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백색국가 일본 제외에 난감 … NYT "양국, 곧 물러서지 않는다는 증거"

한국이 일본을 백색국가(수출절차 우대국) 명단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취한 것에 대해 미국 정부는 갈등 고조를 우려하며 한일 양측에 창의적 해법과 신중함을 거듭 당부했다.

반면, 뉴욕타임스 등 주요 외신들은 한국의 관련 조치를 전하면서 이번 사태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일본 백색국가 제외" 발표하는 성윤모 장관 |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일본을 한국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전략물자수출입고시 변경을 발표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미 국무부 당국자는 12일(현지시간) 한국의 이번 조치에 대한 미국 정부의 입장을 묻는 연합뉴스의 서면질의에 "미국은 한국과 일본이 창의적 해법을 위한 공간을 찾기를 권고한다"면서 "미국은 이 사안에 관여를 계속할 것이며 우리의 두 동맹 간 대화 촉진에 준비돼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 당국자는 "한국과 일본은 양자관계가 악화하면 각각 대가를 치른다. 그리고 각자가 (양자관계) 개선의 책임을 안고 있다"면서 "갈등이 한일관계의 경제적·안보적 측면을 훼손하지 않도록 막는 신중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 모두의 동맹이자 친구인 미국이 북한 등 공유 과제에 직면, 한미일 내 양자 및 3자 간 강력하고 긴밀한 관계 보장이 중요하다고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무부의 이러한 입장은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 명단에서 제외하는 결정을 내린 데 대해 지난 2일 내놓은 것과 동일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 몇달 간 양국의 신뢰를 손상해온 정치적 결정에 대한 일정한 성찰이 필요하다"는 대목은 빠졌다. 당시 현재의 사태를 초래한 책임이 한일 양측 모두에 있다는 미 정부 인식의 단면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연장을 원하느냐는 질문에 "(한일이) 우리(미국)를 매우 곤란한 입장에 처하게 한다"며 "한일이 잘 지내길 바란다"고 당부한 바 있다. 이달 24일이 지소미아 연장 여부를 결정할 시한으로 한국 정부는 연장 여부를 신중히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일 중 어느 쪽 손도 들어주지 못하는 난감한 처지에서 당사자간 해결을 강조하고 있으나, 미 언론 등 주요외신은 별다른 효과가 없을 것이란 견해를 보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서울발 기사에서 한국의 조치는 이달 2일 일본이 한국을 상대로 비슷한 조치를 했을 때부터 예상돼 왔다면서 "이번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 모두에 '마주 앉아 서로 잘 지내야 한다'고 촉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양국 모두 곧 물러서지는 않을 것이란 새로운 증거를 워싱턴에 제공한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핵심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의 화해와 사태 해결 노력을 촉구하고 있지만 여전히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한 것이다.

NYT는 "과거에는 한국과 일본 간 외교 분쟁이 고조되지 않도록 워싱턴이 종종 막후에서 개입해왔다"며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의 균열을 봉합하도록 나서기를 꺼린다는 비판을 분석가들로부터 받아왔다"고 지적했다.

CNN방송도 이날 "한국이 이미 대형 정보기술(IT) 기업들의 글로벌 공급망을 교란하고 있는 이웃과의 분쟁을 고조시켰다"고 보도했다.

경제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도 이날 "수십 년에 걸친 한국과 일본의 긴장이 끓어 넘치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전날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기로 한 한국의 조치를 전하며 "두 나라 간 외교·무역 분야 균열을 심화시키는 맞대응"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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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면택 워싱턴 특파원 · 김상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