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점거리 보행환경개선 결실 눈앞

"집단지성 활용해 지역문제 해결"

청소·주차 주민 체감사업 결실 커

"비가 올 때면 한명이 겨우 통과할 수 있을 정도였어요. 영등포신문고를 열자마자 압도적인 주민들이 공감청원 1호로 노점상 정비를 촉구했는데 당연할 정도입니다."

45개 노점이 몰린 영등포역 앞은 '영중로'라는 본래 이름 대신 '노점거리'로 통했다. 많은 주민들이 통행에 불편을 호소했고 노약자 어린이들 안전까지 위협하는 수준으로 악화됐다. 민선 7기 들어 주민 1000명 이상 공감하는 청원에 구청장이 직접 답변하겠다며 '영등포신문고'를 신설했는데 8일만에 1297명이 목소리를 모았다. 그리고 지난 3월 말 2시간만에 물리적 충돌 없이 모두 철거했다.


서울 영등포구가 민선 7기 들어 영등포신문고를 비롯해 영등포1번가 미래비전100년자문단 타운홀미팅 등 집단지성을 십분 활용, 지역 현안을 푸는 동시에 장기적인 도시 발전방향을 다듬고 있다. 특히 청소 주차 보행환경개선 등 주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분야에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영중로 보행환경개선은 각종 선거철이면 단골 공약으로 등장했다. '50년 묵은 주민 숙원사업'이라고 할 정도였다. '탁트인 영등포'를 앞세운 민선 7기에 핵심사업으로 추진해왔는데 주민들 공감청원으로 탄력을 받았다. 관련 부서와 내용을 검토한 뒤 전문가들과 현장을 방문했고 수차례 자문회의를 열었다. 사업을 제안한 4명을 포함한 주민들과 거리 간담회도 열었다.

8개월여에 걸친 설득 끝에 타협안이 마련됐다. 영등포역 삼거리~영등포시장 사거리 약 390m 구간을 정비, 생계형 '거리가게'로 전환하기로 했다. 영등포구 관계자는 "전기 수도 등 관련 공사와 함께 주민 여론과 유동인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 막바지 자리배치를 논의하고 있다"며 "가로수 수종을 바꾸고 인도를 차지하는 각종 시설물을 재배치해 '걷고 싶은 거리'로 조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분기까지 신문고에 접수된 주민청원 83건 가운데 47건이 마무리됐다. 주관 부서를 정해 상세자료를 작성하고 처리결과나 특이사항을 관리하면서 매주 구청장에 보고하고 현장점검을 나가는 등 관리를 체계화한 덕분이다. 나머지 23건도 곧 주민들에 결과를 전할 예정이다. '공감청원 그 후의 이야기'는 누리집에 게시, 주민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

보행환경개선을 포함해 지난 1년 영등포구가 우선 집중했던 건 청소와 주차. 채현일 구청장은 "거시적으로 지역사회 미래를 준비하고 있지만 기초지자체 행정 기본은 주민들이 생활에서 피부로 느끼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쓰레기문제 해결을 위해 전담반을 꾸린 동시에 구청장부터 매주 한차례 주민들과 함께 동네 청소에 나섰다. 최근에는 3개월째 '영등포를 걷다'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골목길과 전통시장을 돌며 주민들 이야기를 듣는다. 채 구청장은 "건물을 짓기 애매한 국공유지나 사유지를 확보해 자투리 주차공간을 확보하고 특히 학교 주변 통학로를 안전하고 걷고 싶은 거리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 반응은 민선 7기 1주년을 기념한 여론조사에서 확인했다. 19세 이상 주민 900명 중 82.1%가 영중로 사업에 공감을 표했고 65.1%는 청소와 주차 보행환경 등 주거환경개선을 '가장 잘한 정책'으로 꼽았다. 채현일 구청장은 "뛰어난 인재 1명보다 평범한 주민 100명이 세상을 바꾼다"며 "주민참여를 통해 더 좋은 대안을 마련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문재인 청와대 행정관, 박원순 서울시장 정무보좌관 경험을 통해 '사람 속에서 해법을 찾는' 방식을 익혔다.

채현일 영등포구청장은 "대선제분 도시재생, 영등포로터리 고가철거 등 큰 사업들도 속도감 있게 추진할 계획"이라며 "집단지성의 힘으로 100년 미래를 위한 포석을 놓고 서남권 종갓집 영등포의 자긍심을 되찾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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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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