. 근본적으로 이 정부가 너무 '운동권외교'에 빠져있다.

■ 한국당은 새누리당 시절인 20대 총선과정에서 보여준 공천잡음 때문에 큰 타격을 입었다. 21대 총선공천은 어떤 콘셉트로 가야할까.

우리 당이 오랫동안 공천에서 드라마를 보여주지 못했다. 18, 19, 20대 모두 그랬다. 물갈이가 항상 좋은건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정리될 수 있는 공천제도가 돼야 한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분들은 계속 할 수 있고 안 맞는 분들은 교체될 수밖에 없는 그런 공천 말이다. 현역의원은 객관적인 지표를 통해 철저히 성과평가를 해야한다. 그리고 우리 당은 사실 민주당보다 연령대가 조금 높다. 세대를 낮추는 공천도 필요하지 않나싶다.

■ 공천 때마다 상향식이냐, 전략공천이냐 말이 많은데.

공천제도로는 지도부가 개입하는 공천보다는 늘 아래로부터의 공천이 좋다고 생각한다. 나는 여야 동시오픈프라이머리가 소신이기도 하다.그렇다고해서 여야 100% 동시오픈프라이머리는 찬성하지 않는다. 전략공천도 일정부분 있을 수밖에 없다. 신인 들어오게 하려면. 결론적으로, 아래로부터의 공천은 늘리돼, 전략공천을 잘 활용해서 새 피도 수혈하는 식의 공천이 필요하다.

■ 최근 보수진영에서 나 원내대표의 리더십이 새롭게 평가받고 있다. 보수진영에 차세대주자가 기근이라는 지적도 있다.

스스로 무얼 어떻게 하겠다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우리 당이 역사에서 두 번 다시 있어서는 안될 일로 망가졌지만, 아무리 봐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킬 수 있는 헌법수호 세력은 우리 당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 당이 좀 더 국민의 신뢰를 받도록 하는데 역할을 하겠다. 차세대가 기근이라면, 훌륭한 대선주자를 많이 모셔와야겠다. 노장청 가리지 않고 그런 분들 발굴하고 그들이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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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경용 이재걸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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