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숙 민법전문박사 법무법인 산우

연기자 백일섭씨에 이어 소설가 이외수씨가 '졸혼'을 선택했다. 이씨 부부는 지난해 말부터 이혼을 논의하다가 최근 '졸혼'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씨의 부인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건강이 나빠지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남편이 이혼을 원치 않아 졸혼으로 합의했다"며 "지금이라도 내 인생을 찾고 싶었다"고 밝혔다.

'졸혼'이라는 단어는 2016년에 우리 사회에 소개된 이래 '결혼을 졸업 한다'는 의미를 가진 신조어로 다루어지고 있다.

즉, 이혼을 하지 않은 채 부부 관계를 정리하고 서로 간섭 없이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졸혼은 현행 법률상 인정되는 제도는 아니기에 그 형태가 다양하고, 성립요건을 구체적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졸혼을 혼인 당사자 사이의 계약으로 볼 수 있다면, 혼인관계를 유지하며, 서로 독립하여 간섭하지 않는 가족 관계를 유지한다는 점에 대해 의사 합치가 있어야 한다.

따라서 다른 배우자의 의견을 무시한 채 일방 당사자의 주장만으로는 졸혼은 성립할 수 없다.

즉 부부 양 당사자 의사의 합치가 없는데도 일방이 졸혼이라고 주장하면서 별거 등을 시도하거나 이를 합리화하려 한다면 악의의 유기(민법 제840조 제2호) 또는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민법 제840조 제6호)에 해당해 재판상 이혼원인이 될 수 있다.

'이혼관련 스트레스를 회피하기 위해서'가 졸혼 선택의 가장 큰 이유다.

부부가 이혼을 하는 경우, 남성은 이혼 뒤 사회적 명예로 인한 스트레스를, 여성은 경제문제와 가족문제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졸혼이라는 중간지대의 설정을 통해서 결혼생활을 유지함으로써, 상대방의 사회·경제적 능력을 공유할 수 있고, 자녀들의 트라우마를 줄일 수 있으며, 연금이나 세금 등 경제적인 측면에서 유리하다. '원하는대로 살기 위해서'도 졸혼 선택의 이유로 꼽힌다. 졸혼을 통해 배우자와 자녀들에게 치우쳤던 개인의 삶을 되돌아 볼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졸혼이 모든 부부관계의 능사는 아니다. 졸혼은 현행 법률상 인정되는 제도가 아니므로, 졸혼을 한 당사자는 법률상 혼인관계로 분류된다.

법률상 부부는 민법상 부부간 동거·부양·협조의무 등을 부담하고, 부정행위를 했을 때 재판상 이혼도 당할 수 있다. 즉, 졸혼을 하는 경우에도 부부간 의무는 현존하는 것이고, 그 의무위반으로 인한 법률상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임경숙 변호사의 가족법 이야기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