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이 보는 보좌진 삶

"기준없이 채용했는데 근무·면직때는 기준 필요하다?"

"불안정·과로, 불가피해" "과도한 인권침해는 안돼"

"의원과 맞지 않으면 떠나야 … 높은 연봉으로 보완"

"의원들도, 보좌진도 서로에게 신뢰나 끝까지 같이 간다는 동료의식이 없다."

"승진을 위해 하루 아침에 그만두겠다고 한다."

국회의원들은 보좌진들의 근로·고용조건에 대해 '갑질'로만 평가받는 데에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밤낮 없고 휴일, 주말 없이 근무하는 상황에 대해 '상당히 열악한 구조'라는 점은 인정했다. '과도한 인권침해'에 해당되는 부분은 제한돼야 한다는 데 크게 토를 달지 않았다. 그러나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점 역시 강조했다.

"'보좌관'같은 보좌관은 없다" | 국회 안에서는 의원 뿐만 아니라 보좌진들도 모 종편에서 방영되는 '보좌관'과 관련해 "의원을 움직이는 드라마같은 보좌관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임피리얼팰리스에서 열린 '보좌관제작발표회'에서 4선 국회의원을 연기한 배우 깁갑수(가운데)가 무대로 나서자 보좌관 역의 배우들이 에스코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벤처 300개 운영 = 야당소속 초선의 A 의원은 "국회에는 4년짜리 벤처기업 300개가 돌아간다고 보면 된다"면서 "상임위가 원래 2년마다 한 번씩 바뀌지만 여러 사정으로 언제든 바뀔 수 있는데 그러면 국회의원이나 보좌진 모두 이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개편에 따라 상임위가 갈라지기도 하고 합쳐지기도 한다. 또 소속정당이 달라지거나 정당 입장에 따라 상임위 사보임은 일상적인 일이 돼 있다. 상황에 따라 빠르게 적응해야 하는 벤처기업과 같이 의사결정과 인력배치도 수시로 전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다른 야당소속 초선의 B 의원은 "갈수록 자기선택권, 결정권, 자율, 자유가 많이 강조되는 문화로 바뀌고 있지만 국회라는 공간은 여전히 톱다운 식의 지시와 집행이 이뤄지고 의사결정의 민주성이 담보되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채용기준이 없다, 왜? = 여당소속 중진의 C의원은 "채용기준이 없다. 공개모집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면서 "그런 방식으로 채용됐으면서 면직은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해달라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의원에게 이러한 권한을 주는 것은 이 직업이 특수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야당소속의 초선 D 의원은 "공개모집방식이나 소개로 뽑기도 하고 대선캠프 등에서 유심히 봤던 보좌진을 스카우트하기도 했다"면서 "평상시 조직관리를 해보지 않은 탓에 사람을 뽑는 게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의원과 케미(화학적 동질성)가 맞지 않으면 문제가 된다"면서 "이때는 의원 입장에서는 잘 내보내는 게 중요한데 쉽지 않은 경우도 많다"고도 했다.

불안정하고 힘든 의정활동과 맞지 않으면 보좌진이라는 직업을 선택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한다는 논리다.

◆메뚜기 그리고 높은 연봉 = 의원실의 보좌진 교체가 잦은 이유로 의원들은 자신들의 의지에 의해 교체하는 것도 있지만 보좌진들이 메뚜기처럼 옮겨다니는 케이스도 적지 않다고 했다. 일반 회사처럼 다른 의원실로 옮기면서 급수를 올리는 경우가 많았다. 여당소속 보좌관의 경우 청와대, 정부기관, 공공기관 등으로 옮겨가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여당소속 3선의 E의원은 "더 좋은 조건의 일자리로 옮겨간다고 하는데 막을 수는 없지 않느냐"면서 "같이 더 일하자고 하더라도 다른 의원실 등에서 높은 직급으로 오라고 한다면서 나가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자신의 전문분야, 진급 등을 위해 의원실을 갈아타는 보좌진이 많다는 것이다.

또 '높은 연봉'을 짚은 의원도 있었다. 열악한 채용, 근무조건에도 불구하고 높은 임금이 버티게 만들고 있다는 해석이다.

내일신문이 국회 사무처에 정보공개 청구한 자료에 따르면 보좌진의 월평균 보수는 공무원수당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른 월정액과 기타수당으로 구성된다. 월정액엔 본봉, 관리업무수당(4급만 해당), 의원보조수당, 정액급식비, 직급보조비가 들어가 있으며 올해기준으로 4급(21호봉)은 599만9070원, 5급(24호봉)은 507만3600원을 받는다. 6급(11호봉)과 7급(9호봉)의 월정액은 각각 346만8800원과 298만8900원이다. 8급(8호봉)은 261만6100원, 9급(7호봉)은 232만300원이다. 해당 직급에서 가장 높은 호봉으로 계산된 금액이 주어진다.

기타수당엔 정근수당(1월과 7월에 월봉급액의 50%까지 지급), 정근수당가산금(매월 5년이상 5만원~25년이상 13만원), 시간외 근무수당(5급이하), 명절 휴가비(설, 추석에 월 봉급액의 60%), 가족수당(매월 배우자 4만원, 배우자외 부양가족 2만원), 자녀학비보조수당(분기별, 고교취학자녀의 수업료 및 학교운영지원비) 등이 포함된다.

◆고용조건, 불가피? 개선가능? = 고용과 근로조건의 열악함을 인정하면서도 일부 의원은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하고 또다른 의원은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A 의원은 "의원들마다 성향에 따라 다른 상황이고 매우 특수한 직군이기 때문에 다른 회사나 공무원처럼 법이나 규정으로 제한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의원들 개개인의 성향이나 성품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C 의원도 "의원들의 인격에 맡겨야 한다"고 했다.

반면 E 의원은 "52시간 등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무여건을 지켜줄 수는 없다"면서도 "사람이 일하는 공간인 만큼 (다른 직장과) 차별은 없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나인투식스(오전 9시출근 오후 6시퇴근)나 주말 휴일을 보장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근로기준법이 규정하고 있는 육아휴직, 최소한의 휴가는 보장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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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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