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향한 반걸음’ 저서 출간

평양에서 '과거사 심포지움'재추진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대표상임의장은 “다음달 민간교류가 재개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남북관계 해빙을 위한 골든타임이 내년 2월까지 4~5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의장은 24일 민화협 사무실에서 내일신문과 만나 이같이 말하며 “최대한 빨리 방북해 북한과 합의했던 평양에서의 강제동원 및 과거사 심포지움을 재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21대 총선 출마와 관련해서는 “생각은 하고 있지만 당장 시급한 일이 아니다”면서 “국회의원이 되는 게 목표가 아니다”거나 “(총선) 2달전에 영입인사가 당선되기도 했다”며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내놨다.


■ 최근 저서 제목을 ‘희망을 향한 반걸음’으로 지은 이유는.

아버님(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정치를 하는 사람은 국민들보다 반걸음만 앞서 나가야 한다고 했다. ‘너무 앞서 나가면 국민들이 따라가지 못하고 나만 혼자가게 된다. 국민들은 깨어있고 시대정신은 앞서있는데 뒤쳐져 있으면 구시대 사람이 된다’고 하셨다. 또 ‘과격, 급진적인 주장이나 현실에 동떨어진 이상적인 얘기를 하면 자신은 기분 좋고 분풀이나 화풀이는 될지 몰라도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 항상 국민과 함께 가는 게 중요하다’고도 하셨다.

학술적으로 깊이있는 연구를 한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쉬운 내용이다. 현재 한반도문제에 대해 같이 한번 생각해보고 미래가 과연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가 함께 논의해서 공감대를 만들어보자는 목적이다.

■ 김 전 대통령 말씀을 비춰볼 때 현재 정치는 어떠한가.

정치권이 자해행위를 하고 있다. 상대 공격에 수단과 방법 안 가리지 않고 총력전을 기울인다. 이게 나중에 부메랑이 돼 자기에게 날아올 수 있다는 것조차 염두에 두지 않는다. 서로 검찰에 고발해서 검찰과 법원의 칼날 아래에 자신들을 맡긴다.

살고 죽는 것은 가르는 정치가 됐다. 정치도 사라졌다. 과거 30년전 3김시대(김대중, 김영삼, 김종필이 각 당의 총재를 맡던 시대)에는 오히려 정치가 살아있었다. 대화와 협조가 되니까 훨씬 생산적이었고 법안통과도 역사상 가장 많이 해냈다.

■ 대북관련 정부간 또 민간교류와의 역할 분담은.

민간과 정부의 영역을 구분하기는 힘들다고 본다. 정부가 할 일도 남북간 교류가 원활하지 않으면 민간이 대신해줘야 한다. 정부가 민간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정부가 남북교류를 독점하려고 하지 말고 특수성이 있는 만큼 민간을 좀더 적극적으로 활용해 민간교류의 영역을 넓혀야 한다. 아버지께서 1998년에 민화협을 만들도록 지원한 것도 그런 점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먼저 정주영 회장이 소떼몰고 방북했고 금강산 관광을 시작하고…… 그렇게 해서 6.15(남북공동선언, 2000년)까지 갔다.

■ 문재인정부의 정부-민간 협력관계는 어떠한가.

4.27(판문점 남북정상회담, 2018년) 이후에 정부에서 가능성이 보이니까 직접 다 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아쉽다. 그때 민간차원 교류를 장려하고 적극 지원해줬다면 지금 상황에 더 나아지지 않았을까.

■ 문재인정부의 대북정책은 어떻게 보나.

문재인 대통령도 한반도 신경제 얘기하는데 원론적으로 100% 찬성하고 옳은 말씀이다.

그러나 유엔 제재를 너무 의식해 경협(남북경제협력)에 적극적으로 준비를 못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경협을 위해서는 연구가 필요하다. 북한이 개방된다고 해서 우리마음대로 북한 경제를 접수하고 끌고 갈 수 있는 게 아니다. 6.15때와는 다르다. 북한 사람들도 수준이 높아졌고 우리 마음대로 이끌어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지난해초이후 지금까지 북한에 가서 사업상담을 하고 온 중국 사업가들 숫자가 연인원 6000명이 넘는데 우리는 전혀 못하고 있다. 북한 사정에 어둡기 때문에 우리가 민간이든 정부든 경협에 대한 연구가 굉장히 부족한 게 현실이다. 북이 개방됐을 때 중국은 출발선에 서서 달라갈 준비가 돼 있지만 우리는 라커룸에서 운동화도 못신은 상황이 될 것이다. 중국은 전략적 문제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퍼주기를 할 수 있지만 우리는 그렇게 못한다.

