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숙 민법전문박사 법무법인 산우

A는 평생 자신의 친부에 대해 알지 못했다. A가 어머니B에게 아버지C에 대해 물으면 그저 사고로 일찍 돌아가셨다는 말을 해줬을 뿐이다. 그러던 중 홀로 A를 키웠던 B가 노년에 병을 얻어 병원에 입원했다. 남은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느낀 B는 A를 임신했을 당시 C가 이미 가정이 있는 유부남인 상황이어서 A를 C의 호적(지금의 가족관계등록부)에 올릴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 사실을 알게 된 A는 자신의 아버지를 찾고 싶다는 마음에 수소문 후 C를 찾아갔지만 C는 1년 전에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하지만 A는 지금이라도 C의 친자로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법률혼 관계에서 태어난 아이는 혼인관계상 남편의 자(子)로 추정된다. 혼인 중에 태어난 자는 부와 모의 친자가 되어 법적 친족관계와 상속 등에 있어 정당한 지위를 갖게 된다. 하지만 사실혼관계나 단순동거 등 법률상 혼인관계가 아닌 남녀사이에서 태어난 '혼외자'에게는 이런 지위가 자동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물론 모의 경우 출산이라는 과정을 거치므로 당연히 친자관계를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러나 부의 경우에는 해당 혼외자의 생물학적 친부가 확실하더라도 친자관계를 당연히 인정받는 것이 아니고, '인지'라는 과정을 따로 거쳐야 한다.

부가 혼외자와 친자관계를 형성하고 싶은 경우라면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가족관계등록법)'상 필요한 서류를 갖춰 임의로 '인지신고'를 하면 된다. 하지만 '임의인지'는 인지권자인 부에 의해서만 가능한 것으로서 만약 부가 인지를 원하지 않는 경우라면 혼외자나 모가 대신 신고하여 친자관계를 형성할 수는 없다.

이러한 경우 혼외자 등은 재판을 통해 생부와의 친자관계를 확인받을 수 있다. 이를 '강제인지'라고 한다. 강제인지는 '민법'에 따라 피인지자인 자녀나 그의 법정대리인이 생부를 상대로 법원에 인지청구소송을 하는 것을 말한다. 만일 피인지자인 자녀가 사망한 경우라면 그 자의 직계비속이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부가 살아 있다면 언제든 인지청구가 가능하지만, 부가 사망한 경우라면 그 사망사실을 안 날로부터 2년 내에 검사를 상대로 제기해야 한다. 또 인지청구권은 스스로 포기할 수 없고 포기각서를 쓴 경우라도 그 청구를 방해할 수 없다.

인지청구소송이 제기된 경우 법원은 직권조사를 통해 여러 정황사실을 바탕으로 친자관계를 판단한다. 하지만 실무상 친자관계는 주로 혈액형검사나 유전자검사 등의 과학적 방법을 이용한 간접증명 방식을 통해 입증된다. 이에 필요한 법원의 수검명령에 정당한 이유 없이 응하지 않는 경우에는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이나 감치에 처해질 수 있다.

인지청구소송을 통해 친자관계가 확인된 경우 그 효력은 혼외자가 출생한 때로 소급해 발생한다. '강제인지'에 의한 효력은 법원의 심판만으로 발생하는 것이지만 심판청구인은 '가족관계법'에 따라 일정 기간 내에 신고해야 한다.

A는 법원에 C를 상대로 '인지청구소송'을 제기해 C와의 친자관계를 확인받을 수 있다. 다만 위 사례의 경우 C가 이미 사망했으므로 사망을 안 날로부터 2년 내에만 인지청구를 해야 하며, 검사를 상대로 제기해야 한다. 재판결과 A와 C의 친자관계가 확인되는 경우 그 효력은 A가 출생한 당시로 소급해 발생한다. 따라서 A는 태어났을 때부터 C의 친자였던 것이 되며, 사망한 C의 상속재산에 대해 자신의 유류분을 주장할 수도 있다.

[임경숙 변호사의 가족법 이야기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