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하순 실무협상 역제의 … 미일 증원훈련에 발사체로 맞대응

장기간 교착상태에 빠져 있던 북미대화에 변화조짐이 일고 있다. 최근 미국이 북한을 향해 회유와 압박 두 가지 카드를 병행하며 대화테이블에 나설 것을 촉구한데 대해 북측이 화답을 했다.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9일 발표한 담화를 통해 "우리는 9월 하순경 합의되는 시간과 장소에서 미국측과 마주 앉아 지금까지 우리가 논의해온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토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북한 협상 제의에 "만남은 항상 좋은 것"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백악관 사우스론(남쪽 뜰)에서 노스캐롤라이나 주 선거유세장으로 떠나기 앞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이달 하순 미국과 협상할 용의가 있다는 북한의 담화 발표에 대해 "만남은 언제나 좋은 것"이라면서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최 부상은 또 "나는 미국측이 조미(북미)쌍방의 이해관계에 다 같이 부응하며 우리에게 접수 가능한 계산법에 기초한 대안을 가지고 나올 것이라고 믿고 싶다"면서 "만일 미국 측이 어렵게 열리게 되는 조미실무협상에서 새로운 계산법과 인연이 없는 낡은 각본을 또다시 만지작거린다면 조미 사이의 거래는 그것으로 막을 내리게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북미간 실무협상이 재개될 경우 미측이 북한에 제시할 새로운 카드가 분명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최 부상은 "김정은 국무위원회 위원장 동지께서는 지난 4월 역사적인 시정연설에서 미국이 지금의 계산법을 접고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우리에게 다가서는 것이 필요하며 올해 말까지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라는 입장을 천명하시었다"면서 "나는 그사이 미국이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계산법을 찾기 위한 충분한 시간을 가졌으리라고 본다"고 거듭 강조했다.

최 부상의 이날 담화는 최근 북미 실무협상 미국 측 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잇단 대북 메시지에 화답하는 성격을 지녔다. 특히 비건 대표는 지난 6일(현지시간) 미시간대 공개강연을 통해 북미 협상 실패 시 한국, 일본 등 아시아국가에서 핵무장론이 부상할 가능성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그러면서도 비건 대표는 주한미군 감축에 대해서는 북한의 비핵화 시 "전략적 재검토" 여지를 뒀고, 북한의 체제 안전 보장 및 경제발전에 대한 '비전'도 함께 제시해 '당근'과 '채찍'을 병행한 바 있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역시 북한을 향해 압박과 회유 메시지를 동시에 발신했다. 그는 6일(현지시간) 미주리주 및 캔자스주 지역 라디오방송들과의 인터뷰에서 외교 현안에 대한 시간표를 묻는 질문에 "그것이 북한이든 아프가니스탄 관련이든 가급적 빨리 해결하는 것"을 원한다며 "명백히 우리는 이러한 일들을 할 수 있는 한 빨리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 "북한이 수십 년 동안 추진해온 핵무기 시스템은 그들이 믿는 것과 달리 북한에 안전 보장을 제공하지 않는다"며 "북한에 안전보장을 제공하는 것은 핵무기가 아니라 미국 및 세계와 비핵화에 대한 일련의 합의에 이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그동안 줄곧 강조해 온 체제안전 보장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시사한 대목으로 읽힌다.

폼페이오 장관은 특히 "모든 나라는 스스로를 방어할 주권을 가진다"며 '자위권'을 언급한 뒤 "우리는 경제적 기회와 함께 북한 주민에 대한 더 나은 삶을 창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북한은 최 부상 담화와는 별개로 10일 오전 또 다시 불상의 발사체 2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해 그 배경에 관심을 모았다. 미국과는 대화복귀 신호를 제시하면서는 남한과는 여전한 긴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현재 미일 양국 사이에 대규모로 진행 중인 전시증원훈련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이에 대해 "한미연합훈련 끝나면 대화하겠다고 했는데 곧바로 미일이 훈련을 시작했고, 그것도 대규모 전시증원훈련을 하고 있다"면서 "북한이 이를 자신들을 겨냥한 침략훈련을 받아들이는 것이며 여기에 대한 경고와 함께 미국이 얘기한 자위권 차원에서 발사체를 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 입장에서는 비핵화를 위한 북미대화에서는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주요 대상이고, 최근 잇따라 발사하는 단거리 발사체들은 이와는 상관없는 방어주권 차원의 행위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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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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