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학대 예방 중심으로 시스템 개편중

해외의 아동보호체계를 그대로 한국에 가져온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각 사회마다 제반 환경이 다르고, 그에 따라 아동보호체계 역시 다르게 발전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고 있는 해외 사례들이 일관되게 견지하는 원칙이 있다면, 그리고 그 원칙이 우리나라 아동보호체계에 핵심적으로 결핍된 요소라면 면밀히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아동보호 관련 종사자들과 전문가들 사이에선 아동보호의 공공성과 책임성의 확보가 다른 나라에서 배워야 할 가장 핵심적인 요소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한다.

◆사각지대 살피는 스웨덴 아동옴부즈맨 = 스웨덴 아동안전 보장 체계의 특징은 처음부터 끝까지 정부와 국가가 책임지고 있다. 아동학대 예방, 아동학대의 신고 접수는 물론 신고된 건의 조사 및 학대 여부 평가, 사후 지원 업무까지 모두 공적인 사회복지 서비스로 이뤄진다.

피학대아동이나 가정에 제공되는 서비스는 매우 다양하지만 ‘가족지원’이라는 기본원칙 하에 제공된다. 물론 심각한 학대사례라면 가족보존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아이를 격리해서 보호할 수밖에 없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취약한 환경의 원가정이 보다 나은 가정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아동 관점에서 더 나은 선택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동 관련 사회복지사의 권한도 강력한데 피학대아동의 의료기록을 요청할 경우 의사는 반드시 이에 응하도록 돼 있다.

스웨덴 아동보호체계에서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은 아동보호체계의 전반적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는 모니터링(아동 옴부즈맨) 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독립적 권한을 가진 아동 옴부즈맨은 아동의 권리를 규정한 유엔아동권리협약이 스웨덴에서 얼마나 잘 지켜지고 있는지 감시하되 활발한 모니터링을 통해 기존 아동보호체계가 미치지 못한 사각지대를 조명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우거나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아동 옴부즈맨의 가장 큰 업무 중의 하나가 아동들의 의견을 직접적으로 수집하고 그들의 의견을 대변하는 일이다. 또 아동들은 아동 옴부즈맨에게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권리에 대한 질문을 할 수 있고, 자신들이 처한 상황과 관련해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정보도 얻을 수 있다. 아동 옴부즈맨이 매년 발간하는 연례 보고서에는 아동들의 제안이 담긴다.

◆가족지원과 예방중심으로 바꿔가는 일본 = 그동안 아동보호체계 모델 연구는 서구를 중심으로 이뤄져 온 게 사실이지만 아시아 지역 모델에서도 시사점을 얻으려는 시도도 있다. 아동보호 문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서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이 사실이지만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성숙한 아동보호체계로 나아가려는 시도를 일부 국가에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류정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아동복지연구센터장은 “일본 역시 기존에는 아동권리에 대한 인식 부족, 예방보다는 신고에 기반한 처벌 중심 체계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2000년대 이후에는 조금씩 변모하고 있다”면서 “아동권리보호와 예방 중심 보호로 전환하고 있어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말했다.

일본의 아동보호체계는 아동복지법에 근거해 각 지역에 설치된 행정기관인 아동상담소와 기초지자체로, 일본 전국 207개소가 설치돼 있다.

아동상담소는 18세 미만의 아동과 관련한 다양한 상담에 응하는 전문상담기관 역할을 하되, 아동학대에 대응하는 역할도 한다. 각 분야 전문가의 진단을 통해 담당 구역 내 아동 관련한 조사와 사례 대응을 하는 것은 물론 일시보호조치나 시설 입소 등 어떤 조치를 취할지도 판단한다.

기초지자체인 시정촌에서도 아동학대 관련한 신고를 받지만 위험도를 판정해 고위험 사례는 아동상담소에 통보하는 방식으로 연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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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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