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숙 민법전문박사, 법무법인 산우

A는 부인과 사별 후 홀로 자녀 다섯을 키웠다. 자녀들이 모두 자라 독립한 뒤 혼자 사는 것이 적적해 결혼한 자녀 중 한명인 B와 함께 살기로 하였다. 이에 A는 B내외와 함께 살 집을 마련하기 위해 자신이 원래 거주하던 집과 땅을 팔아 B명의로 새 아파트를 구매하였고 남은 금액은 모두 B에게 증여했다. 이후에도 A는 자신의 재산 중 일부를 증여하거나 B의 사업으로 발생한 은행채무를 갚기 위해 사용했다. 몇 년 후 A는 유언으로 남은 재산마저 모두 B에게 상속했지만 나머지 4명의 자녀는 아무런 재산도 상속받지 못했다. B를 제외한 나머지 자녀들이 상속 받을 방법은 없을까?

우리나라는 사유재산제도를 채택하고 있어 누구나 자신의 재산을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다. 따라서 개인은 증여나 유언 등을 통해 자신의 재산 일부나 전부를 자녀 중 1인이나 제3자 혹은 법인이나 국가 등에게 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재산처분의 자유를 무한정 인정하는 경우, 그로 인하여 상속에서 유족들이 불의의 피해를 받게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우리 민법은 개인의 증여나 유언에 의한 재산처분의 자유를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유류분 제도'를 마련하여 피상속인의 재산권 행사에 대한 한계를 설정하고 과도한 증여나 유증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불합리한 상속에서 유족들을 보호하고 있다.

'유류분'이란 유족들의 최소한의 생계보호를 위해 상속재산에서 유보된 법정상속분의 일부분을 말한다. 따라서 피상속인의 증여나 유언으로 상속재산이 모두 제3자나 다수의 상속인들 중 1인에게 상속된 경우라도 상속이 개시되면 나머지 상속인들은 '유류분'만큼은 법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다.

하지만 상속인 모두가 '유류분'을 주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민법상 상속은 배우자와 직계존비속, 형제자매 그리고 4촌 이내의 방계혈족까지를 모두 상속순위자로 인정하고 있지만, 유류분은 이들 중 배우자와 직계존비속 그리고 형제자매까지만 주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같은 유류분 권리자라 하더라도 유류분의 비율에 있어 차등을 두고 있는데, 배우자와 직계비속인 경우에는 자신들이 받을 수 있었던 법정상속분의 2분의 1, 직계존속과 형제자매의 경우 자신들의 법정상속분의 3분의 1만큼이 유류분으로 인정된다.

유류분을 주장하려는 상속인은 상속개시일로부터 10년, 상속개시와 유류분에 침해를 가하는 유증이나 증여가 있었음을 안 날로부터 1년 이내에, 피상속인으로부터 증여나 유증을 통해 법정상속분을 초과하여 상속을 받은 상속인에 대하여 '유류분반환청구'를 하면 된다. 유류분을 계산하기 위해서는 우선 피상속인의 상속재산을 확정해야 하는데, 상속개시 당시 피상속인의 재산가액에 1979년 이후부터 상속개시가 있기 전에 공동상속인에게 증여한 재산의 가액 전부와 상속개시 전 1년 내에 제3자에게 증여한 재산의 가액을 더하고 채무를 공제하여 산정한다. 여기에 유류분 권리자의 유류분 비율을 곱하여 유류분 가액을 산출하고, 그 유류분에 부족이 있는 한도에서 재산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위 사안의 경우 나머지 자녀들은 B에게 유류분반환을 청구해 유류분 만큼의 상속재산을 보전 받을 수 있다. 그들은 B에게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할 경우, B가 A로부터 받은 아파트와 증여 재산, A가 대신 갚아준 채무변제액, 유언으로 받은 재산은 모두 A의 상속재산에 포함될 수 있으며, 이를 기초로 자신들의 법정상속분 중 유류분의 비율만큼 반환 받을 수 있다.

[임경숙 변호사의 가족법 이야기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