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통신 "'관세폭탄'에 조만간 소비재 가격 줄줄이 인상 … 미 소비자 경악할 것"

격화하는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가 미국 소비자와 소상공인 부담으로 고스란히 되돌아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영국 로이터통신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관세폭탄으로 중소상공인들은 오르는 수입물가에 대처하기 위해 조만간 상품 가격을 올려야 할 것"이라며 "3~4개월 뒤 미국 소비자들도 쪼들림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로이터는 또 "관세 충격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이 2000억달러어치의 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기존 10%에서 25%로 상향하면서 경제성장률이 둔화될 것이고, 무역전쟁이 장기화한다면 수십만명의 미국인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새로운 관세는 대략 6000개 품목의 상품에 적용된다. 가구와 핸드백, 가전제품, 의류, 향수와 샴푸 등 개인용 케어제품, 홑이불, 시리얼 등이 포함된다.

국제무역 컨설팅 회사인 '트레이드 파트너십' 추산에 따르면 이번 관세로 미국의 4인 가구는 1년 평균 767달러(약 91만원)를 추가 지출해야 한다. 영국의 시장분석 기관인 '옥스포드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2020년말 관세폭탄으로 인한 미국의 실직자가 20만명에 이를 수 있다.

현재까지 미국 중소상공인들은 추가 비용 일부를 자신이 떠안거나 중국 수출업자에게 원가를 깎아달라고 설득하거나 아니면 관세 효과가 발생하기 전 많은 물품을 미리 수입해놓는 방식으로 관세폭탄에 대처하고 있다.

하지만 25% 관세 상향으로 인한 추가 비용을 상쇄할 새로운 방법은 찾기가 어려울 전망이다. 중소상공인들은 소비자들에게 고통분담을 강요해야 할 상황이다.

아직 매장과 온라인장터의 물품 가격이 즉각 인상되지는 않았다. 상품 발주에서 제조, 납품에 이르는 조달기간(리드타임)이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느끼는 고통도 잠시 지연되고 있다.

글로벌 경영컨설팅 기업 '액센츄어'에서 소상공 컨설팅을 하는 브라이언 에릭 이사는 "관세로 인한 가격인상을 소비자가 체감하려면 대략 90~120일 정도 걸린다"고 추산했다.

1주에 평균 200개 컨테이터 분량의 자전거를 수입해 월마트 등 거대 유통업체에 1대당 80~120달러에 판매하는 켄트 인터내셔널의 CEO 아놀드 캄러는 "즉각 가격을 올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주요 유통업체들은 이를 금지하는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 대부분은 약 60일 정도의 가격 인상 유예기간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5% 관세가 유지된다면 60~90일 내 가격을 인상해야 한다"며 "하지만 2개월분 재고밖에 없어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필라델피아에서 '밍키블루'라는 잡화점을 운영하는 동시에 아마존 등 웹사이트에서 여행용 토트백을 판매하는 셰릴 모세 씨는 "지난해 부과한 10% 관세를 이번에 25%로 높이면 회사에서는 감당할 수가 없다"며 "현재 가방을 만드는 데 쓰는 인조가죽엔 17.6%의 관세가 붙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상향하기 직전 중국에 1500개의 가방을 발주한 모세 씨는 "7월 초 중국에서 새로운 가방을 납품하면 소비자 가격을 약간 올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전미소매업협회(NRF) 관계자는 "미 전역의 수십만 곳 중소상공인들이 대중국 관세로 큰 부담을 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NRF와 소매업대표자협회(RILA)는 "관세는 중국이 아니라 미국 기업과 소비자가 지불하는 세금"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미제스와이어'의 선임 에디터인 라이언 맥마켄은 "상품에 대한 관세를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는 흔한 오해가 있다"며 "경쟁을 벌이는 기업으로서는 비용 상승분 전액을 소비자가격에 반영하는 일은 드물다"고 지적했다.