일본도 지금은 북한에 적대적이지만 북미 관계가 개선되면 북일수교 협상이 시작될텐데 우리와 달리 일본은 북한에게 최소 300억달러 이상의 배상금을 각오하고 있다고 한다. 이를 일본은 동남아 국가에 하듯이 일본 물건을 사가라고 하거나 공항 도로를 만들어주는 방식으로 침투할 수 있다.

자본력만 가지고는 경쟁하기 어려우니까 북한에 필요한 맞춤형 솔루션을 개발하지 않으면 북방진출을 할 수 없다. 동북아 신시대가 열려도 구경꾼으로 전락할 수 있다. 한가하게 생각할 때가 아니다.

같은 동포니까 우리가 유리하다고 볼 수 있지만 북한에서는 오히려 언어와 문화가 비슷하니까 외국인과 달리 우리가 진출하면 북한 주민을 동요하게 만들고 체제를 흔들 수 있다고 걱정을 하고 있다.

■ 책에 ‘일본에 역사를 직시하라’고 했던 김대중 대통령의 메시지를 소개하기도 했다.

아버지는 21년전에 김대중-오부치선언에 대해 얘기할 때 ‘역사적 획기적 합의와 성과를 기뻐하면서도 일본이 다시 역사를 왜곡하는 정권이 나오면 어렵게 쌓은 공든탑이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우려가 최악 형태로 현실화됐다. 당장 양측의 원만한 협상이 빠르게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양측이 강경일변도로 대립, 갈등하면 양국 모두 손해니까 과거사 문제는 과거사 문제대로 따질 것은 따지되 국익을 위해서 협조할 수 있는 부분은 협조할 수 있도록 투트랙 전략으로 가야 한다.

과거사문제도 양보하면서 해결할 수 있는 절충안을 내놔야 한다. 진정으로 사죄, 반성하고 올바른 역사를 가르치겠다고 하면 우리 정부가 대신 보상하는 방식도 검토할 만 하다.

■ 강제동원 유골 송환 문제를 남북 민화협에서 추진하지 않았나.

일본 안에 강제동원으로 희생된 유골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중국은 정부차원에서 유골을 자기 나라로 상당부분 모셔갔다. 우리는 아직도 일본 각지에 흩어져 있다. 일본 사람들 앞에 더 당당해지려면 우리가 먼저 할 일을 해야 한다는 측면과 남과 북이 공동으로 참여해서 남북이 과거사 문제에 있어서 공동대응을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미 74분의 유골을 지난번 모셔왔고 이중 3분은 행안부 데이터베이스로 유족도 찾았다. 앞으로도 일본의 불교도 연맹(우리나라의 불교종단협의회)쪽과 협조를 얻어서 많은 유골이 흩어져 있는 일본 사찰의 유골을 모셔오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오키나와라든가 중국 해남도 발굴작업도 일본 시민단체, 우리나라 행안부 등과 협력해서 계속 할 예정이다.

북측이 일본에 올수는 없다. 북한이 직접 못 오지만 일본내의 조총련 산하 강제연행진상조사단이 이 운동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우리와 협력해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 지난 4월 대전에서 “연내 민간교류 차원 금강산 방문 현실화하겠다” 발언의 취지는 무엇인가.

금강산과 개성공단이라도 신속하게 재개해야만 우리가 북한 측에 당당하게 ‘우리도 한반도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능력과 의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 정식으로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조업이 가능하면 좋겠지만 그것이 어렵다면 상업적 관광은 아니더라도 금강산 방문단 등을 민간차원에서 보내서 사실상 재개와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게 할 수는 있다.

■ 21대 총선에 출마하나

생각은 하고 있지만 당장 시급한 일이 아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전혀 정치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가 2달전에 영입인사가 당선되기도 했다. 내가 아주 신인은 아니니까 뒤에 나서도 기회는 있다고 생각한다. 맡은 일, 시급한 일부터 해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반도 문제가 기회이고 위기다. 외교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입장에 놓여있다.

국회의원이 되는 게 목표는 아니다. 아버지가 말한 대로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 국회의원이 되더라도 어떤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에 지금 국회 진출부분을 생각을 하고 있지만 목표로 삼는 것은 아니다.

■ DJ의 아들이라는 평가가 부담인가.

