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헌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일차의료는 환자가 의료서비스를 받을 때 처음 만나는, 지속적이고 포괄적이며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하는 의료서비스이다. 여러 만성질환과 건강문제들을 가진 환자는 일차의료의사, 즉 주치의를 만나 본인이 겪고 있는 증상과 징후에 대해서 설명하고 의학적인 진단과 치료를 받기를 원한다. 이처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일차의료의사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100세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향후 무병장수의 진정한 100세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을 적극 도입한 새로운 개념의 의료가 필요하다.

디지털헬스프로그램, 건강관리 비용효과적

2018년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보고서 '일차의료의 미래를 그려가는 디지털 기술'을 발간하였다. 이 보고서에서는 질병을 진단하고 보건의료정책의 효과를 모니터하기 위해 디지털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전 세계 각국 일차의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2011년 미국의 한 연구진은 일차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하나 이상의 심혈관질환위험요인을 가진 비만 환자의 체중조절프로그램들의 효과를 비교 분석하였다.

전화 인터넷 이메일로 행동치료를 하는 디지털 헬스 프로그램으로 관리한 집단과 이 프로그램과 방문 체중조절 프로그램을 동시에 진행한 집단의 체중 조절 효과를 비교한 결과, 24개월 후 각각 4.6kg과 5.1kg이 감량되어 거의 대등한 효과를 보여주었다.

이외에도 1차의료환경에서 환자들의 신체활동량 증가, 금연, 건강한 식생활을 유도하는 각종 디지털 헬스프로그램들의 사용이 도움이 된다는 연구들이 국내외에서 다수 발표되고 있다.

최근 개발·보급되는 스마트폰을 이용한 기술은 일차의료 환경에서 꼭 필요한 건강 관련 행동수정요법을 제공하는데 있어서 매우 비용 효과적이다. IT강국인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다수가 스마트폰을 가지고 은행업무, 각종 예약, 쇼핑 등 실생활에 다양하게 이용하고 있다. 주치의는 스마트폰 앱과 관련 검사 장비를 활용하여 비용-효과적이고 만족도 높은 의료서비스를 환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

새로운 IT기술을 이용한 의료서비스의 장점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정기적으로 환자에게 건강정보와 교육자료를 보내고, 진료예약일시를 고지하는 기능도 매우 유용하다. 환자는 주치의 처방에 따라 집에서도 식사, 운동 등 생활습관 교정과 금연, 절주 등의 교육을 앱이나 인터넷을 통해 받을 수 있다.

환자의 혈당이나 혈압 조절이 잘 안될 때, 주치의에게 고지가 되고 필요할 때에는 환자에게도 알리고 교육하는 기능도 사용할 수 있어 환자는 진료실 방문 때만이 아니라 언제나 주치의의 관리를 받고 있다는 만족감과 자신의 주치의에 대한 신뢰를 느끼게 된다. 또한 1차의료기관에서 모이는 의료정보의 분석을 통해 1차의료에 맞는 진료지침이 만들어질 수 있다.

이러한 디지털헬스를 일차의료기관에 도입하는 데에는 현실적으로 여러 가지 장벽들이 존재한다. 정부에서 관련 제도와 효율적인 정책을 마련하고 소프트웨어를 개발 보급하여야 하며, 이러한 서비스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영양사, 운동사 등의 인력과 프로그램 운영비용에 대한 의료보험 급여 지원을 해주어야 가능한 일이다. 또한 주치의의 업무 부담이 증가하는데 따른 인력 지원이나 재정적인 보상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투자는 일차의료기관의 치료의 질을 높여 장기적으로 환자의 의료비 지출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의보재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최신 기술 적용하는 주치의, 신뢰 높여

우리나라의 의료전달체계가 올바른 방향으로 정립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국민들이 고가 장비와 검사기기가 있는 대형병원의 의료의 질이 일차의료기관보다 높다는 잘못된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3분 진료라는 폐해가 생기고, 문진과 진찰보다는 고가의 검사로 진단을 내리려는 바람직하지 못한 의료행태가 만연되어있다.

1차의료를 담당하는 주치의가 최신 기술을 환자 상담과 진료, 모니터링에 적용하여 지속적이고 포괄적인 질 높은 진료를 환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면, 환자에게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 결과 우리 국민들이 자신을 가장 잘 알고 지속적으로 관리해주는 주치의를 더 신뢰하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국민주치의제도 도입을 위한 특별기고 연재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