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

꼭 병의원을 찾을 만큼 아프지 않아도 일상에서 의학적 조언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다. 건강식품을 먹으려도 '의사와 상의하라'고 하지만 상의할 의사가 없다면 해당문구는 무용지물에 가깝다. 건강상태나 성인질환 관리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안 되니 어딘가 아픈 증상이 나타나야 의료기관을 찾게 되고 잘 모르니 일단 큰 병원, 유명한 의사를 찾아 나서게 된다.

더욱이 정보의 비대칭성, 독점성이 두드러지는 건강과 의료문제에서 소비자들은 각종 매체에서 전해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현명한 판단을 하기 쉽지 않다. 의료소비자에게는 환자와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여 건강관리, 질병예방, 만성질환 관리를 통한 건강 증진, 입원이나 응급의료 상황 등 전문 의료가 필요할 때 환자의 현명한 의료 이용을 도와줄 수 있는 의료서비스가 필요하다. 이러한 의료체계는 노인 인구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한국에서 더 필요할 것인데 현재의 의료체계로 충분한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오래전부터 논의되었던 지역사회 기반의 주치의제도 시작이 시급한 실정이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주치의 인력을 정점으로 한 일차의료시스템이 제대로 갖추어진 국가에서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높은 건강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사례들도 볼 수 있다. 지역사회 일차의료에 기반한 좋은 주치의 제도는 의료소비자에게 건강상의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다.

좋은 의사에게 건강관리 받을 권리

환자에게 좋은 의사를 만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에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아마 모든 의료소비자들은 잠재적인 환자이고, 좋은 의사를 만나고 싶어 한다. 주치의 제도가 의료자원의 효율적인 활용, 보건의료 재정 측면에서 주로 논의되는 것 뿐 아니라 환자, 의료소비자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검토될 필요가 있다. 주치의 제도는 좋은 의사를 만나는 것부터 시작되어 의도하는 건강관리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좋은 주치의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많은 환자들이 의사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없고, 들어도 충분히 이해되는 것 같지 않고, 물어보고 싶어도 어렵기만하다는 의견이 많다. 이러한 환자, 보호자들의 어려움을 이해하면서 평소 약이나 치료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음식,절주 등 생활습관을 지도 관리해주면서 환자,보호자와 신뢰를 쌓아가는 관계가 필요한 것 같다. 의료 소비자 역시 좋은 의사에 대한 판단능력을 키워나가야 할 것이다.

지속적인 관계 지속이라는 주치의 제도의 기본 하에 우리나라의 의료이용행태를 고려한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존중하는 유연하고 좋은 주치의제도에 대해 더욱 고민할 필요도 있다.

결국 주치의는 단지 가까운 일차의료기관의 의사가 아닌 의료소비자들의 건강관리 능력, 자가 치료 능력을 키워주고 신뢰 관계를 통하여 궁극적으로 양질의 건강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속적이고 협력적인 관계이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이 또한 주치의 제도가 정착되어야 가능한 일이기에 빠른 시일내 제도가 도입 되어야 할 것이다.

[국민주치의제도 도입을 위한 특별기고 연재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