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자 45만명 중 6만명 이용 … "악화방지·잔존능력 유지 힘 쏟아야"

우리나라 장기요양서비스를 제공받는 수급자 가운데 치매증상을 앓고 있는 경우가 2018년 말 45만명에 이르지만 인지기능 악화를 방지하고 잔존능력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는 '인지활동'서비스를 제공받은 사람은 6만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장기요양서비스에서 인지기능개선 활동 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9일 양평군 치매안심센터에서 지역 어르신들이 인지개선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다. 사진 보건복지부 제공


김현주 샤인빌시니어스너싱홈 원장(간호학 박사)은 "우리나라 노인들이 노화가 진행될수록 거의 대부분 이용할 가능성이 높은 장기요양프로그램에서 인지기능개선과 잔존능력 유지 목표는 매우 중요하다"며 "실제 장기요양 현장에서 실효성 있는 활동이 진행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 그리고 요양기관 관계자 등은 머리를 맞대고 제도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기요양서비스는 6개월 넘게 혼자서 일상생활을 하기가 어려운 65세 이상의 노인이나 65세 미만이더라도 치매 뇌혈관성질환 등 노인성질병이 있는 경우, 장기요양등급을 받으면 신체활동 가사활동 인지활동 지원을 받을 수 있다(노인장기요양보험법).


◆방문요양, 주야간보호에서 프로그램 제공 = 보건복지부 장기요양제도과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 장기요양수급자는 66만명이고 이 가운데 치매수급자는 45만명에 이른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2019년 4월 기준 장기요양 전체 수급자는 70만명이고 이 가운데 치매수급자는 43만명으로 나타났다.

적어도 43만명이 치매증상을 앓고 장기요양서비스를 받고 있는 셈이다. 이에 노인장기요양제도에서는 1∼5등급 치매수급자들에게 인지기능 악화방지와 잔존능력 유지를 위한 인지활동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방문요양·주야간보호 인지활동형 프로그램이 요양현장에서 제공된다.

방문요양 인지활동서비스는 '치매전문교육을 이수한 상근시설장, 사회복지사, 간호(조무)사, 물리(작업)치료사가 세운 프로그램 계획에 따라 치매전문요양보호사'가 제공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치매수급자 당 1일 1회에 한해 120∼180분 제공한다. 그 가운데 60분은 인지자극활동, 나머지 시간은 수급자의 잔존기능 유지와 향상을 위한 일상생활 함께 하기 훈련을 진행한다.

주야간보호 인지활동서비스는 '치매전문요양보호사나 맞춤형 프로그램별 자격증을 소지한 외부강사가 제공'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4등급의 경우 주3회 또는 월12회 이상, 1회에 60분이상을 진행한다.

5등급과 인지등급은 주야간보호를 이용할 때마다 1회 60분이상 제공하고 있다.

◆거주지 생활 돕는 인지활동 지원 필요 = 그런데 여러 장기요양서비스를 받은 치매수급자 가운데 인지개선과 잔존능력 유지를 위한 지원서비스를 받는 경우는 매우 적었다.

복지부가 파악한 인지활동형 프로그램 현황을 보면, 2018년 방문요양 이용 치매수급자 19만명 가운데 인지활동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경우는 2만8697명에 불과했다. 그리고 주야간보호를 이용하는 치매수급자는 모두 10만명이였는데 실제 인지활동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경우만 3만1763명으로 나타났다. 그 이용 비율을 보면 각각 14.9%, 29.4%에 머물렀다.

박지현 평택대학교 사회복지학교수는 "장기요양급여 제공에 있어 인지활동을 확대 강화하는 노인들의 행복한 삶에도 연결이 된다"며 "특히 지역사회에서 온전한 생활을 가능하게 하겠다는 커뮤니티케어 목적에서도 경증·중증치매자에 대한 인지활동을 더욱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치매자들의 인지기능개선과 잔존능력 강화를 위해서는 거주지로 방문해서 제공하는 활동보다는 주야간보호 시설 등으로 '나오게' 해서 인지활동형 프로그램을 제공하는게 경증치매자 등의 더 도움이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밖으로 외출해 인지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지 않으면, 최대한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고 같이 활동을 하면 정서적으로 우울함을 더 줄일 수 있고 사람들과 대화 속에서 부가적인 인지개선효과가 더 많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최근 장기요양에서 치매노인들이 이용하는 주야간보호 활동에 늘어났지만 아직도 부족하다"며 "나아가 인지활동이 치매노인들의 인지상태에 따라 맞춤형으로 제대로 제공되고 있는가도 짚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치매프로그램 제공자 교육 수준 높여야 = 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은 치매전담형 장기요양기관을 운영 중이다. 2∼5등급 치매 수급자에게 현실인식훈련, 가족교육 및 가족 참여프로그램, 인지자극활동, 음악활동, 집단 프로그램 등을 제공한다.

이를 위한 치매전담형 장기요양기관은 '치매전문교육을 이수한 시설장, 프로그램관리자, 치매전문요양보호사를 각각 갖춰야' 한다고 인력기준을 세웠다.

하지만 실제 장기요양 현장에서 치매관련 서비스의 제공자로서 프로그램관리자, 치매전문요양보호사 등이 충분한 양성교육을 받고 있는지 문제 제기가 많다.

치매프로그램을 단계별로 교육하는 현장 맞춤형 매뉴얼 역시 부족한 상태이며 이에 따른 전문인력의 교육 역시 체계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김진학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교수는 "치매돌봄 역량을 기르는 교육은 이론만이 아닌 현장실습이 중요하다"면서 "치매 대상자와 만나서 같이하는 경험을 통해서 그들의 마음, 그 가족이나 살아온 사회 환경 등을 이해하고 노인들의 사소한 욕구를 아는 전문가적 판단과 이해를 갖출 수 있도록 교육이 구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치매를 앓고 있는 사람들을 단순히 프로그램 제공받는 대상으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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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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