한국사회에서 뿐만 아니라 북한 중국 일본 등 주변국가와 접촉할 때도 아무래도 누구의 아들이라고 하면 도움이 된다. 그것이 자산이라면 훌륭한 자산이다. 그거로만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자력으로 스스로 성과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만들고 있고 노력하고 있다. 아버지 하신 부분에서 정신 철학은 당연히 계승해서 따라 배우지만 시대가 바뀌었으니까 이 시대에 맞게 그 철학을 계승, 발전시키려는 그 노력, 과거 지향적이 아닌 미래지향적으로 유지를 받들고 추모사업을 하려고 한다.

■ 정치에 입문한 이유는.

정치를 하려는 생각은 별로 강하지 않았다.

그러나 박근혜정권때 아버지께서 평생 노력해서 이뤘던 민주주의와 한반도평화 업적이 많이 훼손, 무너져가는 것을 보았고 야권이 분열돼 총선에서 참패할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높아졌다. 호남 출신의원들이 탈당, 국민의당으로 넘어가면서 그분들의 행태가 김대중식 정치가 전혀 아니라고 봤는데 그분들이 아버지 이름을 팔고 지역주의에 편승해서 정치를 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저라도 나서지 않으면 김대중 정신이 왜곡되고 돌아가신 어른의 명예가 실추되는 상황이 올 것으로 봤다.

■ 민간교류는 어떤 것들을 말하나.

과거의 민간교류는 인도적 지원, 아니면 문화 체육교류 정도였다. 앞으로는 북한사회도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한 이후로 수준이 높아지고 발전해서 한단계 높은 교류, 지속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사업을 찾아내야 한다. 물론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남북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맞춤형 솔로션이 있어야 한다.

■ 생각하고 있는 솔루션은 무엇인가.

경협과 관련해서 몇가지 생각하고 있는데 내용을 말할 단계는 아니다.

■ 한미정상회담 결과와 상관없이 민간교류는 이어지나.

한미정상회담은 정부대 정부간 교류얘기다. 상황이 지금 상태에서 더 나빠지지 않는다면 다음달부터 민간교류의 문이 열릴 것이다. 남북간의 교류가 오히려 안될수록 민간차원 교류라도 해서 불씨를 살려놓은 게 중요하다. 북측도 그렇게 나오는 게 현명한 판단이다.

■ 방북계획은.

민간교류가 다음달부터 재개된다면 최대한 빨리 방북하려고 한다. 지난해 2월에 5월 방북계획이 잡혔었다. 평양에서 강제동원 및 과거사 심포지움을 열기로 했다.

■ 한미정상회담 결과는 어떻게 전망하나.

이번 정상회담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성패를 가르는 계기가 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실질적인 양보나 북측 받아들일 수 있는 합리적 대안을 내놓지 않는 이상 립서비스는 의미없다. 문 대통령은 미국측이 양보할 용의가 있는지 파악해야 하고 미측에 일종의 위험신호를 줘야한다. 연말까지 진전이 없으면 북측에서 내년은 새로운 셈법으로 나올 수 있다. 내년에 트럼프와의 협상이 의미없다고 보고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 트럼프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비핵화 진전을 만들어야 한다.

내년 2월이면 미국 대선정국이 본격 시작돼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문제에 전념할 수 없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둘러야 한다는 얘기를 해야 한다.

이제는 단호하게 금강산, 개성공단 문제를 우리가 나서서 풀어가면서 남북관계를 발전시켜야 한다. 북미관계와 비핵화문제 개선을 견인해 나가겠다는 주장을 강하게 해야 한다.

더 이상 미국 반대를 의식해서 조심스럽게 문제를 풀어가는 시기는 지났다. 구경만 할 수 없다. 아무 역할을 못하고 구경만 하고 있면 나중에 북미간 잘 풀린다 하더라도 우리의 이익과 지분을 확보하지 못한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건가.

불과 4~5개월 남았다. 북에도 같이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 트럼프처럼 김정은을 세 번이나 만나줄 사람이 나오기 어렵다는 점과 이번에 낙선하면 그 다음상황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잇다. 북한도 서둘러서 협상의 돌파구를 찾도록 해야 한다.

■ 북한 민화협과 계속 접촉하나

공식적 접촉은 안된다. 그러나 민간차원 교류는 다음달부터 재개될 것이다. 간접적으로 들리는 소식을 종합해보니까 그동안의 북측의 내부사정도 복잡하고 남측 정부에 대한 불만도 있고 해서 교류를 일단 중단시켜 놨는데 다음달부터 민간차원의 교류는 풀릴 수 있다는 신호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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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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