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숙 법학박사 법무법인 산우

A와 B는 결혼 후 임신을 위해 오랜 시간 노력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결국 부부는 다른 사람의 정자를 제공받기로 합의하고 인공수정을 통해 임신에 성공해 C를 낳았다. A는 C가 태어나자마자 자신의 친생자로 출생신고를 하고 정성을 다해 키웠다. 그러나 C가 중학생이 되었을 때 경제적인 문제로 A와 B의 사이가 나빠져 둘은 이혼을 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A는 C와의 관계도 정리해 양육비 등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우리나라 '민법'상 혼인 중 아내가 임신해 출산한 경우 태어난 아이는 아내의 법률상 배우자인 남편의 친생자로 추정된다. 친생자와의 관계에서 출산이라는 확실한 증명의 과정을 겪는 모와는 달리 그 관계를 완전히 증명할 방법이 없는 부(父)에 대해 추정을 통하여 자와의 친생자관계를 부여하고 상속이나 부양 등의 법률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이다.

친생자 추정은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해 그 효과를 번복하지 않는 이상 유효하게 유지된다. 친생부인의 소는 친생자로 추정을 받는 자에 대해 그 추정을 부인하기 위하여 제기하는 소송이다. 자녀를 상대로 부가 제기하거나 모가 부를 상대로 제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친생부인의 소'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부 또는 모가 그 사유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2년 내에 제기해야 한다.

만약 제소기간의 도과 등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수 없는 경우라면 부 또는 모는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하여 재판을 통해 친생자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받아 가족관계등록부상의 기록을 정정할 수 있다.

그러나 친생자관계를 부정하려는 자녀에 대해 친생자가 아님을 알고도 출생신고를 했거나 오랜 기간 일반적으로 부양한 사실 등이 있는 경우, 그 부 또는 모는 친생자관계를 부정하는 소를 제기하더라도 이를 인정받기 어렵다.

실제로 혼인 중 남편의 무정자증을 이유로 다른 사람의 정자를 받아 인공수정을 통해 태어난 자녀에 대해, 부가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한 사건에서 법원은 부가 인공수정에 동의하고 직접 출생신고까지 했으며 오랜 기간 가족으로 함께해온 점 등을 이유로 친생자관계를 부정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한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내가 혼외 관계에서 낳은 아이를 자신의 친생자로 출생신고 하고 아무런 문제를 삼지 않다가 이혼에 이르러서야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한 사건도 있었다. 법원은 부가 모든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자녀로 출생신고 해 오랜 기간 양육해왔다는 점에서 그 자를 친생자까지는 아니더라도 양친자로 보아 파양의 원인이 존재하지 않는 한 친생자관계의 부존재를 확인할 이익이 없다고 판단했다.

A는 C를 상대로 친생부인의 소 또는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하여 친생자관계를 정리할 수 있다. 그러나 A는 C가 태어났을 때부터 친생자가 아님(제3자 정자로 인공수정)을 알고 있었고 그로부터 1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2년의 제소기간이 정해져 있는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수 없다. 또 다른 사람의 정자를 제공받아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C가 A의 친생자가 아님은 명백하지만 이를 모두 알면서도 A가 C의 인공수정에 동의하고 출생신고 하여 오랜 시간 부양해 온 사실이 있다는 점에서 친생자관계부인 또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임경숙 변호사의 가족법 이야기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