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등인가'보다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더 중요

지역·학교간 격차 해소, 공교육 신뢰회복 지름길

공교육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한다는 학부모들. 그러나 현재 학교 교육과정에 아이를 맡기기엔 뭔가 부족하고 불안하다며 대안제시를 요구한다. 부모들은 "듣고 싶은 진로나 입시정보는 학교나 학원이나 모두 부족하다"고 말한다. 교육부가 전남 목포에서 다섯 번째 소통의 장(場)을 만들었다. <편집자 주>

"앞으로 기계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면서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라고 걱정하지만, 4차산업혁명 시대에 숨겨져 있는 비밀은 인공지능(AI)이 인간에게서 점점 생각하는 힘을 빼앗아 가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사회 공헌, 인간애, 화합과 융합, 조정과 통제처럼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 각광을 받을 것이며 단순한 지식과 원리교육이 아니라 문제해결 능력 중심의 창의성교육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질문에 답하는 전남 교육청 장학관, 교육부 조훈희 과장, 박수경 연구관. 사진 교욱부 제공


구관혁(한국항공우주산업 부장)강사가 미래사회를 위한 교육방향 변화를 강조했다. 학부모들은 집중해서 강의 내용을 듣고 적으며 휴대폰 영상으로도 담았다.

14일 전남 목포에서 '찾아가는 학부모설명회' 다섯 번째 무대가 열렸다. 미래사회 교육의 변화, '고교-대학-기업'의 교육과 인재 이야기, 맞춤형 교육정책 안내 및 학부모 상담이 이루어졌다.

참석한 학부모 대부분은 교육부가 추진하는 미래교육 방향에 대해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내 자녀의 진로와 미래'에 대해서는 불안해했다. 임시 상담소지만 입시와 진로 등 전문상담사로 나선 교사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줄을 선다. 이날 학부모 설명회는 교육방식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점과 기업이 어떤 인재를 원하는지에 대한 강의와 질문, 답변으로 진행했다.


◆ 기업이 찾는 인재는? = 특강에 나선 구 강사는 "항공기를 개발하는데 기술 650여개가 필요하다. 각 기술이 조화롭게 융합하고 통합시키야만 질 높은 항공기가 완성된다"며 "창의성이 높은 인재를 길러내는 게 4차산업혁명 시대 교육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 강사는 모든 기업이 바른 성품을 가진 인재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기업이 어떤 인재를 채용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학력과 스펙을 고려하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을 확대하는 추세"라며 "그 중심에는 창의력이 높은 인재와 직장에서 다른 분야와 융합하고 소통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인재를 뽑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8년 신입사원 평균 근속 연수 2.8년, 첫 직장 평균 근속 연수가 1.6년 등의 자료가 공개되자 학부모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에게는 어떤 인재가 될지, 어떻게 일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단순히 입사 뿐만 아니라 직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내용의 질문과 답변이 이어졌다.

타인과 다른 관점과 경험, 지식을 어떻게 사용하고 다른 답을 낼 수 있을지가 역량 있는 인재로 평가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갈수록 어느 대학에 갈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미래사회에 적응력을 높일 수 있는 공부가 '진짜 공부'라고 강조했다.

특강하는 박호림 문태고등학교 정보교사. 사진 교육부 제공


◆ SW교육은 사고력·통찰력 길러줘 = 이날 박호림 문태고등학교 정보교사가 강사로 나섰다. 박 교사는 SW교육의 중요성과 목표가 무엇인지 설명했다. 그는 "학부모들이 SW교육을 코딩교육과 같다고 오해한다"며 "SW교육은 학생들에게 창의적인 사고력과 통찰력을 길러준다"고 말했다. 코딩 기술은 통찰력을 구현해 내기 위한 기술에 불과하다는 것.

