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사정관 자질·능력 신뢰 안해' 63.9% … 대학입시에 대해서도 공정성 의심

최근 조 국 법무부 장관의 딸 문제로 대학입학 과정의 공정성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하지만 조국 사태 이전부터도 학부모들은 중고등학교 교육 평가와 대입에 대한 불신감, 나아가 공정성 여부에 대한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내일신문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디오피니언에 의뢰한 '2019년 교육정책 인식도 조사'에 따르면 교사와 입학사정관에 대한 학부모들의 신뢰도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학부모들은 대학입시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우선 '학생선발 기준 및 전형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반면 교사들과 입학사정관들은 서로의 업무에 대한 신뢰도가 상당히 높았다.

◆교사·입학사정관은 서로의 자질·능력 신뢰 = 교육현장의 주체인 교사와 입학사정관, 교육 수요자 입장의 중·고교생 학부모 사이에는 현재의 교육시스템과 교사·입학사정관의 능력·자질에 대한 평가에서 뚜렷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원탁회의에서 교사와 입학사정관들이 학부모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전호성 기자


'중·고등학교 교사들의 능력과 자질에 대해 신뢰하느냐'라는 질문에 학부모들의 51.3%가 '신뢰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신뢰한다'라는 응답은 48.7%였다. 격차가 좁기는 하지만 학부모들이 교육현장에 대한 불신감을 드러난 대목이다. 입학사정관에 대한 불신은 더 컸다. '각 대학교 입학사정관들의 능력과 자질에 대해 어느 정도 신뢰하느냐'라는 질문에 학부모의 63.9%가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학부모 10명 중 1명(9.4%)은 '(입학사정관을)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고 했다.

반면 교사들은 교사들의 능력과 자질에 높은 신뢰감을 보였다. 91.6%가 '신뢰한다'고 대답한 것이다. 입학사정관들의 교사에 대한 신뢰도도 높았다(80.0%). 교사들 중 79.4%는 입학사정관의 능력과 자질을 믿는다고 밝혔다. 입학사정관들의 자신들에 대한 신뢰도는 80.0%였다.

학부모와 교사·입학사정관의 이와 같은 인식차이는 우리 교육이 풀어야 할 숙제로 보인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고교-대학간 정책협의회를 정례화시키는 등 구체적 소통방법을 통해 전문성 향상 및 표준매뉴얼 공유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번 조사에서 교사의 40.2%, 입학사정관의 45.0%도 신뢰구축을 위한 정책협의회 정례화에 동의했다. 2019년 4~6월까지 진행된 고교-대학 원탁회의에서도 비슷한 제안이 나온 바 있다.

◆학부모·교사 "투명한 기준이 입시 공정성 담보" = 학교생활기록부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과제에 대해서는 학부모와 교사, 입학사정관이 각각 다른 입장을 보였다. 학부모의 38.8%가 '학교생활기록부 기록 및 관리지침의 명확성을 높임으로써 현장의 혼란을 줄여야 한다'고 응답했고, 30.3%는 '학교생활기록부 부풀리기 교사 및 학교에 대한 지도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반면 교사 절반 이상이 '학급당 인원수 감축 및 교원의 행정업무 경감'(50.5%)을 들었다. '교사의 학생 평가·기록 역량과 전문성 제고를 위한 연수 및 지원 확대'를 요구하는 응답도 22.4%나 됐다. 학부모들은 '교사들을 못 믿겠으니 객관적 지침과 감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고, 교사들은 '일을 줄이고 전문성을 높이면 학교생활기록부의 신뢰성과 공정성은 담보된다'고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비해 입학사정관은 학교생활기록부의 신뢰성과 공정성 제고를 위해 '교사의 평가·기록 역량과 전문성 제고를 위한 연수 및 지원 확대'(40.0%)를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고 있었다.

한편 대학입시의 공정성과 신뢰성 제고방안에 대해서는 학부모와 교사들이 거의 비슷한 입장을 보였다. 학부모의 58.8%, 교사의 61.7%가 '투명한 학생선발 기준 및 전형 정보 공개'가 대입의 신뢰성과 공정성 제고에 가장 필요한 과제라고 대답했다.

반면 입학사정관들의 55.0%는 '대학입학사정관의 전문성 향상 및 지원 확대'라고 응답해 학부모·교사와 대조를 보였다.


◆"학생부전형은 금수저전형" = 최근 조 국 법무부 장관 자녀 문제로 더 확대되기는 했지만 대학입시의 공정성에 대한 문제는 그동안 계속 제기돼 왔다. '학생부종합전형은 금수저 전형' '학종이라고 쓰고 현대판 음서제라고 읽는다' 등의 미디어반응이 대표적인 사례다.

'조국 사태'를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은 "여전히 입시 제도가 공평하지 않고 공정하지도 않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많다"며 불공정한 대입제도 재검토를 지시한 바 있다.

문 대통령 발언에 교육현장에서는 즉각 반응을 보였다. "이번 기회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 특혜의혹을 넘어 교육계 전반에 걸친 기득권층에 대한 전수조사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교육공정성에 대한 피해의식은 계급적 박탈감, 사회양극화에 따른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등 다양한 목소리가 나왔다. 일부 언론과 자사고, 특목고 등 수도권 고교 중심으로 '학종의 불공정' 시비를 부각하며 '정시확대' 요구를 주장했다.

정시확대는 문재인정부 초기부터 '지위상승과 유지'라는 역할론을 자처하며 교육부를 압박했다. 문재인정부 초기 교육부는 국가교육회의를 통한 공론화에 나섰고, 2022학년도 대입 개편안으로 '정시 전형 비율 30%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하면서 잠시 휴면 상태로 들어갔다. 그러나 교육부는 대입제도 개편 방안에 '정시확대'는 고려하지 않을 분위기다.

또한 '학종'의 공정성 논란 역시 의미가 크지 않다는 게 교육계 시각이다.

하지만 내일신문의 '2019년 교육정책 인식도 조사'에서 드러난 것처럼 학부모의 교육현장과 대학입시에 대한 불신은 당분간 해소될 것 같지 않다.
 



어떻게 조사했나

'2019년 교육정책 인식도 조사'는 문재인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 및 태도를 파악하기 위해서 기획됐다. 설문항목은 크게 '학교 교육과정 평가' '신뢰성과 공정성' '교육정책수요' 등 3개 섹션으로 나눠 설계했다.

조사대상도 중고등학교 자녀가 있는 학부모 1000명, 중고등학교에 근무중인 교사 107명, 각 대학 입학사정관 20명 등 3개 범주로 나눴다. 학부모조사는 여론조사기관이 보유한 1,107,539명의 패널 중 랜덤으로 1000명(남성 492명, 여성 508명)을 추출해 스포트폰 앱을 활용한 모바일 조사 방식으로 진행했다. 교사조사는 개인전화번호를 제공한 214명을 대상으로, 그리고 입학사정관 조사 역시 개인전화번호를 허용한 38명 전원을 대상으로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했다. 조사기간은 학부모의 경우 2019년 7월 29일부터 8월 6일까지 9일간, 교사는 2019년 7월 26일부터 8월 1일까지 5일간, 입학사정관은 7월 26일부터 8월 1일까지 5일이 소요됐다. 설문 문항은 내일신문과 여론조사전문기관인 디오피니언이 교육부 관련부서와 논의해 설계했고, 조사진행과 데이터처리 및 분석은 디오피니언이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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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디오피니언 특별기획] 2019년 교육정책 인식도 평가 연재기사 보기

전호성 남봉우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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