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재무적 정보제공 여전히 미흡

ESG정보공개 의무화·확대 필요

# LG화학은 최근 전 세계 화학회사 중 최초이자 한국 기업 사상 최대 규모의 그린본드를 발행했다. 그린본드는 친환경 투자로만 한정된 채권으로, LG화학은 15억6000만달러(약 1조7800억원) 규모의 그린본드를 발행했다. LG화학이 친환경 기업 행보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LG화학은 대기오염물질 측정대행업체와 짜고 먼지·황산화물 등의 배출농도를 속여 적발됐다. LG화학은 이 과정에서 조작된 값을 활용해 기본배출부과금을 면탈받기도 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은경 UN 글로벌 콤팩트 한국협회 실장은 위 사례를 소개하며 한국기업들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공시에 대한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줄 왼쪽부터) 이은경 UN 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안효준 국민연금공단 CIO, 로렌조 사UN PRI 이사, 조홍래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금융투자 협회 부회장), 박영석 자본시장연구원 원장, 일레인 응(Elaine Ng) MSCI ESG 리서치 팀 이사, 쿄코 알트만, HSBC 글로벌 뱅킹 앤 마켓 그룹 지속가능투자부문 아태지역 대표, 김종대 인하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사진 금융투자협회 제공

18일 금융투자협회가 유엔 책임투자원칙 기구(PRI)와 공동으로 개최한 '지속가능성장을 위한 사회책임투자 세미나'에서는 한국의 사회책임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기업들의 ESG 공시를 의무화,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왔다.

조홍래 금융투자협회 비상근 부회장(한국투자신탁운용 CEO)는 이날 " 한국의 사회적 책임투자 활성화를 위해서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 대상기업의 SRI기준 부합여부의 판단을 위한 기업의 ESG 관련 정보 공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재 거래소의 기업지배구조 공시제도는 국내의 환경·사회적 측면의 비재무적 정보제공이 아직 미흡한 수준이다. 조 부회장은 "지속가능 금융시장의 성장을 위해서는 기업의 ESG 관련 정보 제공 채널이 확대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효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은 사회책임투자의 확대 과정에서 예상되는 걸림돌로 미흡한 공시를 꼽으면서 "책임투자를 실행하려면 ESG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알아야 하는데 기업의 ESG 관련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에 아직 공시 수준이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시 규정 개정 등 점진적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지면 공시자료의 신뢰성을 바탕으로 책임투자를 더욱 적극적으로 해 책임투자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될것"이라고 기대했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한국의 사회책임투자는 무늬만 보편화된 상황으로 이는 책임투자에 대한 철학이 부재하고 단기 수익률 중시 투자문화가 팽배한 점이 문제"라며 "현재 상장기업의 ESG 정보공개 의무화는 실시되지 않은 상황으로 신뢰성이 낮은 ESG 정보 수준은 ESG 리서치 및 분석의 발전을 제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류 대표는 "벤처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주변 생태계가 갖춰져야 하듯 ESG 투자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이를 위한 제도 마련과 시장 인식 자체가 변해야 한다"며 "ESG 통합 및 스튜어드코드 도입 펀드에 대한 세제지원으로 공모펀드 가입자들의 장기투자 유도 및 건전한 투자문화를 계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시연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기금운용 수익률 등에 초점을 맞추는 성과논리가 여전하다"며 "최근 국회에서도 관련 논의들이 나오지만 연구 결과를 종합해 국회의원들에게 전달해도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허다해 관련 법제 움직임이 다음 단계로 이동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은경 UN 글로벌 콤팩트 실장은 국민연금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 실장은 "사회책임투자 활성화를 위해 국민연금은 해외 연기금처럼 ESG 공개 요구를 강화하는 인게이지먼트(참여)를 확대하고 인권 기후변화 이슈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투자의사 결정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하원 한국주택금융공사 유동화본부장은 "해외 수준의 인증비용 지원 등 발행기관과 투자기관에 인센티브를 주는 등 ESG 채권의 안정적 공급을 유도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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