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숙 민법전문박사 법무법인 산우

A남은 전처와 사별을, B녀는 전남편과 이혼을 했다. A와 B는 친구의 소개로 만나 호감을 느껴 가까운 지인들만 불러서 결혼식을 올렸지만, 혼인신고는 하지 않은 채 15년 동안 혼인생활을 지속해 왔다. 이후 A는 배드민턴을 치다가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고, 의식을 회복하지 못해 끝내 사망했다. B는 A가 사망하기 전에 사실혼관계의 해소를 주장하면서 법원에 재산분할심판청구를 했다. B녀의 재산분할청구 주장은 인정될 수 있을까.

사실혼이란 혼인의사를 가지고 실질적인 부부로서 혼인생활을 하지만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 것을 의미하며 법률상 혼인은 아니다. 그러나 사실혼의 경우라도 일정한 범위 내에서는 법률혼에 준하여 보호를 받는다. 부부로서의 동거·협조·정조의무, 일상가사대리권 등은 혼인신고 여부와 관계없이 인정이 되나, 상속권은 인정되지 않는다.

법원은 사실혼의 기준으로 주민등록지가 같은지, 서로의 가족이 인정을 하는지, 서로의 가족행사에 참여하여 왔는지, 서로의 호칭이 부부간에서만 부를 수 있는 호칭이었는지 등을 종합해 사실혼 관계를 인정하고 있다.

사실혼은 법률혼처럼 이혼절차가 필요하지는 않으나 당사자 간의 합의나 일방이 상대방에 대하여 더 이상 공동생활의 의사가 없다고 통보하면 사실혼 관계는 해소된다. 즉 별도의 법률적인 절차나 규제가 없어도 자유롭게 사실혼의 해소가 가능한 것이다.

사실혼이 해소된 경우 부부의 공동재산에 대하여 법률혼과 마찬가지로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 즉, 해소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상관없이 청구할 수 있고, 유책배우자도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 당사자 간에 재산분할에 대하여 협의가 되지 않는 경우 가정법원에 재산분할 심판 청구도 가능하다. 그러나 사실혼관계가 일방 당사자의 사망으로 인하여 종료된 경우에는 그 상대방에게 재산분할청구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위 사례에서 A와 B는 부부로서의 혼인의사와 혼인의 실체가 있다고 보아 사실혼 관계가 인정된다. A의 사망으로 인하여 사실혼이 해소된 것이 아니라, B가 A남의 사망 이전에 사실혼의 해소를 주장해 법원에 재산분할심판청구를 하였으므로 B의 재산분할청구는 인정될 것이다.

임경숙 민법전문박사 법무법인 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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