박 교사는 SW교육 시간의 발표수업을 사례를 들었다. 학생참여 중심의 수업과 과정중심 평가를 통한 핵심역량 교육이 실제 교실 현장에서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학부모들에게 설명했다. 발표수업 절차는 다섯 단계로 나눠 진행했다. 우선 모둠별로 발표 주제를 선정하고 공유문서를 전파하는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 학생들은 '사이버윤리의 기본 원칙과 실천방안' 또는 '정보과학기술의 분야'와 같은 탐구주제를 선정한다. 두 번째는 토의 및 자료수집의 단계인데 이 과정에서 교사는 구체적인 주제 선정을 위한 도움을 주고 협업의 과정을 지도한다.

세 번째는 학생들이 직접 발표 자료를 제작해 발표하는 과정이다. 이 단계에서 학생들은 친구들을 위한 '동료 평가'를 실시한다. 예를 들어 자료 제작에 노력한 흔적이 있는지, 발표자의 발표 자세와 내용은 어땠는지, 발표를 통해 얻게 된 지식이 무엇인지 기록한다. 네 번째는 교사의 즉각적인 피드백 단계이다.

예를 들어 "사이버 윤리, 법과 제도라는 주제가 매우 어려운 내용이라 설명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죠? 사례를 통해 알려주려 하신 부분에 대해서는 칭찬! 하지만 화면을 너무 보고 계셔서 좀 아쉽네요~ 청중(학생)을 자주 봐 주세요~. 그리고 예시를 더 많이 보여주셨으면 좋았겠어요"와 같이 발표시간에 학생이 보여준 장단점과 개선을 위한 노력을 구체적으로 기록한다. 마지막 단계에서 학생들은 학급 동료들과 선생님의 종합적인 피드백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

박 교사의 수업은 협업과 토론, 질의와 응답, 피드백과 성장으로 짜여있음을 확인한 학부모들은 박수를 보냈다. 이러한 수업과정을 통해 '학생들을 왜 평가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박 교사가 말하는 평가의 목적은 공부 못하는 학생을 가려내 탈락시키는 것이 아니다. 더 많은 학생에게 꿈과 끼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과정이다. '몇 등인가'보다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게 박 교사의 교육철학이다.

학생들이 어떤 교육을 받고 학습에 지속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평가는 무엇인지에 관심이 쏠렸다. 이를 위해 학생부 중심의 수업과 대학입시 정착이 필수라는 의견이 모아졌다. 박 교사는 2019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전라남도 학생의 수시 입학 비율이 89.8%였던 반면, 정시 입학 비율이 10.2%였다는 통계자료를 제시했다. 학생들에게 현실적으로 가장 중요한 요소가 학교생활기록부라는 점을 강조했다. 학생부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학교 내의 정규 교육과정과 수업 활동을 중심으로 기재 사항을 간소화시켜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지역간, 학교간 격차를 최소화하는 것도 공교육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지름길임을 확인했다.

목포시민문화체육센터에서 열린 다섯 번째 학부모 설명회는 교육부가 주최하고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주관했다. 미래사회 교육의 변화, 고교-대학-기업의 교육과 인재 이야기, 맞춤형 교육정책 안내 및 학부모 상담으로 진행했다. '찾아가는 학부모 설명회'는 전주(8월 22일) 청주(8월 30일) 부천(9월 6일) 제주(9월 17일) 등 총 9회에 걸쳐 열리고 있다.

유은혜 부총리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사회와 교육의 변화, 학교현장의 수업과 평가, 기록에 대한 이야기와 대학과 사회에서 바라보고 있는 학생 성장과 역량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함께 듣고 공감해 주시길 바란다"며 "모든 아이는 하나의 소중한 '우주'가 아닐까 생각한다. 저마다의 소중한 '우주'가 자신만의 방향과 속도를 찾아 빛날 수 있도록 학교와 함께 따뜻한 동행이 되어주시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이날 학부모들은 점점 수업과 기록, 평가 방식에 빠져들었다. 설명회에 참석한 이수진(목포시. 가명)씨는 "깜깜이라고 비판을 받았던 학생부가 어떤 과정을 통해, 무엇을 어떻게 기록하는지를 알게 됐다"며 "교육방식의 변화가 아이 역량과 미래사회를 준비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시간"이라고 말했다.

[자녀교육 궁금증 해소 - 찾아가는 학부모 설명회 연재기사]

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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