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정상화 돌파구 제시

문희상 '일괄타결' 재부각

여당 "검토하겠다" 유보

21대 총선을 1년 앞두고 개헌바람이 다시 불기 시작했다. 야당인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이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선거룰'인 공직선거법 개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안건처리) 지정에 대해 반발하며 장외로 나간 자유한국당이 국회로 들어올 수 있는 명분으로도 '개헌 논의'가 채택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내놓은 개헌안이 국회에서 불발, 사실상 개헌론이 물건너간 지 1년만이다.

◆"국회정상화 실마리 필요" = 9일 이인영 원내대표가 당선인사차 각 당 원내대표를 만나는 과정에서 바른미래당에서 선거법과 함께 개헌도 같이 논의하자는 요구가 공식적으로 제기됐다. 민주평화당은 또다른 공식창구로 제안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한국당이 주장했던 것처럼 선거제 개편과 개헌논의를 병행해야 한다. 그래야 한국당이 협상 테이블로 나올 것"이라며 "개헌과 선거제 개편이라는 정치개혁을 동시에 이끌 수 있도록 여당 원내대표가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장병완 평화당 원내대표는 이날 고별기자회견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이 돌아올 명분을 줘야 한다"며 "정부, 여당이 애초 권력분산과 다당제를 약속한 만큼 한국당에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원내대표는 7일에도 "(정국을 타개할) 실마리는 바로 청와대와 여당이 정치력을 발휘해서 자유한국당이 국회에 복귀할 명분을 제공해야 한다"며 "그것은 바로 제왕적 대통령제를 고치기 위한 개헌 논의를 다시 시작하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당대표와 정동영 민주평화당 당대표 역시 '선거제와 개헌 동시 논의'를 주장하고 나섰다. 손 대표는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연동형비례대표제는 정치 개혁의 시작일 뿐이며, 제왕적 대통령제 극복을 위해 국회가 제 역할 하는 권력구조 대개혁을 이제 시작해야 한다"며 "국회가 나서서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개헌안을 만들자"고 말했다.

정동영 대표도 9일 내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권력구조 개혁을 논의해야 한다"며 "청와대와 민주당이 권력구조 논의를 앞장서 시작하지 않는다면 보수정권과 다를 바가 없다"고 말했다.

◆가능할까 = 두 정당의 선거법과 개헌 동시논의 제안을 실제 두 거대양당인 여당과 한국당이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한국당이 제시한 출구전략인 '패스트트랙 무효와 사과'의 대안으로 나온 '선거법과 개헌 동시논의'는 검토 대상이 될 수는 있다. 실제로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3월에 "내각제 개헌과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 15일 5당 원내대표 합의문의 '선거제도 개혁관련 법안 개정과 동시에 곧바로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논의를 시작한다'는 문구를 '선거제와 개헌 동시논의'로 해석했다.

이를 두고 김관영 원내대표는 "한국당도 선거제 개편과 함께 개헌을 논의한다면 협상을 할 수 있다고 수 차례 말했다"며 "개헌과 선거법제를 함께 논의할 수 있는 토대는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개헌론이 다시 수면위로 오르면서 문희상 국회의장이 제안한 '총선때 개헌 국민투표'가 재조명을 받고 있다. 문 의장은 지난달 10일 '대한민국 임시의정원 개원 100주년 기념식'에서 "촛불민심의 명령을 제도화로 마무리하는 것이 20대 국회의 책무"라며 "국회가 이뤄내야 할 개혁입법의 첫 번째가 개헌"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왕적 대통령제로 불리는 현행 권력구조와 표심을 왜곡하는 선거제도를 고치지 않는다면 선거가 거듭될수록 대결정치의 강도는 더욱 거세지고 그 폐해는 증폭될 것"이라며 "2020년 총선에서 국민투표에 부쳐 다음정권에서 시작하는 개헌에 대한 일괄타결 방안을 논의하자"고 했다.

◆문 대통령 "개헌 기대 내려놔" 언급 바꿀까 = 청와대와 여당의 의지가 중요하다. 두 야당 지도부의 개헌논의 요구에 이인영 원내대표는 "국회 정상화를 위해 어떻게 할 것인지, 또 선거법 개혁과 개헌 논의를 어떻게 병행할 수 있는지를 충분히 고민하고 말씀을 드리겠다"고 했다. 개헌정국이 다시 시작될 경우 국정과 국회가 '블랙홀'에 빠질 가능성, 내년 총선에서의 득실 등을 따져 볼 것으로 예상된다. 이 원내대표는 오랫동안 문 대통령과 함께 권력구조 등 개헌안에 대해 논의해왔으며 대통령 개헌안을 만드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3월 26일에 발의한 개헌안이 두 달 만인 5월24일에 본회의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사실상 폐기된 것을 두고 "이번 국회에서 개헌이 가능하리라고 믿었던 기대를 내려놓는다"며 "언젠가 국민들께서 개헌의 동력을 다시 모아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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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윤여운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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