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자발이야? 비자발이야?"

성매수범죄 대상이 된 아이들한테 수사기관에서 물어 왔던 질문입니다.

처음 겪는 아이들은 영문을 모르는 경우가 많지요. 누가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할까요. 돈이 필요해서 돈을 대가로 성행위를 하면 '원치 않는 성행위'도 '자발'이 되는 걸까요?

성매매 자체가 성적 자기결정권 박탈입니다. 돈을 대가로 성적 자기결정권을 포기하기로 하는, 노예계약과 같이 무효인 계약입니다. 그런데 왜 애들에게 '자발'이냐 아니냐를 묻는 걸까요.

종래 수사기관에서는, 알선자 등에 의해 성매매를 하게 된 경우를 '자발이 아닌 경우'로 보아 범죄피해자로 취급하고, 알선자 등이 없이 자신이 성매수범죄의 대상이 된 경우는 '자발'로 보고 '대향범'으로서 보호처분절차로 보내 왔습니다. 형사처벌은 아니라도 형벌 대체처분으로서 실질적으로는 성매수범죄자와 함께 범죄자 취급을 받는 것이죠.

경찰, 법무부, 법원은 성매수범죄 대상이 된 아동들을 범죄자로 취급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이 아이들은 수사기관에서 피해자로 조사받는 것이 아니라 성매수범죄자와 함께 조사받고서 보호처분절차로 넘겨진 후 소년보호시설이나 소년원에 가는 과정에서 범죄자 취급을 받는다고 느낍니다.

이는 현재 아청법(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 성매수범죄의 대상이 된 아이들을 '대상아동'이라는 개념으로 포섭해서 준범죄자로 취급하고 있기 때문인데, 이러한 '대상아동' 개념을 삭제하고 완전 피해자화해야 한다는 그간의 사회적 요청은 묵살되고, 엉뚱하게 아청법 8조의 2가 시행됨으로써, 단지 13, 14, 15세 아동들만, 그것도 '궁박한 상태를 이용'당했음을 입증하지 않는 한 보호받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이는 입법자가 아동이 성매수범죄 대상이 되는 사회현상에 대해 그릇된 인식에 기초해 있음을 보여줍니다. 13, 14, 15세 어린 아이들만, 그것도 '궁박한 상태를 이용당한' 아이들만 보호하겠다는 발상은, 기본적으로 성매수범죄 대상이 된 아동을 피해자가 아니라 비행청소년 정도의 골칫거리로, 문제아로 보는 전제에 서 있는 것 아닐까요.

이런 시각이 근본적으로 잘못되었다는 것은, 2016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아동청소년 성매매 환경 및 인권실태조사> 자료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아동이 가출 후 성매매에 이용당하기까지 걸린 시간이, 가출 당일 23.8%, 다음날부터 1주일까지가 31.7%로, 가출해서 1주일 안에 절반 이상(55.5%)이 피해를 입었다는 실로 충격적인 결과입니다. 애들과 한번 자겠다고 가출하기만 기다리나 싶을 정도의 수치인데, 이렇게 처음 성매매를 시작한 평균 연령이 만 14.7세라고 합니다. 게다가 하루 최대 성매매 횟수가 3회 13.6%, 4~9회 14.6%, 10회 이상 3.9%(만 13~14세도 포함되어 있음)라는 조사 결과는 알선조직 등 구조적으로 아이들이 이용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더욱 참담한 조사 결과는, 그 아이들이 당한 부당한 경험에 대한 것인데, 콘돔 사용 안했다 61.2%, 약속한 돈을 안 줬다 53.4%, 성병 감염 47.6%, 욕설 폭행 협박 등 36.9%, 변태 성행위 강요 28.2%, 가족, 친구에게 알린다고 협박 19.4%, 동영상 촬영 15.5%, 강간 14.6%, 임신 7.8%, 돈 빼앗김 3.9%, 낙태 강요 2.9%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실태를 보면, 아동 성매매는 아동의 선택의 결과가 아니고, 성적 자기결정권의 행사는 더더욱 아니며, 사회와 국가가 방치한 결과에 다름 아닙니다.

특히 성매매 경험에 대하여 아이들은, 상황이 좋으면 하지 않는 것이 좋다 89.3%, 성매매를 좋아서 하는 또래 친구는 없다 90.3% 답했다는데, 이 아이들을 범죄자로 볼 수 있을까요.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피해자로 봄이 자연스럽지 않은가요.

그런데 현행 아청법상 '대상아동'으로 취급되어 수사기관에서 조사받고 소년보호절차로 취급되는 한, 이 아이들은 신고조차 제대로 못합니다. 실제로 성매수범죄자들이 오히려 아이들을 신고해서 같이 처벌받게 하겠다고 협박을 하기도 한답니다.

국회 입법조사처 정책연구용역보고서 <해외의 성매매 청소년에 대한 보호, 지원체계 현황과 향후 과제>에 의하면, 영국의 경우 2000년대 초에 법 전체에서 아동 성매매(child prostitution)와 아동 포르노(child porno)라는 용어를 완전히 없애고 '아동 성착취(child sexual exploitation)'란 용어로 바꿨다고 합니다.

2009년에 <아동 청소년의 성착취로부터의 보호 지침>에서, 성매수범죄의 대상이 된 아동에 관해 명시적으로 "성적으로 착취된 아동"으로서 "성학대(sexual abuse)의 피해자이며 추가적인 피해로부터 보호되어야 한다"고 선언하고, "성적으로 착취된 아동은 범죄자로 취급되어서는 안 되고, 법 집행은 아동을 착취하도록 유도한 가해자를 대상으로 하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고 합니다.

즉 아동에 대한 성매매 현상이 발견되었을 때, 아동은 성착취 피해자로 보호하고, 아동의 성을 매수하는 성착취 가해자를 상대로 법이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아동에 관한 성매매 현상이 발견될 때, 이를 아동 성착취 또는 성학대 범죄현상으로 포섭하여 인식하고, 피해아동에 대해서는 신속히 보호 및 치료, 지원 조치를 취하되, 형사처벌은 상대 가해 성매수범죄자에게로만 향해져야 합니다.

현재 국회에 올라 있는 아청법상 성매수범죄 '대상아동' 개념을 삭제하고 완전 피해자화 하기 위한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되어 아이들이 더 이상 성매수범죄의 희생양이 되지 않기를 기원합니다.

[특별기고│임수희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부장판사 연재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