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예상손실률 95.1%, 9~11월 손실 발생 … 금융회사 7~8곳 1차 대상

금융감독원이 수천억원의 손실이 예상되는 해외 주요금리 연계 사모펀드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우선 우리은행 판매 상품과 관련한 합동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20일 금감원은 우리은행과 NH투자증권이 판매한 독일국채 10년물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독일DLF)의 제조·판매 과정을 확인하기 위해 판매사와 발행사(증권사), 운용사(자산운용사) 등 7~8곳의 금융회사를 1차 합동검사 대상으로 선정했다.


독일DLF는 증권사 3곳이 독일국채 10년물 금리연계 파생결합증권(DLS)을 발행하고 자산운용사 3곳이 펀드에 담아 우리은행과 NH투자증권이 판매했다. 금감원이 파악한 예상손실률은 95.1%에 달한다.

해당 상품은 외국 금융회사인 JP모건이 설계한 것을 국내 증권사들이 발행한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증권사가 만들었다고 하면 투자자들이 신뢰를 했겠느냐"며 "외국의 유명 금융회사가 설계한 상품이라고 해서 투자자들이 더 안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실제 해당 파생결합상품의 설계부터 판매에 이르게 된 전 과정을 점검하고 관련 내부통제시스템을 집중점검하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외국 금융회사가 설계한 것이 맞는지, 어떤 형태로 상품을 기획해서 시장에 내놓게 됐는지 등 모든 과정을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가 발행한 DLS를 자산운용사가 펀드로 만들면 은행들이 판매하는 게 정상적인 금융상품의 유통구조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른바 'OEM' 방식으로 펀드가 만들어진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은행의 고액자산가 고객들이 수익률이 높은 금융상품을 찾으면서, 은행이 증권사에는 관련 상품의 설계를 요구하고 자산운용사에는 펀드에 담아 납품을 시켰다는 의혹이다. 정상적인 유통구조와는 반대 방식이다. 펀드의 설정과 운용을 고유업무로 하는 자산운용사들이 은행의 지시를 받았다면 자본시장법 위반이다.

금감원의 일반은행검사국과 금융투자검사국, 자산운용검사국이 합동으로 검사에 나선 이유는 은행과 증권, 자산운용사를 한꺼번에 살펴보지 않으면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금감원 검사국이 해당 상품의 설계와 판매가 금융회사의 내부통제시스템 부재로 인해 비정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를 따진다면, 불완전판매 여부는 소비자보호부서에서 분쟁조정과 관련한 현장조사를 통해 살펴볼 예정이다.

독일DLF는 우리은행이 1255억원, NH투자증권이 11억원을 판매했다. 투자원금 1266억원은 이달 7일 기준 모두 손실구간에 진입했다. 현재 금리가 만기시점인 올해 9월부터 11월까지 유지될 경우 예상 손실금액은 1204억원, 평균 예상손실률은 95.1%다.

미국·영국의 CMS금리에 연계된 DLF는 투자원금 6958억원 중 손실구간에 진입한 금액이 5973억원이다. 예상손실액은 3354억원, 평균 예상손실률은 56.2%다. 하지만 손실이 현실화되는 시점이 대부분 내년이어서 독일DLF에 비해 시간적 여유가 있다. 만기별 잔액은 올해 492억원, 2020년 6141억원, 2022년 325억원이다.

7일 현재 국내 금융회사의 주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S,DLF)의 판매잔액은 모두 8224억원이며 은행에서 펀드(사모DLF)로 판매된 규모가 8150억원(99.1%), 증권사에서 판매(사모DLS)된 금액은 74억원이다.

개인투자자 3654명이 7326억원(89.1%)을 투자했으며 법인은 188곳이 898억원을 투자했다.

금감원은 "글로벌 경기하락 가능성과 미중 무역분쟁, 홍콩시위 등으로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며 "금리 환율 유가 등을 기초로 한 파생결합상품 등 고위험 금융상품의 발행과 판매에 대한 모니터링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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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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