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리금보장형 90.3% … 정기예금 금리보다 낮아

실적배당형 9.7%, 주식시장 하락세로 마이너스

지난해 퇴직연금 수익률은 1.01%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0.87%p 떨어졌고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1.5%보다 낮았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수익률은 2년 연속 마이너스다. 특히 전체 퇴직연금의 90.3%의 비중을 차지하는 원리금보장형의 상품은 정기예금보다 낮은 금리수준을 보였고 9.7% 비중을 차지하는 실적배당형 상품은 지난해 주식시장의 하락세로 손실을 기록했다.

◆실적배당형 여전히 10% 미만 =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퇴직연금 적립금은 200조원에 육박한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18년도 퇴직연금 적립 및 운용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190조원으로 전년대비 21.6조원(12.8%) 증가했다.

퇴직연금은 퇴직금을 안전하게 보전하고 근로자 노후를 대비하기 위한 목적에서 2005년 도입됐다.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은 근로자의 퇴직연금을 회사가 운용한다. 확정급여형(DB형)은 121.2조원에 달한다. 사용자가 부담금을 정기적으로 납입하고 근로자의 적립금 운용 성과에 따라 퇴직금 지급액이 달라지는 확정기여형(DC형) 및 기업형 개인퇴직연금(IRP)이 49.7조원을 차지했다. 이직 및 퇴직시 수령한 퇴직급여와 가입자 개인이 추가 금액을 적립해 운용하는 개인형 IRP는 19.2조원이었다. DB형은 전년보다 10.3조원(9.3%) 증가했고 DC·기업형IRP는 7.4조원(17.5%) 늘었다.


전체 적립금 190조원 중 원리금보장형은 대기성자금 6.3조원을 포함해 171.7조원으로 90.3%의 비중을 차지했다. 실적배당형상품은 18.3%로 9.7%에 불과했다. 실적배당형 운용비중은 전년대비 1.3%p 증가하는 등 점진적으로 상승추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여전히 10% 미만에 그치고 있다.

특히 DB형의 경우 다른 제도유형에 비해 원리금 보장형 편중현상이 심하게 나타났다. DC·기업형IRP의 원리금 보장형 비중은 84.1%, 개인형 IRP는 75.7% DB는 95.2%였다. 반면 DC·기업형IRP 및 개인형 IRP의 경우 실적배당형 운용비중이 각각 15.9%, 24.3%로 DB(4.8%)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경향을 나타냈다.

◆은행 정기예금 금리 절반 수준 = 퇴직연금의 연간수익률은 1.01%로 전년보다 0.87%p 떨어졌다. 은행 정기예금 금리 1.99%의 절반 밖에 안 되는 수준이다.

원리금보장형은 전년대비(1.49%) 0.07%p 상승한 1.56%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실적배당형 상품의 지난해 평균 수익률은 전년(6.58%)대비 10.40%p 하락한 -3.82%를 기록했다. 주식시장 하락세로 DB에 비해 실적배당형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DC·기업형IRP(0.44%) 및 개인형IRP(-0.39%)의 수익률 하락폭이 크게 나타났다.

금감원 관계자는 "원리금보장형 수익률이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 불황에 따른 펀드 수익률 급락 등으로 연간 수익률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주요 공모펀드의 전체 수익률을 보면 국내 주식형펀드는 17.30%, 국내 혼합형 4.24%, 국내채권형 2.49%를 기록했다.

한편 최근 5년, 10년간 연환산 수익률(총비용 차감 후)은 각각 1.88%, 3.22%로 나타났다.

5년 연환산 수익률은 손해보험이 가장 높고 생명보험, 금융투자, 근로복지공단, 은행 순이다. 10년 연환산 수익률 기준으로는 실적배당형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금융투자 권역이 가장 높고, 손해보험, 생명보험, 은행 순이다.


금융투자 권역(18.7%)을 제외한 다른 권역의 실적배당형 비중은 1.2%~9.4%로 소극적 운용관행이 이어지고 있다.

◆기업과 가입자 부담 더욱 증가 =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5년 연평균 수익률은 1.88%로 2014년 가입 기준 5년 만기예금 이자율 연 3.14%보다 수익률이 훨씬 낮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3.8%를 밑도는 최하위권이다.

홍원구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퇴직연금의 수익률이 낮을수록 기업과 가입자의 부담은 더욱 증가한다고 지적했다. 홍 연구위원은 "DB형 퇴직연금의 수익률이 임금상승률보다 낮아지면 DB형 퇴직연금 가입기업이 추가 기여를 통해 적립금 부족액을 해소해야 한다"며 "임금상승률에 비해 낮은 수익률은 퇴직연금 가입기업 또는 가입자의 부담으로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또 "DC형 퇴직연금의 수익률이 임금상승률보다 낮을 경우 DC형 퇴직연금 가입자들은 DB형 퇴직연금에 가입했을 경우나 퇴직금 제도에 머물러 있을 때에 비해 상대적인 손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DC형 퇴직연금의 수익률은 0.44%로 DB형 퇴직연금의 수익률 1.46%와 비교할 때 1%p 이상 낮았다. 그 이유는 DC형 퇴직연금의 실적배당형 상품 투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고, DC형 퇴직연금의 실적 배당 상품의 수익률이 매우 낮았기 때문이다.

이에 홍 연구위원은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 가입기업과 가입자의 개별적인 노력도 필요하지만, 기금형 퇴직연금과 디폴트 투자 상품 도입, 자산배분 규제 완화 등 제도적 개선방안을 찾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의 도입, 디폴트 투자상품의 도입 등 퇴직연금 적립금의 운용 성과를 높이려는 노력과 함께 가입 근로자들이 투자위험을 직접 부담하는 DC형 퇴직연금에 대한 제도적 검토·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관련기사]
“퇴직연금에 기금형·디폴트옵션 도입”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김영숙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