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임신한 여성의 자기낙태를 처벌하는 형법 제269조 1항의 ‘자기낙태죄 조항’의 실효성이 없다”는 것을 위헌의 주요 논거로 제시했다.

헌재 판결문에 따르면,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2011년에 만 16세 이상의 우리나라 여성 1000명을 대상으로 낙태갈등 상황에서 낙태와 출산을 선택한 각각의 요인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낙태 여부를 고민할 때 고려하는 사항이나 실제로 출산을 선택하게 하는 요인에 낙태가 불법이라는 점은 거의 포함되지 않았다.

헌재는 “낙태죄와 관련한 수사 현실 역시 자기낙태죄 조항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게 한다”고 설시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에서 2011년 연세대학교에 의뢰해 조사한 ‘전국 인공임신중절 변동 실태조사’에 의하면, 2010년 기준으로 연간 약 17만건의 낙태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대검찰청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3년까지 여성이 낙태 범죄로 기소된 경우는 연간 10건 이하였다.

헌재는 “자기낙태죄를 처벌하는 규정이 낙태죄 감소에 의미있는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헌재는 “관련 연구결과에 의하면, 우리 사회에서 지금까지 낙태 추정건수나 낙태율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추세로 보이지만, 이는 피임의 증가, 남아선호사상의 약화, 경제사정의 개선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자기낙태죄 조항이 낙태건수나 낙태율의 감소에 의미있는 영향을 미쳤다고 볼 만한 근거를 찾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서 “낙태갈등 상황에서 형벌처벌의 위험이 임신한 여성의 임신종결 여부 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사정과 실제로 형사처벌되는 사례도 매우 드물다는 현실에서 보면, 자기낙태죄 조항이 낙태갈등 상황에서 태아의 생명 보호를 실효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결론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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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열 기자 son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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