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 상가, 종합부동산세 적용에서 제외

비거주용 부동산 가격공시제 시행 미뤄

고소득을 누리고 있는 빌딩 상가 등 비주거용 부동산 소유자들이 토지나 주택 소유자에 비해 세금을 더 적게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한국지방세연구원 박상수 연구위원은 “시가대비 과세가격의 비율을 말하는 현실화율이 토지와 주택에 비해 비주거용에서 더 낮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위원이 2018년 5월 발표한 ‘비주거용 부동산 공시가격, 납세자의 신뢰 확보 필수’에 따르면 국세청에서 고시하는 오피스텔과 및 상업용 건물의 기준시가의 현실화율은 평균 46.9%에 불과하다.

이는 60% 내외인 토지와 주택의 현실화율보다 10%p 이상 낮은 수치다. 현실화율이 낮을수록 보유세 부담이 더 적다는 의미이다. 더욱이 지역 혹은 건물별로 현실화율 차이가 커 과세 형평성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같은 문제를 시정하기 위해 ‘비주거용 부동산 가격공시제도’를 도입하고 입법 절차까지 마쳤지만 정부는 시행을 미룬 채 ‘14년째 검토중’이다.

2005년 최초로 제도 도입이 결정되고 2016년 국회 입법으로 제도 시행 근거가 마련됐지만, 주무부서인 국토교통부가 여전히 차일피일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 12월 말 국회본회의를 통과한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은 비주거용 건물 가격공시제도 도입을 명시했다. 토지와 주택가격은 공시되는 반면, 비주거용 건물만 제외된 부동산 가격공시제도의 허점을 보완하려는 것이다.

당시 법안을 발의했던 안홍준 전 의원은 27일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정부가 비주거용 부동산에 대한 가격공시제 도입을 계속 미루고 있어 이를 강제하기 위해 법안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부동산투기 억제 목적으로 2005년 도입된 종합부동산세 적용 대상에 토지와 주택은 포함되는 반면, 비주거용 부동산은 제외됐다. 2005년 당시 노무현정부는 주택가격 공시제도를 우선 도입하며, 비주거용부동산도 뒤이어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2005년 5월 국민경제자문회의는 제도 도입을 결정하고, 2006년 1월 재정경제부가 주도한 부동산실무기획단회의에서 건설교통부가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2006~2007년 2차에 걸친 도입방안연구 결과를 토대로, 2008년 5월 부동산시장점검회의에서 시범사업을 거쳐 도입키로 결정했다. 2009~2010년 국토부 주관으로 2차에 걸쳐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2012년 1월 기획재정부가 주도한 부동산시장점검회의에서 2014년 비주거용 집합건물, 2015년 이후 비주거용 일반건물에 대해 가격공시제 시행을 결정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뚜렷한 이유없이 제도 시행을 또 미뤘다.

급기야 국회는 2015년 말 관련 법을 개정해 비주거용 부동산 가격공시제도를 도입했다. 2016년 9월 1일자로 법이 시행됐지만 여전히 제도 도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토부 부동산평가과 관계자는 “국토부 독자적으로 도입을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국토부는 시행될 경우에 대비한 실무적인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주거용 부동산 가격공시제도는 부동산가격 공시체계를 완성해 과세형평성을 제고하려는 것이 도입 배경이다.

토지와 주택은 가격공시를 통해 전국적으로 통일된 과세표준에 근거하여 세금부과가 이뤄지는 반면, 비주거용 건물은 지자체와 국세청 공무원이 산정하는 ‘시가표준액’과 ‘기준시가’에 의한 과세로 심각한 과세 불형평성 문제가 제기돼 왔다.

빌딩, 상가, 호텔, 오피스텔 등으로 대표되는 비주거용 부동산은 주택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가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공시가격이 없어 종합부동산세 부과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또한 시가표준액이나 기준시가가 시가보다 크게 낮아 토지와 주택보다 세부담도 적다.

비주거용 부동산은 주택에 비해 유형이 다양하고 가격형성 요인이 상이해 상대적으로 가격공시의 어려움이 크다. 하지만 2005년 제도도입 결정 이후 14년이나 준비했고, 국회 입법도 이뤄진 상황에서 더 이상 제도도입을 미뤄서는 안된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박상수 연구위원은 “과세 형평성을 해소하기 위해 비주거용 가격공시제도 도입을 더 이상 미뤄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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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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