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당보단 총선 때 후보단일화하는 선거연대 가능성

범보수권 아우르는 빅텐트 선호하지만 어려움 많아

스몰텐트 현실성 높지만 연대효과는 일장일단 있어

내년 총선이 다가올수록 야권연대 시나리오가 입길에 자주 오르고 있다. '연대=승리, 분열=패배'라는 단순한 공식이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보수야권의 장자격인 한국당 황교안체제가 위기를 맞으면서 그 필요성이 더 부각되는 모습이다. 야권에서는 이미 다양한 연대 시나리오가 쏟아지고 있다.

야권연대의 형식이 우선 거론된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공화당, 그리고 복수의 대선주자들로 흩어져있는 보수야권을 어떤 형식으로 묶어낼 것이냐의 문제다.

홍문종과 인사하는 황교안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왼쪽)가 지난 22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무소속 이언주 의원의 '나는 왜 싸우는가' 출판리셉션에 참석하며 우리공화당 홍문종 의원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합당이 가장 깔끔하지만, 현실성이 낮다. 당권을 쥐고 있는 한국당 황교안 대표로선 합당을 하려면 너무 많은 지분을 내줘야한다. 당내 반발을 견디기 어렵다. 연대 후보군인 바른미래당 유승민계와 안철수계는 비당권파다. 합당하려면 당권을 뺏거나 분당해야하는데, 이 역시 가능성이 낮다. 총선까지 1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합당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관측이다.

선거연대가 유력한 방안으로 꼽힌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반문재인'에 공감하는 모든 세력을 모아 '반문연대'를 구축한 뒤 선거구별로 연대하는 식이다.

한국당과 유승민계, 안철수계, 공화당 등이 자신에게 유리한 선거구를 펼쳐놓고 논의를 거쳐 나눠갖는다는 것. 과거 민주당이 진보성향 정당들과 총선 때면 애용하던 방식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대선주자들은 연대에 적극적이지 않을 수 있지만, 의원들은 자신의 당선이 최우선 목표이기 때문에 선거연대 방식을 선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대 내용으론 빅텐트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게 거론된다. 범보수 정당과 대선주자를 전부 아우르는 식이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친박, 비박-바른미래당의 유승민계와 안철수계-공화당-홍준표·김병준·원희룡 등 대선주자들이 빠짐없이 반문연대라는 울타리에 모이는 시나리오다. 친박과 비박, 개혁보수와 강경보수, 탈당파까지 아우른다는 점에서 지지를 중도층까지 넓힐 수 있다는 기대가 엿보인다.

심지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중심으로 보수권 모두를 한 테이블에 앉히는 보수원탁회의를 열자는 주장도 나온다.

빅텐트는 구성범위가 넓다는 점에서 기대효과도 크지만, 현실화까지는 난관이 많을 수밖에 없다. 유승민계와 공화당 등 스펙트럼이 너무 다양해 서로를 용인하기 어려운데다, 연대 대상이 많을수록 내놔야할 '내 몫'도 크기 때문에 손잡기가 어렵다.

현실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스몰텐트도 다양하게 거론된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바른미래당 유승민계·안철수계, 대선주자들과 손잡는 시나리오가 우선 거론된다. 공화당만 빼놓는 식이다. 비박 수도권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업은 공화당의 득표력은 실제로는 미미할 것이기 때문에 (한국당으로선) 혁신보수를 상징하는 쪽과 손 잡는게 훨씬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거꾸로 한국당과 공화당이 손잡는 스몰텐트도 거론된다. 박 전 대통령이 연말 구치소 문을 나서 공화당을 직간접 지원할 경우 한국당이 수도권과 영남권에서 고전할 것이라는 우려에 기반한 구상이다. 한국당 영남권 중진의원은 "공화당 후보들이 몇 천표라도 가져가면 한국당에게는 최악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맹우 한국당 사무총장은 지난 4일 홍문종 공화당 대표와 만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기도 했다.

한국당이 외부세력(바른미래당 또는 공화당)과 연대를 거부하고 대선주자들만 껴안는 방식도 가능성이 있다. 유력 대선주자인 황 대표가 경쟁자인 다른 대선주자들과 동등한 지위를 자처하는 식이다. 대선주자들을 망라하는 비상대책위를 세울 수 있다.

보수장자격인 황 대표와 친박을 제외한 스몰텐트 시나리오도 나돈다. 한국당 비박세력과 바른미래당 유승민계·안철수계, 원희룡 제주지사 등이 손잡는 식이다. 황 대표가 강한 친박성향을 보이면서 총선이 '문재인 대 박근혜' 대결로 가는 것을 우려한 고민이다. 다만 친박인사는 "소위 비박끼리 모인다는 스몰텐트론은 이미 실패로 끝난 바른정당 창당과 다를 바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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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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