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숙 민법전문박사 법무법인 산우

이혼 후 홀로 지내던 A는 '돌싱'모임에서 만난 B에게 호감을 느끼고 다시 결혼을 결심하게 됐다. B에게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얻은 어린아이 C가 있어 잠시 망설이기도 했지만 재혼을 결심한 만큼 C도 자신의 아이로 여기며 사랑으로 키우자고 마음먹었다. 이러한 A의 적극적인 태도에 B는 결혼을 승낙했고, 재혼 후 2년째 되던 해에 A는 C를 친양자로 입양까지 했다. 그러나 몇 년 뒤 부부 관계가 나빠져 둘은 이혼을 하게 됐다. A는 이 과정에서 미성년자인 C가 성인이 될 때까지 매달 양육비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게 됐는데, 또 한 번의 결혼을 실패한 마당에 따지고 보면 친혈육이 아닌 C를 위해 양육비까지 지급해야 하는 것이 못마땅해 친양자 파양을 하고 싶어졌다.

보통 초혼보다 더 신중하게 선택하는 재혼이기에 또 다시 이혼은 없을 거라 생각하지만, 재혼부부의 이혼율은 초혼부부의 이혼율보다 4배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혼은 부부가 함께 공유해온 것들을 정리하는 과정으로 자녀에 관한 사항도 포함되는데, 친양자 입양을 한 경우라면 정리해야 하는 문제가 더 복잡해진다.

미성년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친양자 입양은 친양자와 친생부모 사이의 법률상 친족관계를 모두 소멸시키고 새로 형성된 계부모(繼父母)와의 친족관계만을 인정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보통 입양과는 다르다. 이는 보통 입양만으로는 정리되지 않는 법률상 친족관계로 인해 발생하던 복잡한 상속문제나 자식의 성(姓)문제 등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어 특히 미성년의 자녀가 있는 상태로 재혼을 한 부부들에게 꾸준한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러나 친양자 입양을 한 재혼부부가 다시 이혼을 하는 경우, 특히 이혼 시 친양자가 미성년이어서 계부나 계모가 양육비를 부담해야 하는 경우라면 같은 이유로 되려 문제가 되기도 한다. 도의적 책임을 떠나서라도 친양자로 입양하여 내 친자식으로 삼았으니 성인이 될 때까지 양육의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맞다. 그렇지만 이혼하는 마당에 어쨌든 자신과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아이의 양육비를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다. 거기에 자신이 죽으면 친양자가 상속권까지 받게 돼 더 억울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경우 계부모는 자연스럽게 파양을 고려할 수 있다. 입양을 없었던 것으로 되돌리는 파양이 이루어지는 경우 계부모와 친양자 사이의 관계는 소멸하고 친양자는 입양 전 생부모와의 상속 및 친족관계를 회복하게 되어 이러한 고민을 해결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친양자 입양의 경우 그 파양이 쉽지 않다. 당사자 간의 합의나 신청만으로는 안되고 법원의 판결을 통해서만 파양이 가능하다. 파양의 조건도 엄격해 양자에 대한 학대나 유기 또는 계부모에 대한 양자의 패륜행위 등 친양자의 복리를 현저히 해하거나 그 관계를 유지시킬 수 없게 된 경우여야 한다.

위 사례의 경우 A는 법원에 파양을 신청해 C와의 친양자 관계를 정리한다면 양육비 지급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다. 물론 친양자 파양 사유인 A의 C에 대한 학대나 C의 A에 대한 패륜의 사실이 보이지 않아 파양이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입양과 파양의 경우 자녀의 복리를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점에서 A와 C의 친양자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C의 복리를 해한다고 인정되는 경우라면 파양이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임경숙 변호사의 가족법 이야기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