맥마켄은 위에서 언급한, 가방을 판매하는 모세 씨의 사례를 들어 "약간이나마 소비자가격을 올리겠다고 말했지만, 그 역시 소비자가격 인상으로 시장점유율이 하락하리라는 사실에 주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관세나 세금으로 인한 비용 상승분 가운데 일부는 소비자가 내게 된다. 하지만 상당분은 결국 기업이 감당해야 한다. 이는 중소상공인들 입장에서, 자신과 가족에게 주는 임금을 낮춘다는 의미다. 아니면 기업이 직원에게 제공하는 혜택을 줄이거나 상황이 악화하면 결국 해고의 칼을 꺼내든다는 것이다.

미국 공영방송 PBS는 최근 "미국 중소상공인들은 3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관세로 인한 추가비용을 스스로 부담하거나 소비자에게 전가하거나 중국 이외의 나라로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중소상공인들로서는 관세폭탄을 고스란히 수출가에 반영하는 중국산 상품 대신 다른 개발도상국의 상품으로 대체하면 된다. 문제는 가성비다. 맥마켄은 "중국산만큼 가성비가 좋았다면, 미국 기업들은 진즉 그랬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나쁜 사람(중국)을 벌주기 위해 관세 부과를 정당하다고 여기는 임금노동자에게 큰 의미가 아니다. 하지만 맥마켄은 "미국민의 90%를 차지하는 임금 노동자들은 기업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것, 생산자에게서 소비자에게로 상품이 전달되는 방식 등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을 지지하는 측에선 '관세'라는 이름의 고율 세금으로 미국 내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고 여기고 있다. 이에 대해 맥마켄은 "'일자리 순 창출 개수'를 무시할 때나 가능한 얘기"라며 "해외 철강에 세금(관세)을 부과하게 되면 미국 철강산업 내 약간의 일자리를 늘리게 된다. 하지만 이는 '보이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다른 산업 부문에서 소비가 줄어든 결과로 잃어버리는 또는 창출되지 않은 일자리가 있다. 이는 '안 보이는' 부분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폭스뉴스는 최근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선임연구원 게리 허프바우어를 인용해 "철강부문에서 새로 창출되는 일자리를 위해 미국 소비자가 평균적으로 지출하는 비용은 자그마치 90만달러(약 10억7000만원)에 달한다"며 "막대한 돈을 쏟아붓지만 6~8개 철강회사에서 창출되는 일자리는 8700개에 불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달리 말하면 소비자들이 비철강 부문에 지출할 돈이 적어지고 이는 전반적인 일자리 창출을 감소시킨다. 따라서 상당한 소비자가 삶의 질 하락을 경험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만으로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인상에 찬성하는 사람들을 납득시킬 수 없다는 점이다. 이들에게 주요 관심사는 '외국의 불공정한 무역관행을 응징'해야 한다는 것이다.

맥마켄은 "트럼프 지지자들은 중국 등 다른 나라들이 미국의 요구에 굴복한다면 관세 인상은 '조만간' 사라질 것으로 믿는다"며 "그들은 확신에 차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조만간'은 얼마의 기간이 될 것인가. 1년? 5년? 맥마켄은 "중소상공인 입장에서 1년은 매우 긴 시간"이라며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고 가겟세를 내고 미래를 계획하는 기간으로 1년은 매우 긴 시간"이라고 말했다.

메리 아미티 뉴욕 연방준비은행 부사장과 스티븐 레딩 프린스턴대 교수, 데이비드 와인스타인 컬럼비아대 교수가 지난 3월 발표한 '2018년 무역전쟁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관세로 인한 부담은 미국내 소비자들이 고스란히 떠안았다. 2018년말 기준으로 매달 14억달러 실질소득이 줄었다.

미 국립경제조사국(NBER) 보고서에 따르면 수입물가 상승으로 미국의 소비자와 생산자가 잃는 것은 연간 688억달러로 GDP의 0.37%였다.

하지만 명백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타격을 입을 것 같지는 않다는 분석이다. 맥마켄은 "끔찍한 경제상황은 종종 위대한 정치상황을 만들어낸다"며 "고율 관세가 '위대한 미국의 재건'을 이뤄낼 것이라는 망상은 많은 이들의 관심과 주목을 끌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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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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