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환자 삶 개선에 범정부 협력 필요

치매환자들을 대상으로 비약물적 접근을 확대 강화하기 위해 종합적인 방안을 개발해야한다는 전문가들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본지는 네덜란드에서 다양한 치유목적으로 개발 운영되고 있는 케어팜의 현장을 둘러보았다.

더불어 네덜란드 현지 케어팜전문가로 활동 중인 조예원 바흐닝언케어팜연구소 대표에게 케어팜이 한국의 치매관리에 어떤 긍정적 가치가 있는지 4일 물었다.

■ 케어팜이 다양한 대상에게 다방면으로 적용되고 있는데, 그 효용가치는

농장이 제공하는 다양한 자원들을 활용해 사람들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향상시키는 데에서 케어팜의 효용을 찾을 수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발달장애인이나 자폐와 같은 정신적인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들, 치매 등 각종 노인성 질환자, 약물 중독자나 노숙자를 비롯한 다양한 사회적 약자들에게 제공되는 사회적 케어서비스를 케어팜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

케어팜으로 인해 농업계에서 소농업인들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생겼을 뿐 아니라 기존 전통적인 방식과 다른 관점의 케어 제공으로 복지의 혜택을 받는 이용객들의 만족도 또한 상당히 높다.

■ 네덜란드에서 케어팜의 시작은 농림부와 복지부가 협업하다가 지금은 복지부가 관장하게 됐는데, 그 이유는

초기 네덜란드 농림부의 접근은 농업생산만으로는 경쟁이 어려운 소농들의 경제적 발전을 위한 방안으로 케어팜을 바라보았고, 복지부는 사회복지(케어)를 제공하는 주체 중 하나로 케어팜을 포함시키면서 서로 다른 두 영역이 협력을 하게 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케어팜의 사회적 케어 제공의 역할은 농부들의 자발적인 노력 등으로 인해 공고해진 반면, 농업부의 관심은 스마트팜 등의 생산혁신 기술이나 환경문제와 같은 다른 쪽으로 옮겨가게 되었다.

실제로 현재 네덜란드 케어팜의 운영을 보면 상업적인 농업 생산을 하지 않는 곳도 많고, 생산을 하더라도 그 규모가 다른 일반 농가와 비교했을 때 대체로 크지 않다. 농가의 수입 또한 농업부문보다는 케어에서 더 많이 얻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현재 네덜란드 케어팜으로의 재정적인 지원은 모두 지자체의 복지 지원, 복지부의 장기요양 지원, 건강보험 등으로 농림부가 관여하지 않고 있다.

■ 치매환자들이 거주형 케어팜, 데이케어식 혹은 정기적 이용 방식으로 케어팜으로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조 대표가 한국에서 케어팜 적용을 제안한다면

거주형 케어팜은 요양 시설과 비교할 때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기에 중증 치매 환자들에게 아주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주거를 제공하는 특성상 네덜란드와 같은 복지부문의 재정적 지원이 없이 운영이 된다면 이용객의 금전적 부담이 늘어날 수 밖에 없고 결국은 이용객이 제한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처음부터 거주형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기 보다는 재정적인 문제를 포함한 법률적인 뒷받침이 충분히 논의된 후에 다양한 계층이 모두 이용할 수 있는 거주형 케어팜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데이케어형 케어팜은 상대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모델이다. 데이케어형은 또한 거주지를 옮기는 것에 대한 환자들의 심리적 부담을 덜어주면서도 돌보는 가족들의 부담과 죄책감을 덜어줄 수 있어 좋은 옵션이 될 수 있다.

또한 농촌 사회가 고령화되어 있기에 케어팜이 자리잡을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쉽다. 다만 중증 환자가 이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고 이 부분에 대해서 의료 및 케어 전문가들과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할 것이다.

■ 한국은 겨울이 4∼5개월 되는데, 치매환자에게 케어팜을 연중 운용할 수 있으려면 어떤 접근이 필요한가

케어팜이 제공하는 자원은 단지 녹색의 환경이나 농작업 등에 한정되어 있지 않다. 농가 건물을 활용해서 실내에서도 얼마든지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다.

날씨에 따라 야외활동이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에, 겨울 뿐만 아니라 너무 덥거나 비가 오는 날씨에는 실내에서만으로도 충분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시설을 갖추어 두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탁구대나 가벼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도구들을 갖추고, 실내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직원이 있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케어팜의 가치는 정해진 프로그램에 일률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인식에서 벗어날 때 제대로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실내 활동에의 가능성은 열어두되 반드시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는 인식 대신 농장주가 이용객 개개인에게 인간적인 관심을 갖고 참된 돌봄을 제공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용객이 그룹 활동에 참여하는 대신 앉아서 쉬고 싶다면 그렇게 하도록 배려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돌봄이 될 수 있다.

■ 경증, 중증 치매환자가에게 적용될 케어팜 프로그램이 다를 것 같다. 이를 소개한다면

경증 치매환자들은 상대적으로 활동적인 일에 많이 참여하는 편이다. 농장에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부르거나 혹은 교육을 받은 직원들과 함께 텃밭 가꾸기, 그림그리기, 만들기 등의 다양한 활동에 참여할 수 있고 개인의 관심사에 따라 요리나 청소 등의 가사일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고 주변을 산책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할 수 있다.

중증 치매환자들이 이용하는 케어팜은 간호분야의 전문 인력이 필요하고 이들이 환자들에게 돌봄을 제공하는 형식에 좀 더 가깝다. 케어팜에서의 돌봄은 특정 활동이나 프로그램 제공이 목적이 아니라 농장의 평화로운 환경을 즐기며 돌봄을 받고, 농장에 와 있는 동안 평소 돌봐주는 가족들의 부담을 줄여주는 것에 좀 더 그 목적이 있다.

소수이지만 중증 치매환자들을 위한 거주형 케어팜도 있는데, 일반 요양시설과 달리 농장의 환경에서 거주객들에게 자유를 보장하는 운영 방식으로 입소를 위해 오래 대기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이런 곳들은 중증의 치매 환자들에게 삶의 마지막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 이외 하고 싶은 말은

한국에서 아직은 농업 부문 이외에서는 정부 차원의 케어팜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가 잘 발전하기 위해서는 복지 분야와의 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교육이나 고용 부문과의 협의도 필요하다. 이러한 협업을 위해서 각 부문의 이해관계를 조율해서 이끌어나갈 수 있는 독립된 기관이 만들어지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관련기사]
[치매국가책임제 내실화│③ 네덜란드 케어팜서 배운다] 집처럼 편안한 곳에서 자유로운 생활 '만끽'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김규철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