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6일 오후 합천보 상류 이노정 앞에서 본 낙동강. 8월 12일 합천보 상류 유해 남조류 세포수는 3만9200셀을 기록했다. 남준기 기자


“4대강의 수질 개선은 보 개방 여부가 아니라 본류로 유입되는 지류, 지천의 오염원 관리 여부에 달렸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간사인 임이자(자유한국당) 의원이 어느 언론매체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

그러나 이 논리는 “살이 찐 사람은 운동은 하지 말고 밥을 굶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누구나 아는 얘기지만 체중조절을 건강하게 하려면 운동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근육량을 늘려 기초대사량을 높이고 식사조절을 해야 합니다.

정체된 강물은 자정작용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습니다. 강물이 빨리 흐를수록 자정작용이 잘 일어납니다. 사람으로 따지면 근육량이 늘어나 기초대사량이 높아지는 겁니다.

그 매체는 “금강과 영산강의 경우 백제보를 제외한 4개 보가 ‘올해 상반기를 기준으로 보 개방 이전 같은 기간 평균과 비교했을 때’ 5가지 수질지표가 대부분 악화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보 개방을 추진중인 환경부는 즉각 반박자료를 내놓았습니다. “개방기간별, 항목별로 증감이 다양하게 나타났는데, 보도내용의 4개보 수질 악화는 지표가 나빠진 기간 위주로 언급된 것”이라는 겁니다.

실제 얼마 전 수문을 연 백제보를 제외한 4개 보는 지난해 상반기나 올해 상반기나 모두 100% 수문을 연 상태였습니다. 보 개방 후 일부 구간의 수질이 나빠진 때도 있었는데, 이를 기준으로 ‘대부분 악화됐다’고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위암 환자를 예로 들면 위암이 치료된 후에도 혈압이 오르내릴 수 있는데 그걸 이유로 ‘건강이 더 나빠졌다’고 해서는 안된다는 거죠.

지난주 낙동강 1300리길을 모두 돌아보았습니다. 부산 다대포에서 태백 황지연못까지 거슬러오르며 다시 확인한 것은 흐르는 물에는 녹조(유해 남조류)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영주댐 때문에 약간 흐려졌지만 내성천은 여전히 맑고 투명했습니다. 반면 8개의 보로 막힌 낙동강 하류는 유해 남조류가 창궐해 짙은 녹조띠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8월 12일 환경부가 측정한 주요 보 상류의 ‘유해 남조류 세포수’를 볼까요? 보 수문을 닫고 있는 낙동강 수계는 △강정보(대구) 1만4313(cell/㎖) △달성보(현풍) 1만1640셀 △합천보(창녕) 3만9200셀 △함안보(창원) 6만6145셀 등 심각한 수준입니다. 반면 보 수문을 연 금강 수계는 △세종보(금남교) 0셀 △공주보(공주) 0셀 △백제보(부여) 220셀을 기록했고 영산강 수계도 △승촌보(승용교) 0셀 △죽산보(죽산교) 0셀을 기록했습니다. 이런데도 보 수문 열면 수질이 악화된다고 할 수 있나요?

태백에서 부산까지 낙동강은 전역이 상수원입니다. 부산 대구 창원 1000만명 이상의 식수원인 낙동강이 유해 남조류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남조류에는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독성물질이 있습니다. 조류 전문가인 다카시토우루 구마모토복원대 교수는 “남조류에 있는 마이크로시스틴의 독성은 청산가리의 100배에 해당한다”고 경고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보 개방이 아니라 강으로 들어가는 오염물질을 줄이는 것이 해법”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무책임을 넘어 사람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입니다.

[남준기 기자의 환경 현장 리포트 연재기사]

남준기 기자 namu@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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